[우먼컨슈머]
  
어떤 나라이든 입국시에는 세관검사와 입국절차를 밟습니다.

폴란드 바르샤바 공항은 그리 크지는 않은 공항입니다. 내가 입국하던 날은 비구름이 잔뜩끼여 있어서 을씨년스런 분위기였습니다.

그곳 공항관리들은 모두가 군복을 입고 있습니다. 기관총을 맨 군인이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심지어 여행객 가이드를 해주는 사무실 여직원 조차 군복을 입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사무적으로 응대를 하는 바람에 초반부터 주눅이 들었지요.

더군다나 차가운 초겨울 날씨여서 입국 첫날은 무겁고 약간은 음습했습니다.

군복차림 공항관리들은 공항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외국인이 있으면 당장 큰소리로 나무랍니다. 그런데 자기들은 공항내에서 담배를 마구 피웁니다.

담배 피우다 적발된 외국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는 우리나라니까 공항안에서 맘대로 담배를 피운다. 그러나 너희들은 담배를 맘대로 피우면 안된다”는 억지를 내뱉습니다. 웃깁니다.

미니 밴을 타고 도착한 호텔은 폴란드 공산당 의사당이 있는 바르샤바 중앙광장에 있습니다.
호텔 입구 바로 길 건너편에는 전몰장병 추모비가 있는데 병사 두 명이 '추모의 불'을 지키고 있더군요

폴란드는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국가로 전쟁의 피해가 많았던 나라지요.
1차 대전과 2차대전을 치루면서 완전히 폐허가 되었던 나라이기도 하죠

3박 4일간 머물면서 쇼팽 생가, 퀴리부인 생가를 둘러보고 아우슈비츠도 가보는 등 나름대로 유익한 여행을 했습니다.

나치 독일에 의해 유대인들이 갇혀 학살당한 아우슈비츠 감옥. (필자 소장)
나치 독일에 의해 유대인들이 갇혀 학살 당한 아우슈비츠 감옥의 한 곳. (필자 소장)

바르샤바 특색이 잘 살아 있는 구시가 광장이라는 곳은 폴란드 특유의 건물과 주택들이 복원되어 관광객들을 맞고 있답니다. 특히 이곳에서 파는 호박(보석의 일종)은 폴란드의 특산물로 자랑거리입니다.

3박 4일 여정을 마치고 다시 바르샤바 공항.
헝가리로 갈 시간입니다. 헝가리로 갈 손님을 태울 쌍발 프로펠러 작은 비행기가 대기중이고 출발시간은 1시간 남짓 남았습니다.

출국수속을 위해 검색대를 지나가는 순간이었죠.
'삐~익'하고 경보음이 울립니다. 알고 보니 바지 혁대의 바클금속 때문에 나는 소리였습니다. 혁대를 풀었는데도 삐~익~ 경고음이 울립니다. 그러자 검색대 군인들이 나를 밀폐된 조사실로 데려 갔습니다.

온갖 소지품과 지갑을 까 뒤집어 놓고 가방을 열어 여기저기 검사를 하고도 별다른 의심이 없는데도 보내 줄 생각을 않습니다. 기관총을 맨 군인 2명은 시간을 끌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비행기 출발시간을 점점 다가오고 조바심이 나더군요. 여기서 비행기를 놓치면 하루를 더 묵어야 하거든요

항공기 출발 10분전...
그때서야 그들은 나에게 짐을 챙기라고 합니다. 짐을 챙기는데 갑자기 그들이 나의 지갑을 집어들고 줄 생각을 않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다른데 있었지요.

군인 1명이 내 지갑속의 미화 100불짜리 1장을 꺼냅니다.
나는 "남의 돈을 왜 만지냐"고 따졌지요. 그들은 100달러 1장을 달라는 겁니다. 아마 두 군인이 이를 나눠 가질 요량인듯 했습니다. 별 해괴한 일이 다 생깁니다. 

당시 폴란드 직장인이 받는 한달 월급은 평균 200~300달러... 많이 받아야 300~400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100달러면 상당한 금액입니다. 

안주면 더 붙잡아 두겠다는 말도 하더군요. 급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100달러를 뺐기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 내용을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후 폴란드를 다녀 온 교민에게 들려 주었더니 그럽니다. 걔들은 한국인이나 일본인을 보면 한 두사람을 붙잡아 일부러 금속음이 울리게 하며 골탕을 먹이면서 돈을 뜯는다는 것입니다. 잘 사는 나라니까 그 돈 정도 주고 가도 된다는 논리랍니다. 나 말고도 더러 당했던 모양입니다.

기가 막혀서...

일부 군인의 비리로 인해, 순박한 폴란드 사람과 아름다운 문화에 대한 인상이 나빠질까 걱정이 됐습니다.
그 이후 폴란드를 두번 더 다녀왔지만, 그때는 돈 뜯어내는 군인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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