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CNN에 '출연'했다니까, 대단하구나 생각 하시겠지요?
뭐 사실 별거 아닙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지요.

미국 조지아주 중부지역에 있는 더블린이라는 곳을 거쳐 남쪽 항구도시 사바나로 향했습니다.
사바나에 도착할 즈음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배에서는 밥 달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동행하던 현지 가이드는 가는 길 도중에 할머니가 운영하는 유명음식점이 있는데 가보자 합니다. 음식점이름은 The Wilkey's House. 지금도 그 음식점이 영업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음식점에 도착하자 입구에는 식사하러 온 사람들이 약 100여명 정도 줄을 서 있었습니다.
대단히 인기 있는 음식점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윌키스하우스 입구에 늘어선 손님들.(사진=필자 소장)
윌키스하우스 입구에 늘어선 손님들.(사진=필자 소장)

차례를 기다리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고 여기까지 왔는데 안먹고 가면 아쉽고...고민이었죠

그 음식점은 감자와 닭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특징이라고 합니다
특히 카레를 많이 활용한다고 합니다. 주인 할머니는 물론 딸 며느리도 나와 식당 일을 돕고 있더군요.

음식점 입구에는 책상이 놓여 있는데 책을 쌓아두었더군요. 주인 할머니의 요리비법을 담은 책이더군요. 제가 한권 샀습니다. 저자의 사인까지 직접 받고...이 바람에 주인할머니는 멀리 동양서 왔다고 특별대우를 하데요.

서 있는 줄에서 나오라고 하더니 먼저 들어가 식사를 하라는 배려를 합니다. 뒤에 줄 선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미국 남부지방 전통복장 스타일로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윌키스하우스 종업원(사진=필자 소장)
미국 남부지방 전통복장 스타일로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윌키스하우스 종업원(사진=필자 소장)

그런데 그날 공교롭게도 이 음식점에 CNN에서 취재를 나온겁니다.
PD, 카메라맨 그리고 작가로 보이는 사람 등 4-5명이 입구에 쭉 늘어선 사람들을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촬영을 합니다.
그 음식점은 1층인데 유리창을 통해 안에서도 밖을 훤히 볼 수 있습니다.

닭과 감자요리(음식이름이 기억 안남, 별미였음)를 맛있게 먹고 있는데 CNN취재팀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다가 이윽고 나에게 다가 오더니 갑자기 마이크를 들이 댑니다.

 “ 니 어디서 왔노?”
 “ 한국서 왔다. 와 그라노?”
 “ 어떻게, 왜 왔노? 인터뷰 좀 하면 안되나?”
 “ 그래라.. 나는 밥 먹으러 왔다..”
 그 친구 멀뚱히 나를 쳐다보더니...

“ 밥 먹으러 온 줄은 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좀 해봐라”
“ 알겄다.. 나는 업무차 한국에서 왔다. 사바나에 가기전 조금전에 들렀는데 소문 들으니 아주 맛있는 집이라 하던데...”

 그 친구 미소를 지으며...
“그래 요리를 먹어보니 맛이 어떻노?”
아무튼 자기나라 음식 칭찬하니 CNN기자도 좋은 표정이었습니다.

“진짜 별미다... 한국가면 만들어 먹어 보고싶다. 그래서 책도 한권 샀다”
그랬더니 “어디 책좀 보자”하며 책을 식탁 위에 놓고, 요리를 먹는 모습을 정면에서 찍고, 옆으로 돌아 찍고, 위에서 찍고, 아래서 쳐다보며 찍고.. 그러데요.
그리곤 다른사람도 여럿 찍더니 취재를 끝냈는지 그들은 철수하고....

사바나 도심에 도착, 어느 호텔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동행 가이드가 저녁 8시쯤 내 숙소로 전화를 하더니 시원한 맥주 한잔하자고 합니다.

사바나의 밤은 어떨까 싶어 좋다고 하고 나갔습니다.
호텔 인근 어느 호프집에 들어갔는데 호프집 바 위에는 TV가 나란히 여러개 벽에 붙어 있더군요.
한참을 떠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백인여자 주인이 갑자기 나를 보고 "어! 당신 TV에 나온다" 합니다.
자세히 보니 낮에 음식점에서 CNN가 잠깐 인터뷰했던 장면이 나오는 겁니다. 

TV에 '출연'한 덕분에 마음 좋은 호프집 주인은 "기념이다. 오늘 맥주는 무료다!"하며 자기일 마냥 기분 좋아라 했습니다. 옆자리 흑인 손님들도 잔을 들고 '치얼스'를 해줍니다. 덕분에 좋은 시간 보냈지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TV의 위력은 역시 세긴 세데요.
 

  

 
 

관련기사

저작권자 © 우먼컨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