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파리에서 3박을 하고 바르샤바로 가는 날, 하늘은 찌푸린 날씨로 우중충한 느낌을 던져주고 있었다.
호텔에서 드골공항까지 1시간 거리, 다시 한번 여권과 항공권을 점검하고 짐을 확인했다.

보딩시간이 되어 짐을 화물칸으로 보내고 출국 수속을 밟는 시간이었다. 그날따라 바르샤바로 가는 여행객이 평소보다 많다고 했다.

검색대 앞에 서기 전 호주머니의 금속물질 등을 바구니에 담고 검색대로 밀어 넣었다. 목에 카메라를 그대로 건채....
검색요원이 카메라도 내려 놓으라고 했다. 나는 카메라를 검색요원에게 건네 주곤 검색대를 통과했다.

검색대를 나와서 가방을 챙기고 호주머니에 넣을 것은 넣고 여권은 다시 백속에 집어 넣었다.
화물로 보낸 수하물 말고도 손에 든 짐이 많은 편이었다. 비행기시간에 맞추는 마음이 바빴다.

에어프랑스가 하늘을 박차면서 이륙했다. 두시간여 만에 도착한 바르샤바공항은 구름이 잔뜩 낀 상태였다.
공항에는 가이드로 며칠 수고해 줄 바르샤바 대학에 재학중인 교민학생이 나와 있었다. 한국에서 유학 온 지 10년이 넘었다 했다. 대학생인데 나이가 30대후반이었다. 그는 바르샤바에서 만난 한국 여학생과 현지에서 결혼도 했다. 가이드로 학비를 벌고 생활하느라 졸업이 늦어졌다고 했다. 

필자가 촬영한 노트르담의 사원. 드골공항에서 잃어 버렸던 카메라에 담겼던 모습 (사진=필자 소장)
필자가 촬영한 노트르담의 사원. 드골공항에서 잃어 버렸던 카메라에 담겼던 모습 (사진=필자 소장)

그의 안내로 바르샤바 시내의 숙소인 호텔로 갔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교민학생을 불러 함께 호텔 레스토랑으로 갔다. 외국관광객들이 붐비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식사를 하면서도 사진촬영을 하는 등 추억담기에 분주했다.
아! 카메라... 그때서야 카메라가 생각났다. 드골 공항 검색대에서 그냥 두고 온 것이었다. 이것 참, 카메라를 두고 오다니...

그때 교민학생이 자기가 알아봐주겠다고 했다. 그는 바르샤바에서 영화공부를 하는 유학생이다. 나중에 한국과 바르샤바 현지의 매스컴에 오르내려 유망한 청년 영화감독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이곳 저곳 전화를 하고 호텔지배인에게 양해를 구해 파리 드골공항으로 분실물 보관소에 연락을 하는등 한 동안 불난 집처럼 정신없이 연락을 취했다.

드골공항에서는 '찾아 보겠다, 모델명이 뭐냐, 색깔이 뭐냐, 연락처를 달라'는 등 상세히 물어왔다. 나는 아무래도 카메라를 찾기는 힘들어 기대하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호텔 레스토랑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지배인이 급히 나를 찾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잃어버린 카메라를 드골공항에서 찾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공항에서는 파리로 와서 찾아 갈 것인지 아니면, 항공편으로 보내 주는 게 좋은 지 연락이 왔다는 것이었다. 카메라를 찾았다는 소식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는 항공편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이름과 호텔 방번호,지배인의 이름까지 알려주곤 당일 일정을 위해 위해 호텔을 나섰다.

오후 늦게 호텔로 들어서니 지배인이 카메라가 도착했다면서 내게 건네 주었다. 감동이었다. 프랑스, 대단한 나라구나!

고객의 물건 하나도 성의껏 찾아서 그것도 비행기에 실어 먼 나라까지 보내 주다니...감탄했다.
카메라를 찾는 비용은 한 푼도 들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한 서비스로 그렇게 공수작전을 펼치면서까지 보내 준 것이었다.

나는 너무 고맙고해서 호텔지배인에게 부탁했다. 드골공항 그 담당직원에게 전해달라며 나의 감사편지를 건넸다.

2년후 파리를 다시 방문한 기회에 당시의 공항 담당직원을 찾았지만 만날 수는 없었다. 그는 당시 시간제 직원이었는데 그 일 이후 더 좋은 다른 일자리가 나타나 이직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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