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프랑스 파리에 가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몽마르뜨 언덕을 가봅니다.  몽마르뜨에서 내려다 보면 파리시가지가 한 눈에 보입니다. 그 곳에는 거리의 화가들이 자리를 잡고 여행객들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돈을 법니다.

몽마르뜨 언덕 정상에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무명화가 또는 미술학도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필자 소장)
몽마르뜨 언덕 정상에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무명화가 또는 미술학도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필자 소장)
몽마르뜨의 한 여성화가가 관광객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다. (필자 소장)
몽마르뜨의 한 여성화가가 관광객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다. (필자 소장)

내가 몽마르뜨에 갔던 날, 언덕을 오르는 계단이 좀 가파릅니다. 중간쯤 올라가다 쉬고 있는데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수염이 푸짐하게 난 중년의 거리 화가가 나를 자꾸 붙잡습니다. 초상화 한 장 그려가라며 끈질기게 달라 붙데요. 

기념으로 한장 그리고 싶었죠. 그래서...

얼마냐?고 물었죠.
"50불이다" 50불이면 당시 약 5만원 정도 됩니다. 비싸다고 옆의 가이드(미술유학생)가 눈짓을 합니다. 

"너무 비싸다 깎자"
"안된다 난 뭐 먹고 사노?"
"그래도 좀 깎자"
"(깊이 생각하는 척 하더니) 좋다! 30불이다"
"안한다 좀더 깎자! 안 그러면 그냥 갈란다"(그 거리의 화가는 속으로 이 인간 지독하네.. 했을 것 같음)

"좋다. 20불에 해줄께 인심이다!"
"뭐가 인심이고? 10불만 받아라 나 돈 별로 없다"

그 화가 나를 빠꼼히 쳐다 보더니..
"에이! 할수없다. 그래, 10불에 그려 줄께..니 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 나 같은 기분파는 없다"

'이 양반 좀 웃긴다...' 하며 초상화를 그렸지요. 그가 10불을 미리 달라해서 주었죠.

그런데 이 화가 아저씨가 크로키도 아니고, 그냥 아무렇게나 얼굴 윤곽선 몇 개만 쓱싹하면서 낙서 마냥 그려 놓고선 ..."다 그렸다 봐라, 마음에 드나? 잘 그렸제?" 하며 그림을 주더군요. 추상적 표현 운운하면서...

돈은 미리 주었고...그림은 엉터리고...

순간 속았다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화가 행세하는 가짜가 아닌가 하고 의심이 들었지요.

"니 진짜 화가 맞나? 그림이 와 이러노?"
그 화가 목소리를 높이며 하는 말,
"나 이태리서 유명한 그림쟁이다. 내 얼굴 봐라 잘 생겼제?... 이태리의 숀코네리다"하며 지자랑을 하는데 속으로 어이구! 그 몰골에 무슨 숀 코네리...하고 흥! 코웃음이 나왔습니다.

본전 생각나는 나는....저 정도를 나도 그릴수 있겠지 생각했습니다. 
"좋다! 내가 니 얼굴 그려봐도 되나? 나도 한국서 그림그렸다.(사실 취미로 그림을 아주 쬐끔 그렸었죠)"

"맘에 들면 20불이고 안들면 공짜다.. 어떻노? 내 실력 한번 볼래?..."
자칭 숀코네리는 " 좋다! 못 그리기만 해봐라...."하며 스케치북과 연필을 건네 주데요.

그의 얼굴을 신경써서 특징만 그렸더니 제법 그럴듯 했는가 봅니다.
나는 그림을 내 밀면서 "맘에 드나?"하고 물었습니다.
그가 물끄럼히 그림을 보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떡끄떡...

그래서 나는 "약속대로 20불 주라"하고 자신있게 요구했지요.

그 화가로서는 20불 주기가 아깝죠.

"10불만 주면 안되나"합니다.
"좋다! 10불만 받고 갈란다. 어서 돈 주라"

이렇게 해서 다시 10불을 받아 본전을 찾았습니다.

옆에서 쭉 지켜보던 가이드가 "아무래도 이태리 그 남자는 화가가 아닌듯 합니다"하고 느낌을 말해 주었습니다. 가이드는 자신이 그림을 공부하기 때문에 스케치할 때 펜 잡는 기본자세를 보고 알아봤다 합니다. 

자칫 엉터리 화가에게 10불을 바칠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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