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호주 시드니는 세계 3대 미항으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오페라하우스 한번 쯤 안 다녀 온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국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지요.
시드니의 해변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명소 중의 명소입니다. 본다이 해변(Bondi Beach)에 가시면 관광객의 시선을 끄는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맨리(Manly)는 하버와 해변 및 해양 수족관(Oceanworld Aquarium)으로 유명합니다.
항구 주변에는 닐슨 공원(Nielsen Park), 발모랄(Balmoral) 그리고 캠프 코브(Camp Cove)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파도타기를 원한다면, 브론테(Bronte), 쿠지(Coogee) , 콜라로이(Collaroy) 그리고 컬 컬(Curl Curl) 해변이 유명하지요.
12월의 시드니....
한국은 겨울이지만 그곳은 작열하는 태양이 해변 모래밭을 달구고 있었죠.
시드니 해변서 남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면 가끔 고래나 상어가 뛴다고 합니다. 불행히도 나는 고래와 상어가 해변 저 멀리서 뛰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죠.
뜨거운 햇빛 아래서 비키니만 입고 다니는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머리엔 빨간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비키니를 입고 다니기도 하지요.
저녁 무렵의 해변은 정말 거닐만 하답니다. 바다 저너머 반사되어 돌아오는 노을에 젖은 잔노랑빛 물결도 장관이지만, 파도가 부서지며 눈앞에서 연출하는 흰빛 옥빛 물거품 또한 놓칠 수 없는 광경입니다
해변을 거닐다가 날씨도 덥고 목이 말라 하얀 건물의 호프 집을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더군요. 자리를 잡고 주문 받기를 기다렸습니다
아무도 주문 받을 생각을 안하데요. 십여분을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웨이터를 불렀습니다
생맥주 한 잔을 주문했습니다.
잠시후 그 웨이터와 주인인 듯한 호주인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한마디 합니다.
다짜고짜 “술을 안파니 나가 달라”는 거죠.
나는 처음엔 정말로 맥주를 안 파는 줄 알았죠. 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호주사람들은 여기저기 좌석에서 깔깔거리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주인을 다시 불렀습니다.
“다들 맥주를 마시는데 왜 내겐 안 파느냐”
주인 왈 “팔고 안 팔고는 내 맘이다. 어서 나가달라. 여기는 우리 호주인들만 마실 수 있는 곳이다”라고 합니다.
참 어쩌구니가 없데요.
사방을 둘러보니 호주인뿐 아니라 시드니 공항에서 몇마디 나눈 미국인 부부도 앉아 있었습니다.
말로만 들은 '백호주의'를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더운데 진짜 짜증나데요.
주인을 다시 불렀습니다.
그는 희안하게 부르면 득달같이 오기는 잘 오데요.
화를 내며 한 마디했죠.
“당신이 한국인에게 장사를 안하겠다는 것은 인종 차별이다. 나는 당신의 행위를 시드니 시 당국에 정식으로 문제를 삼겠다. 호주인만 마실 수 있다고 했지만 저기 미국인부부도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자리를 일어났습니다.
입구를 나서는데 주인이 허겁지겁 달려 나오더니 붙잡습니다.
"매우 미안하게 되었다. 들어가서 맥주를 마셔도 된다“고 합니다.
나 참.. 역시 문제를 삼는다고하니까 겁이 났던게지요.
좌우간 내키진 않았지만 날씨도 후덥지근하고 갈증도 나고 해서 생맥주 한잔 마시고 나왔습니다.
그들은 행정제도가 잘 발달돼 있어서 시 당국에 고발이나 문제를 제기하면 아주 곤란한 모양이더군요.
더구나 당시 시드니 시장은 개방정책주의자로 외국관광객 유치 및 우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는데 이를 어기면 어떤 업소든 즉각 영업정지라고 하더군요.
미리 알았더라면 더 크게 혼을 내는 건데....후후
그래도 시드니는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입니다.
근교 높은 언덕에 올라가서 내려다 보는 시드니항구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랍니다. 높은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크고 작은 요트들이 수 없이 떠 다니는 장면은, 마치 수천마리 하얀 나비들이 바다 위를 떠 다니는 듯 군무를 보는 듯 합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기회 있으면 다녀들 오세요.
시드니 말고도 브리스 베인이나 멜번쪽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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