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본지는 장은재 기자의 추억의 여행기를 게재합니다. 바쁜 일상속에서 잠시동안 쉬어가는 여유를 갖고자 하는 의도에서 게재하는 추억의 여행이야기'는 독자여러분 마음에 조그마한 휴식을 던져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편집자주)    

 

미국의 휴스턴 잘 아시지요?
텍사스주의 남부도시인데 우주 발사기지가 있는 곳이지요.

LA서 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생긴 일입니다. US에어를 타고 갔죠. 밤 10시 마지막 비행기편이었는데 막차(?)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붐볐습니다. 남부로 가는 비행기여서 그런지 승객의 3분의 2정도가 흑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 안은 마치 우리네 옛날 시골길 달리던 완행 시외버스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먼저 내렸던 승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조차 미처 치우지 못하고 손님을 태우는 비행기...

바닥엔 팽개쳐진 신문지... 좌석 그물망엔 마시고 버린 빈 캔 등... 아무리 국내선이라고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2명씩 40줄 160명 타는 작은 비행기였습니다.
내 좌석을 찾아보니 맨 뒷좌석 화장실 바로 앞입니다... 기분이 찝찝했습니다.

일진이 안 좋았는지, 게다가 내 옆 좌석에 아주 거대비만 흑인남자가 좁은 통로를 겨우 비집고 오더니 턱 앉더라구요.천하장사 출신 K모씨의 2배 정도는 될 것 같았습니다. 에구! 오늘 밤여행은 망쳤다...하고 생각하는데 그는 나를 한번 힐끔 쳐다보더니 다리를 쫘악 벌리고 앉습니다. ㅠㅠ
창가에 앉은 나는 옴짝 달싹도 못하는 형국이었죠.

서너시간을 어떻게 견디나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데요. 그 당시 장기간 여행중이라 비행기 타는 게 신물이 났는데...

여행 때는 옆좌석 승객에 따라 분위기와 기분이 달라지거든요.

한밤중이었지만 기내식은 주더군요. 비닐 곽에 담은 햄버그와 야채샐러드입니다.
입맛도 깔깔하고 한밤중이라 먹기도 그렇고 해서 나중에 먹을려고 앞 좌석에 붙은 받침대를 내려 뜯지도 않고 그냥 놓아 두었거든요.

잠시 눈을 붙이다가 도착할 무렵 눈을 떴죠.
어? 그런데, 받침대에 놓아 둔 햄버거가 사라진거죠. 정확히 말해서 누군가가 먹어 치우고 빈곽만 달랑 있는 겁니다.

옆에 앉은 뚱뚱한 덩치한테 아주 조심스레(덩치에 압도돼) 물어 보았죠.

“익스큐즈미... 내 햄버그 못 봤나?...요”
"오! 봤다. 내가 먹었다.”
 엥? ..누구맘대로..?

“아니? 내껀데 귀하가 왜 먹었나.....요”
 “아 그건 니가 자고 있어서 안 먹는 줄 알았다..그래서 내가 대신 먹어주었다”하며 흰 이빨을 내 보이면서 조그만게 따지냐? 하는 표정이데요

아! 열이 오릅니다. 새벽부터... 그때가 새벽 1시쯤 됐습니다.
치사하게 먹는거 가지고 더 따지기도 그렇고, 그래봤자 큰 덩치에게 나만 얻어 맞을거 같고 해서 참았습니다(안 참으면 어쩔건데).

국내에서야 그 까짓거 누가 먹으면 어떻습니까.
그런데 외국여행을 하다보면 먹는 것에 신경이 많이 쓰여요. 대충 건너 뛰다간 굶는 수도 생기기 때문이죠. 특히 첫 방문지선 식당 찾기가 쉽지 않지요. 시간도 맟춰야지요. 돈도 아껴야지요.그래서 아침용으로 아껴 둔건데...

지나가는 스튜어디스(흑인 할머니였음)에게 햄버그 남은거 하나 달라고 했더니 남은 게 없답니다. 여분이 있었는데 손님들이 더 달라고 해서 다 나눠주다보니 하나도 안 남았답니다. ㅠㅠ

".......인간들" 남 생각은 쥐꼬리 만큼도 안하고 저거들끼리 다 먹어 치우다니...

여행을 더러 다녀 보았지만, 옆자리 손님의 기내식을 말도 없이 먹어 치우는 '용감한 분(?)'은 처음 봤습니다..
정말 황당했지요. 덩치만 아니라면 가만 안 두는 건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우먼컨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