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서 보여주는 볼들은 모두 고무로 만들어졌다. 이 볼의 정식 명칭은 구타페르카(GUTTA PERCHA)이다. 6백여년의 골프역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짧은 기간 존재한 이 볼은 1848년 나타나서 50년간 유행하다 1898년 사라졌다. 이 볼이 남긴 족적은 골프사에 한 획을 긋기에 충분했다.

이 고무볼은 세인트앤드루스 출신 패터슨에 의해 말레이시아산 고무를 원료로 만들어졌다.이 볼의 발명은 19세기 골프계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다. 수백년 간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졌던 비싼 가죽볼과 장인들의 생계를 끊어 놓았다. 가격면에서 가죽볼은 비교가 안됐다. 볼이 비싸서 골프를 치지 못했던 서민들이 골프장을 찾으면서 폭발적인 골프붐을 일으켰다.

이 볼은 골프채의 변화도 촉구했다. 수백년 간 롱노우즈, 즉 가죽볼에 맞추어진 기다란 클럽 헤드는 반발력이 큰 고무에 맞게 넓고 뭉툭하게 변형됐다. 골퍼들은 상처가 난 볼이 더 멀리나간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일부러 고무볼에다 상처를 냈다. 오늘 날에 볼의 표면에 무늬를넣는 딤플의 시작이다.

19세기 중반을 호령하던 고무볼은 오늘날 코어볼의 원조가 된 하스켈볼이 1898년 발명되면서 50년만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골프 수집가들의 손에 넘어간 이 볼들은 비록 사용되지는 않지만 진열장에서 건재하게 모셔지고있다. 딤플이 없거나 손으로 상처를 낸 초창기의 볼은백만원대를 호가한다. 반면 19세기 후반의 것들은 볼 한개당 4,5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우먼컨슈머= 이인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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