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 약관 해석, 인과 조사도 없이 보험금 지급 거절"

지난 5년간 NH농협생명의 보험금 부지급률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생명은 농업인안전보험을 독점 운영하고 있어 농업인의 사회안전망이 위협받고 있다. 

농업인안전보험은 농작업 중 재해가 일어나도 산재보험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농업인을 위해 1996년 도입된 정책보험이다. 정부가 보험료의 50% 이상, 지자체가 20~30%를 지원한다. 

올해는 농림부에서 농업인안전재해보험 사업에 964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여기에 지자체별 예산도 추가된다. 농작업 중 발생하는 사고는 즉시 농업인의 수입 저하로 이어지므로, NH생명보험은 농업인이 빈곤에 빠질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을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하지만 NH농협생명은 자의적인 약관해석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2016년 오이 농사 비닐하우스 주변에 예초작업하다 눈에 파편이 튀고, 증상이 점점 악화해 2019년 시력을 잃은 농업인의 사례가 있다. 

그러나 NH농협생명은 예초작업이 약관상 ‘농업작업’이 아니라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보험기간 내 장해 상태가 되었음에도, 계약종료 후 진단 확정이 나왔다는 이유도 부지급 사유였다. 사건에 대해 2021년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NH농협생명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NH농협생명은 재해와 사망 간의 인과가 있는지 따져보는 절차 자체를 거치지 않기도 했다. 계약자가 농업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입원 중에 사망했는데 진단서상 사인이 병사라는 이유, 또는 기저질환이 있다는 이유였다.

NH농협생명이 소비자의 권익을 부당하게 해쳤음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과징금 없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개선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보험금 분쟁에 관해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한 대법원 판례와 분조위 결정 사례가 이미 여럿 나와 있다. 그럼에도 NH농협생명은 상식 범주를 넘어선 자의적 결정으로 보험금을 부지급하고 있다. 

주 고객층인 고령의 농민이 상대적으로 법률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해서, 합당한 보험금 청구도 일단 거절하는 것이 아닌지 소비자들은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NH농협생명의 보험금 부지급률은 타 생명보험사에 비해 심각한 편으로, 최근 5년간 업계 최고를 기록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10대 생명보험사 중 NH농협생명의 보험금 부지급률은 1.3%로 가장 높았다. 이는 업계 평균보다 50% 이상 부지급 결정이 빈번했다는 뜻이다.

최근 3년간 NH농협생명의 모집 채널별 부지급 건수와 부지급률을 보면 방카슈랑스가 2822건(89.3%)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고령의 농업인들이 지역농협 창구에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부지급 사유로는 약관상 면·부책이 2426건(76.8%), 고지의무 위반이 677건(21.4%) 순이었다.

농업인이 작업 중에 기초적 안전보장을 받기 위한 선택지는 NH농협생명이 취급하는 상품 이외에 없다. 그러나 농업인안전보험을 독점 판매하며 80% 내외의 공적자금이 투입됨에도 NH농협생명은 부지급률이 현저히 높다. 국민의 사회 안전을 보장하는 제도가 민간 보험사를 먹여 살리는 데 쓰이는 것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NH농협생명은 자의적 약관해석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지 말고,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농업인에게 합당한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농업인안전보험을 민간 보험사에 위탁하지 않고 산재보험과 같은 공적보험으로 통합 운영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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