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원인 공개해 소비자 우려 없애야"

최근 10년 동안 글로벌 1위 가전업체인 LG전자 에어컨이 경쟁사인 삼성전자 에어컨보다도 2배 많은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컨 실외기 등을 포함한 다요인 화재로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화재 원인은 ‘깜깜이’다. 소비자들이 화재 원인을 알고 싶어도 해당 정보에 대해 소비자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는 탓이다. 소비자들은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는 상황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LG전자가 에어컨 화재 내역 정보를 상시 공개하고, 화재 사고 관리 매뉴얼 강화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서울시와 소방청의 ‘제조사별 에어컨 화재 현황’ 자료를 분석한 MTN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국내 제조사 가운데 LG전자 에어컨에서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발생 건수가 경쟁사 삼성의 2배에 이르고 있지만, LG의 확실한 대응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화재가 늘어난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증폭되고 있다.

주요 브랜드 에어컨 화재 발생 건수
주요 브랜드 에어컨 화재 발생 건수

실제 2018년부터 삼성 에어컨 화재 대비 LG 에어컨의 화재 건수는 1.6배에서 2배까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소방청이 밝힌 에어컨 화재의 발화 원인(2013년~2022년)으로는 전기적 요인이 1521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계적 요인도 193건이나 됐다. 

전기적 요인이 큰 것은 주로 노후한 에어컨과 실외기 쪽에서 발생한 것으로 모든 제조사가 마찬가지다. 전기적 요인이 많다고 해서 소비자 주의와 관리 소홀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제품 결함에 의한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년 평균 20건 정도의 기계적 요인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에 비해 훨씬 많은 에어컨을 팔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화재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GFK코리아(Growth from Knowledge Korea)에 따르면,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은 해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삼성전자가 약 40%를 차지해 LG전자와 거의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의 말대로 판매량이 삼성을 압도한다면 판매 정보를 공개하면 될 일이다.

특히, 에어컨 화재 사고는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발생시키는 만큼, 화재 원인을 소비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LG전자는 어떤 경위로 어떤 형태의 화재가 일어났는지 소비자에게 명확히 알려주지 않고 있다. 해당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청하고 싶어도 해당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권은 확보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 2020년에는 서울시가 화재 현황과 관련된 에어컨 제조사명을 공개하려 했지만, LG전자는 서울시를 상대로 5명의 사내 변호사를 붙여 소송을 걸어 이를 막으려고 했을 정도다. 이후 1심에서 패소한 LG전자는 항소를 통해 3년여를 질질 끌다 결국 2심 소송을 취하했고, 제조사명을 공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

이뿐만이 아니다. LG전자는 에어컨 화재의 대부분이 제품 결함이 아닌 소비자 책임으로 돌리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화재사고가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책임은 제조사에 있다.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하는 에어컨 실외기 역시 LG전자가 생산하는 만큼 화재 원인이 LG전자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화재 사고는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소비자의 알 권리는 반드시 보장하고, 단 한 명의 고객에게도 최선을 다한다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LG전자는 에어컨 제조 일자에 따른 화재 발생 원인에 대해 매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원인에 대한 대응 대책 수립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나아가 대응조치 후 개선된 상황에 대해 소비자에게 주기적(매년)으로 알려야 한다”며 “AS보증기간(2년→4년)을 늘리고 필수 점검 서비스를 년1회 이상 받도록 하는 등 책임 있는 조처를 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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