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식 모델3 퍼포먼스, 2열 비상탈출장치 미장착 “명백한 위법”

비상상황 발생 시 차량안전 설계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큰 시기임에도 2020년식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는 사고로 전력 공급이 끊기면 뒷좌석 문을 내부에서 열 수 없게 설계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테슬라 차량 화재사고는 올해에만 벌써 2건 발생했다. 지난 7일 ‘모델X’ 차량이 주차 상태에서 갑자기 불길에 휩싸인 데 이어, 9일에는 국도를 달리던 테슬라 전기차에서 불이 나 차량이 전소됐다. 

전기차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외부 충격을 받아 손상되거나 과전류가 흐르면 단시간 내 700도까지 오르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화재진압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테슬라 모델3의 비상탈출장치 미비는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 
 
한국교통공단의 최근 4년간(2017.6.28.~2021.7.31.) 테슬라 관련 결함 신고·무상 점검·수리 내용을 보면, 2020년식 모델3 퍼포먼스 차량의 2열에는 비상탈출장치가 미장착됐고, 사고 발생 시 1열로 탈출하는 방법밖에 없다.(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 제공) 위급 상황에서 유일한 탈출구인 앞 좌석마저 비상탈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탈출장치 개방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안전과 생명의 위험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자동차 규칙 위반 사항이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자동차 규칙)에 따르면, 차량 충돌 시 승객 보호 기준에 따라 문의 잠금장치 기능은 해제돼야 한다. 충돌 후 모든 승객이 공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좌석 열당 1개 이상의 문이 열려야 한다.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 차량은 이를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
 
모델3만의 문제가 아니다. 테슬라의 다른 차종인 모델X와 모델S 역시 뒷좌석 탈출이 어렵게 설계돼 있다. 전력이 끊기면 모델X는 뒷문 아랫부분 스피커 덮개를 제거한 뒤 케이블을 당겨야 하고, 모델S는 뒷좌석 바닥 덮개를 젖혀 케이블을 당기게 돼 있다. 사고 등 긴박한 상황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부상자, 어린이, 노약자 등에게 공구를 찾아 스피커를 제거하고 탈출하라고 하는 것은 목숨을 내놓고 타라고 하는 것과 같다.
 
실제 2020년 12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모델 X 차량이 주차장 벽면을 부딪치고 발생한 화재사건도 당시 밖에서 문을 열 수 없는 차량구조 때문에 탑승자가 사망에 이르렀던 경우다. 

소방 관계자는 “조수석 문이 심하게 파손돼 열 수 없는 상태였다. 뒷좌석 쪽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손잡이가 없었고 문이 날개처럼 위아래로 여닫는 구조여서 소방대가 뜯어내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 9일 세종시에서 발생한 테슬라 사고도 당시 운전자가 불타는 차량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주변에 있던 시민이 창문을 깨고 끌어낼 수밖에 없었다. 위기의 순간, 전기차의 문이 열리지 않거나 복잡한 탈출 방법으로 인해 인명 피해를 키우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0년식에 없던 2열 비상탈출장치가 최근 출시되는 모델3에는 장착되고 있다. 뒷좌석의 도어 하단 고무패드를 제거하고 수동 개폐 장치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뚜껑을 연 다음, 안에 있는 케이블을 당기면 열리는 구조다. 

하지만, 골든타임 내 차량 문을 쉽게 열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테슬라는 우선적으로 국내에 시판된 2020년식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 차량에 대한 안전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한다. 아울러 전 차종에 대해 쉽고 간편하게 열 수 있는 비상탈출장치를 도입해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해당 차량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전기차를 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을 테슬라에 촉구했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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