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인문학(33)] 가장 극적인 알바트로스, 누가 기록했을까
  • 이인세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5.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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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컨슈머 이인세 칼럼] 알바트로스를 공식적으로 기록한 골퍼는 20명도 채 안된다. 그 중 가장 극적이고 역사에 회자 되는 알바트로스는  1935년 진 사라센이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떤 알바트로스였을까.

알바트로스를 기록한 진 사라센
알바트로스를 기록한 진 사라센

1935년 4월 8일 조지아주의 어거스타 에서 ‘어거스타 내셔널 인비테 이셔널’의 마지막 4 라운드가 열리는 날이었다. 2회째인 이 대회는 아직까지 마스터즈라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채 초청대회로 치러지고 있었다. 앞 조에서 치고 있는 크레이그 우드가 2백 9타로 선두였고,  2백 12타로 4위에 올라있던 진 사라센이 맨 마지막조에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선두 크레이그는 마지막 날에도 연속 버디를 잡는 등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진 사라센으로부터 계속 3타차로 도망가고 있었다. 전반 나인에서 1오버파를 친 진은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14홀 티박스에 올랐을 때는 건너편 18번 홀에서 관중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마저 들렸다. 

크레이그가 버디를 기록하며 2타차로 따라붙은 진을 다시 3타차로 벌려놓고 있었던 것이다. 진이 이기기 위해서는 남은 다섯홀 중 4홀에서 줄버디를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같은 조에서 동행하던 월터 하겐마저 진 사라센에게 위로의 말까지 건네는 상황이었다.

15홀은 마지막 남은 파 5홀이었다. 야유섞인 월터의 충고에 고개만 끄덕이며 응수한 진은 앞의 전경을 휙 쳐다보고는 오히려 경쾌하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볼은 2백 65야드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떨어졌다. 남은 거리는 2백30야드. 얄미웠던 하겐과 멀찌감치 거리를 둔채 무표정으로 볼을 향해 걸어가던 진은 이번 홀에서 승부수를 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우드로 공략 한다면 이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였다. 진은 이 날 한 번도 사용치 않았던 4번 스푼을 꺼냈다. 아주 짧은 찰나에 잠깐 눈을 지긋이 감았던 그는 볼 앞에 서서 주저없이 스윙을 했다. 하지만 이제 까지 한 적이 없었던 아주 부드러운 스윙, 그러면서도 무아지경에 이르는 회심의 스윙이라고 그는 스스로 생각했다. 볼은 거침없이 호수를 가로질러 그린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클럽하우스에서 먼 발치로 경기를 지켜보던 이 대회의 주최인 보비 존스가 종종걸음으로 15 홀로 향한 시각은 진이 세컨샷을 위해 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어드레스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보비는 진이 큰 것을 노리지않을까하는 예감을 한 것이었다. 15홀에는 훗날 골프 영웅이 될 나이 어린 바이런 넬슨도 나와있었다. 진정한 프로이면서 한조로 경기를 하고 있는 월터 하겐과 이미 은퇴를 해 이 대회를 준비한 골프의 전설 보비 존스, 그리고 몇 년 후 다가올 세대의 바이런 넬슨과 이날의 주인공 사라센 등 당대 최고의 골퍼 4명이 15번 홀에 함께 자리를 한 것이었다.

골프사에서 역사적인 사건을 일으킬 볼은 화살처럼 물을 가로 지른 다음 그린에 떨어졌다. 갤러리들은 어느 정도 홀 컵에 가까워져서 이글을 할 수있느냐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그린에서 두번을 튄 볼은 주저없이 홀 컵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누구도 상상치 못한 일이었다. 순간 모두 입을 열지 못한채 15번 홀은 고요 그 자체였다. 남은 4홀 중 3홀에서 버디를 해야 동점을 이루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단 한번의 샷으로 3타를 따라 잡아 동타가 돼버린 것이었다. 파5에서 세컨 샷으로 홀인을 한 더블 이글, 이른바 알바트로스였다. 

홀 컵에 볼이 들어간지 몇초가 지나서야 갤러리들의 함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보비 존스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음날 36홀 플레이오프가 치러졌고 상승세를 탄 진은 5타차, 1백44타로 결국 승리를 하면서 진은 역사상 가장 극적인 알바트로스를 기록한 주인공이 됐다.
    
이 기록은 몇년 뒤에 조지아주의 어거스타 내셔널에서 치러지는 이 대회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알바트로스가 이루어지던 15홀에서 진 사라센과 당대의 풍운아인 괴짜 프로 월터 하겐이 같은 조로 경기를 하고 있었다. 이들의 대화를 인용한 당시 언론들에 의하면 드라이버를 페어웨이에 올려놓은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면서 월터가 진에게 “이제 그만  선두를 포기를 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위로 겸 충고의 말을 건넸다.

말은 위로였지만, 반항적인 기질과 직언을 잘 하는 월터의 성격으로 봐선 4홀을 남겨놓은 상황 에서 선두와 벌어진 ‘3타를 따라붙이기엔 너무 벅차니까 그냥 경기나 즐기라’는 야유섞인 말투로 들리기에 충분하다고 진은 생각했다. 하지만 냉정을 가다듬으며 진은 월터의 야유를 받아쳤다. “글쎄, 볼이란 어디로 날아갈 지 모르고 골프는 18홀이 끝나야 비로서 아는 법”이라며 월터를 향해 쏘아 붙인 것이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진은 4번 우드를 당당히 꺼내들었다. 월터의 빈정 상한 말투가 진으로 하여금 승부수를 띄우게 한 계기가 된 것이다.

월터의 야유에 보답이라도 하듯 기적같은 알바트로스는 이루어졌고, 무려 3타를 앞서가던 선두 크레이그 우드의 발목을 잡으며 동타를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옆에서 진의 세컨 스윙을 지켜보던 월터 하겐은 멋쩍어 하면서 딴전만 피우고 있었지만 막상 알바트로스가 나오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못믿을 표정을 지었다. 극적인 한방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간 진이 결국 우승을 하자, 아직도 어거스타 내셔널 인비테이셔널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진 이 초청대회는 순식간에 언론과 골프팬들에 의해 전세계 방방곡곡으로 유명세를 타버렸다.
 
보비 존스의 바램대로 1939년부터 이 초청대회는 비로서 마스터즈라고 명명되면서 당당히 4대 메이저의 하나로 등극하게 된다. 21세기 현재 이 마스터즈 대회는 모든 프로선수들이 참가하고 싶어하는 대회로 자리잡는다. 마스터즈를 오늘날의 대회로 만든 일등공신인 진 사라센에게 그토록 자신이 만든 골프장에서 치러지는 대회가 세계 제일의 대회로 만들어지기를 갈망한 보비 존스는 하늘에서 감사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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