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아야할 피해자 오히려 비하발언·따돌림·해고 겪어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야간 빌딩 청소를 하는 60대 A씨는 남자 동료에게 “넌 내꺼야”라는 발언을 듣고 성추행을 당했다.

A씨는 “또 다시 성추행 하려고해서 대걸레를 흔들며 쫓아냈다. 감독에게 이야기했으나 오히려 나를 그만두게 하겠다며 화해하라고 했다”면서 “해고가 두려웠지만 동료의 조언으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안내로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성희롱 진정을 했지만 근로감독관은 ‘회사에 연락하니 가해자 대기 중이라 나중에 처리하겠다. 온 김에 취하서를 쓰고 가라’고 말했다”면서 “노동청에서 잘 처리해줄 것을 기대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 상사가 성추행해 회사에 알린 B씨는 “행위자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퇴사하기로 했는데 임원진이 관련 사실을 알고도 내게도 ‘품위유지위반’으로 징계를 내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지난해 서울, 인천, 부천, 수원, 안산, 전북, 광주, 대구, 마산창원, 부산 등 평등의 전화에서 상담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총 3,092건이 접수됐으며 이중 여성 상담은 2,864건이라고 6일 밝혔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제공)

2,864건 중 근로조건 상담 962건,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모성권 상담은 867건이었으며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상담은 692건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상담은 2016년 454건에서 2017년 692건으로 증가했다.

사회 전반적인 미투운동(ME TOO) 확산 등으로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알리는 여성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성희롱 상담 692건 중 육체·언어, 언어·시각, 육체·시각, 육체·언어·시각 등 복합적으로 피해를 가하는 성희롱 유형은 41.8%로 나타났다.

여성노동자회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젊은 여성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낸 연령대는 20대지만 30대, 50대 이상도 ‘성희롱’관련 상담을 했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피해자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는다 하더라도 처리 결과가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고용부에 접수된 성희롱 관련 사건은 2012년 249건에서 2016년 556건으로 2배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검찰 기소 건은 단 9건에 불과했다. 시정조치 또한 대부분 진정취하 또는 시정완료에 그치는 수준이다.

“성희롱 당했다” 말한 피해자가 오히려 ‘행실이 이상한 사람’, ‘네가 꼬리쳐서 그렇게 된 것 아니냐’는 등의 발언, ‘합의금을 요구한다’는 꽃뱀 낙인,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 폭언, 폭행, 업무상 불이익, 해고 등의 불리한 조치를 당하기도 한다. 보호받아야할 피해자가 오히려 2차, 3차 피해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실이 알려지거나 피해 처리를 요구하면 가해자 입장에서 ‘너를 아껴서 그랬을 것’이라 하고 피해자에게는 ‘작은 일에 예민한 사람’, ‘참을성 없는 사람’ 등으로 조직 내 외면을 받기도 한다.

피해자가 명예훼손이나 무고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직장 내 성희로 사건에 있어 ‘사실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지 않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공공 및 민간 부문 모두를 포괄하는 범정부 차원의 성희롱, 성폭력 대응체계를 마련해 체계적인 대책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면서도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경찰, 검찰의 각 담당자들이 가해자 관점으로 미뤄 짐작해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고용노동부에 성평등 관점으로 업무를 담당할 전담근로감독관이 확충돼야한다”고 덧붙였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 14조 6

사업주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파면, 해임, 해고, 그 밖에 신분상실에 해당하는 불이익 조치
2. 징계, 정직, 감봉, 강등, 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조치
3.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그 밖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
4. 성과평가 또는 동료평가 등에서 차별이나 그에 따른 임금 또는 상여금 등의 차별 지급
5. 직업능력 개발 및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기회의 제한
6.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거나 그 행위의 발생을 방치하는 행위
7. 그 밖에 신고를 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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