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물 표시 의무화 담은 ‘가짜 AI 광고 방지법’, 플랫폼 책임·통합 관리체계까지 서둘러야

최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가짜 의사’ 광고가 확산되며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법적 의무가 부재한 틈을 타 AI 기술이 허위·과장 광고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으나, 현행 제도로는 실질적인 제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박정훈 국회의원이 이른바 ‘가짜 AI 광고 방지법’을 발의하고,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플랫폼 책임 강화와 정부 차원의 통합 관리체계 구축 등 4대 정책 과제를 제안하며 소비자 보호 중심의 제도 정비를 촉구하고 나섰다.

가짜 AI 광고는 이미 현실이 된 소비자 기만행위다. 최근 온라인과 SNS, 유튜브 쇼츠 등에서 AI가 생성한 ‘가짜 의사’가 흰 가운을 걸치고 등장해 특정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을 추천하는 영상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이들은 “단기간 체중 감량 가능”, “면역력 강화에 탁월한 효과” 등 검증되지 않은 표현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며, 의료 전문가의 조언처럼 포장된 허위 정보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파고든다.

실제 김남희 국회의원실이 2025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와 헬스조선(2025년 9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AI로 생성된 인물이 의사처럼 등장하는 ‘가짜 의사 광고’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화면 속 인물은 외형뿐 아니라 말투, 표정, 설명 방식까지 실제 의료인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정교하게 구현돼, 일반 소비자가 진위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AI가 만든 광고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잘못된 건강 판단을 하거나 불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단순한 허위·과장 표현을 넘어 전문가의 권위를 악용하는 고도화된 디지털 사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현행 법제도는 이러한 위험을 충분히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 법률에는 AI로 제작된 콘텐츠에 대해 ‘AI 생성물’임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AI 허위 광고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AI 생성물 표시 의무’라는 근거 조항이 없어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반복돼 왔다.

그 사이 소비자는 AI 기술이 상업적·광고 목적으로 악용되는 환경 속에서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왔다는 것이 소비자단체의 지적이다.

이 같은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박정훈 국회의원은 2025년 10월 28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언론에서 ‘가짜 AI 광고 방지법’ 또는 ‘AI 가짜 의사 광고 방지법’으로 불리는 해당 개정안은 AI를 활용한 광고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 관행에 제동을 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제50조의9 신설이다. 인공지능시스템이 생성한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음향·이미지·영상(‘인공지능 생성물’)을 광고성 정보에 활용할 경우,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에 따른 고지·표시를 훼손하거나 위·변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즉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위 규정을 위반한 광고성 정보가 확인될 경우, 지체 없이 그 내용을 삭제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위반 시에는 제76조를 통해 제재 근거를 마련했으며, 법 시행일은 2026년 1월 22일로 규정했다.

소비자단체는 이번 개정안이 ‘누가 정보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AI 생성물임을 명확히 표시하면 소비자는 사람과 AI가 만든 콘텐츠를 구분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정보의 신뢰성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알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특히 전문가 이미지를 모사한 가짜 AI 광고의 경우, 출처 표시만으로도 상당 부분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번 법안 발의를 환영하면서도, AI 허위·과장 광고 문제를 뿌리부터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도 높은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표시 의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광고주·플랫폼·정부·민간이 함께 책임을 나누는 구조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먼저,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가짜 AI 광고 방지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와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 마련을 요구했다. 이미 AI 기반 허위 광고로 인한 피해 사례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법안 논의를 지연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표시 의무를 위반하거나 이를 고의로 훼손한 광고주에 대해선 강력한 행정처분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플랫폼 사업자 역시 삭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명확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둘째, 플랫폼 사업자의 사전 검증 및 사후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가짜 AI 광고는 SNS, 유튜브, 쇼츠 등 플랫폼 중심으로 ‘순식간에 확산되는’ 특성을 가진다. 이에 따라 플랫폼은 광고 게재 단계에서부터 AI 생성물 여부를 자동으로 탐지·표시할 수 있는 기술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용자가 신고한 광고에 대해서는 실시간에 가까운 차단·삭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단체의 요구다.

셋째, 정부 차원의 통합 관리체계 구축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AI 허위 광고 문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여러 부처의 소관과 맞닿아 있지만, 부처 간 역할 분담과 통합 기준은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AI 광고 표시 기준, 경고 문구, 소비자 대상 홍보 캠페인, 위반 시 제재 수위 등을 아우르는 ‘AI 광고 종합 로드맵’을 관계 부처가 공동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넷째, 민관 협력 감시체계의 제도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단체가 AI 허위·과장 광고 감시와 피해 신고, 정책 제안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소비자 피해를 가장 먼저 포착하는 단체와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책과 규제에 직접 반영될 때, AI 광고 시장에 대한 감시망이 촘촘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I 기술은 분명 사회 혁신을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그 도구가 소비자의 신뢰를 악용하는 방향으로 쓰인다면, 기술 발전의 의미는 순식간에 퇴색할 수밖에 없다.

AI 시대의 진정한 진보는 ‘얼마나 정교하게 속일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투명하게 알리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가짜 AI 광고를 방치한다면 소비자는 물론이고 의료계, 광고시장,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신뢰까지 함께 무너질 수 있다. 이제는 국회, 정부, 기업, 플랫폼, 그리고 소비자단체가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할 때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AI 기술이 사회적 신뢰 속에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소비자 권리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제도 개선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히며, ‘가짜 AI 광고 방지법’이 소비자 보호 중심의 실효적 제도로 자리 잡을 때까지 감시와 제안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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