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엔 눈치 보고, 투자자는 외면…매매수수료만 챙기면 그만

미래에셋 등 국내 증권사 상위 10개 사에서 나오는 리포트 10장 중 9장은 ‘매수 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증권사의 평균적인 수준을 넘어 강하게 매수를 추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주가가 급락하는 시기에도 매수 리포트가 90%였을 정도다. 투자자들이 고점에서 손해를 보든 말든 일단 매수하고 보라는 식으로 증권사가 투자자를 현혹하는 것이다. 

금융시장은 여러 경제변수뿐 아니라 국제 정세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투자자가 이익을 얻기 매우 어렵다. 증권사에서 투자를 돕기 위해 분석자료를 발표하는 이유다. 

소위 ‘리포트’라 불리는 이 자료에는 특정 종목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투자 등급(의견)을 ‘매수’, ‘보유’, ‘매도’ 중 하나로 표시하고 있다. 매수 의견이 붙은 종목은 증권사가 추천하는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1년간 46개 증권사 투자 등급 비중의 평균을 보면 매수 의견은 83.7%, 중립(보유) 의견은 12.3%, 매도 의견은 4.0%였다. 그중 28개 증권사는 1년간 매도 리포트를 전혀 내지 않았으며, 심지어 6개 증권사는 일체의 보유 또는 매도 의견 없이 모든 리포트가 매수 의견이었다.

상위 10개 증권사로 범위를 좁혀보면 매도 의견은 0.1%에 불과했다. 규모가 큰 증권사는 전체 평균 수준에 비해 매도 의견을 40배나 적게 내는 것이다. 

반면, 매수 의견은 90.5%, 중립(보유) 의견은 9.4%였다. 매수 의견 비중은 미래에셋이 97.0%로 가장 높았고,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도 90% 중반대로 높은 매수 의견 비중을 보였다.

최근 1년간 증시가 회복되는 추세에 있었기에 매수 리포트가 많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전 1년간(2021.06~2022.06) 코스피지수가 30%가량 하락할 때 상위 10개 증권사에서 나온 리포트도 매수 의견이 90.0%였다. 

중립(보유) 의견은 약 10%였고 매도 의견은 고작 0.1%에 불과했다. 미래에셋에서 나온 한두 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9개 증권사에서는 단 한 번도 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았다.

최근 DB금융투자 소속 애널리스트가 주식을 사전 매입하고 매수 리포트를 내서 부당이득을 얻어 검찰로 송치됐다. 이 사건뿐만이 아니라 애널리스트의 시세조종은 우리 금융시장의 오래된 문제다. 

하지만 시세조종 의도가 없더라도 하락장에서조차 과도하게 높은 매수 리포트 비중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주식시장에 갓 들어온 투자자 정도가 접근성이 좋은 증권사 리포트를 참고하는 실정이다. 이들은 하락장에서 증권사 말만 믿고 고점에서 매수했다가 ‘설거지’ 당하기 일쑤다.

증권사는 기업과 해당 기업 투자자의 눈치를 보느라 매도 리포트를 쓰기 어렵다고 변명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신규 투자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다. 손실을 보든 말든 매매수수료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잠재 고객을 돈 뜯어낼 대상으로 생각하고 무시하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증권사의 행태에 금융소비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증권사는 이런 식으로 매수 리포트를 남발할 바에는 차라리 리서치 부서를 운영하지 말아야 한다. 상세한 분석과 고민 없이 매수 리포트를 쏟아내는 증권사 리서치 부서는 카카오톡 주식 리딩방 수준이나 다름없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증권사가 스스로를 유사 투자자문업자와 동일시하는 꼴이다. 앞으로도 무책임한 매수 리포트 일색으로 금융소비자를 기만한다면, 어느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주는 리포트를 많이 냈는지 철저히 밝혀낼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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