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350여 명, 피해액 약 1030억 원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인 델리오·하루인베스트가 입출금을 중단시켜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는 투자자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가상자산을 일정 기간 락업(lock-up)하면 이자를 가상자산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즉 투자자가 묶어두기로 설정한 예치 기간 안에는 해지할 수 없는 가상자산 예금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 락업 기간이 길수록 더 높은 연이자를 제공한다.

하루인베스트는 전용 지갑에 가상자산을 입금해 두면 최대 연 6.1%의 이자를 지급하며, 지갑에 입금한 가상자산을 락업하면 기간(15~365일)에 따라 최대 연 12%의 이자를 지급한다고 광고했다. 차익거래, 시장중립전략, 시간스프레드, ‘최신거래전략’ 등으로 수익을 내어 이자를 예치자에게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인베스트에서 지난 13일 돌연 입출금이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하루인베스트 피해자 대표단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자는 350여명, 피해액은 약 1030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운용사는 당국의 감독 대상이 아니다”라고 할 뿐이었다. 현행 법률하에서 피해자들은 하루인베스트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투자자들의 피해는 하루인베스트에서 그치지 않았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인 델리오는 하루인베스트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투자자가 가상자산을 락업하면 최대 연 10%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델리오는 투자자가 예치한 자산을 다시 하루인베스트에 락업했다. 하루인베스트가 입출금 중단 사태에 빠지자 이튿날 델리오 역시 입출금을 중단했다. 투자자들이 제기한 의문에 델리오는 하루인베스트에 예치한 구체적인 자산규모에 대해서는 밝히고 있지 않다.

델리오·하루인베스트 사태에서 알 수 있듯, 가상자산 업계는 군소 업체가 난립해 서로 많은 단계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기 일쑤다. 전통적인 금융산업에 비해 규제와 관리·감독이 덜한 신생 분야이기 때문이다. 

고리의 한쪽이 끊어지면 얽혀 있던 모든 부분이 무너지지만 금융소비자는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없다. 단순히 ‘위험한 곳에 투자하지 말라’는 당부로는 턱없이 모자라다. 그 말로도 충분했다면 세상에 금융사기라는 말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 달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해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첫걸음이 시작됐다. 가상자산사업자의 예치금 보호, 보험 가입 등이 의무화된다.

그러나 아직 규제의 초기 단계인 만큼 미비한 법망을 피해가며 투자자를 현혹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작은 규모라도 가상자산 업권을 전담 감독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모든 가상자산 투자상품에 대해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위험성을 투자자가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 블록체인 상에서 발생하는 일정 규모 이상 거래를 상시 모니터링하여 금융사고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만연한 금융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해외 공조수사 등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기꾼에게 엄벌을 내리도록 형량이 강화돼야 한다”며 “금융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 만들어져야 국내 가상자산 업계도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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