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약자가 안전하다면 그 사회는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는 것”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장애인 거주시설은 장애인의 선택과 욕구에 따라 다양화 및 특성화로 변화 발전해서 이용 장애인의 삶을 보다 온전히 지원해야 한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정석왕 회장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연이은 시위에 대해 “전장연은 지하철 시위와 각종 활동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을 감옥으로 지칭해 그간의 장애인 거주시설의 노력을 비하하고 시설 종사자뿐 아니라 이용 장애인과 그 부모에게도 불명예와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전장연은 전체 장애인을 대변하는 단체가 아님에도 마치 장애인 전체의 권익을 대변하는 양 불법적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로지 전장연의 이익만을 위해 지하철 시위로 시민을 볼모로 삼고 있으며 돌봄이 있어야 하는 장애인을 위해 노력하는 장애인 거주시설 예산을 자신들만을 위한 예산으로 장악하려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일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문제를 부풀려 모든 시설의 문제인 양 드러내고 이를 빌미로 시설 폐쇄 요구 및 시설이 각종 조사를 받게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 조사에 대해서는 강압 및 표적 수사라며 강하게 거부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모양새다”라고 꼬집었다. 
 
정석왕 회장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애 당사자로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더욱 진정성 있고 성숙한 자세로 지혜를 모으는 일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이하 일문 답)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사진 중앙)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월 23일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서울420장애인차별철폐연대 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하는 가운데 시위 현장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전장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사진 중앙)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월 23일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서울420장애인차별철폐연대 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하는 가운데 시위 현장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전장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소개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1983년 설립 허가를 득한 사단법인으로서 현재 17개 시도협회 및 전국 900여 개 장애인 거주시설과 함께 장애인의 권익향상 및 장애인 복지시설 발전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거주 공간을 활용하여 일반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정기간 거주·요양·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곳이다.

그동안 장애인 거주시설은 이용 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지원에 혼신의 힘을 다해 왔다. 정부의 지원도 없고 생존을 위협받던 시기부터 돌봄을 넘어 자립까지 스스로 변화하며 길을 열고 개척해 왔다.

이것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들의 남다른 가치와 철학, 그리고 순수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큰 비용이 필요해 보인다. 운영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는가

예산의 90%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 나머지 5%는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가 아닌 일반 입소자와 기타 후원금으로 조달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90%라고는 하지만 수급자의 최저생계비 수준이어서 장애인의 문화 활동이라든지 충분한 치료나 여가 활동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근무하는 종사자 채용이 매우 어렵다. 사회복지사들이 교대 근무를 꺼리는 현상 때문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3만명 정도 되고 근무하는 종사자는 2만명이다. 서너 배 더 많은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많은 수가 부족하다. 교대 근무해야 하므로 선진국에서는 장애인보다 종사자가 훨씬 더 많다. 거기에 맞춘다면 6만여 명의 종사자가 더 필요한 셈이다. 

심각한 것은 종사자 한 명이 4~5명을 케어해야 하는 상황이라 거기서 오는 피로감과 스트레스 등이 인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어려운 점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확대를 못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 간 또는 직원과 장애인 간에 갈등과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본다. 

여기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들이나 갈등으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들을 언론에서 이런 부분을 부각하다 보니 시설 전체가 문제 있는 것으로 보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들의 인권 교육을 강화하는 등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계속 지적하면서 시설을 없애자고 하는 것 때문에 정부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을 지원하는 양성화 정책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청역 지하철 시위 현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청역 지하철 시위 현장.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를 어떻게 보는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장애인 거주시설을 감옥으로 표현해 그간의 장애인 거주시설의 노력을 비하하고 시설 종사자뿐 아니라 이용 장애인과 그 부모에게 불명예와 자괴감을 느끼게 한 것에 대해 즉각 사죄해야 한다. 

또한 시민을 볼모로 삼고 장애인 거주시설을 폄훼해 자신들의 사리사욕만을 채우려는 지하철 시위를 즉각 중단하고, 떳떳하다면 서울시의 조사에 충실히 임해야 한다. 

-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의 앞으로 나아갈 방향

지금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해서는 찬반 이분법의 갈등 속에 있다. 최근 총회 때 결의한 바가 있는데 그 결의한 내용은 지금의 현재 시스템에서 변화하자는 것이다. 변화를 어떻게 하냐면 다양화하고 특성화하는 것이다. 다양화하자는 건 현재 시스템의 거주시설만 하는 게 아니라 아파트, 빌라, 주택 등에서도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주거환경을 마련해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다음에 특성화하자는 건 고령 장애인과 뇌 병변 특화된 시설, 아동 장애인 시설, 자폐 장애인 등을 위한 스페셜한 시설을 하자는 것이다. 

법과 규정도 이렇게 다양화되고 특성화될 수 있도록 하고 시설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아니라 퍼즐 맞추기처럼 장애인의 직업 재활, 돌봄, 교육, 의료, 장애인 소득, 장애인 보장구, 장애 여성의 출산 등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총정리가 돼야 하는데 정부는 예산이 없고, 단체들은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장애 유형이 15개인 것처럼 장애인 단체도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가 큰 단체 쪽으로 예산이 쏠리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 끝으로 한 말씀

성경에 가르침이 있다. 100마리의 양을 기르는 양치기가 99마리의 양을 놔두고 한 마리 잃어버린 양을 찾으러 간다. 그 이유는 잃어버린 양 한 마리가 안전하면 100마리가 다 안전하기 때문이다. 

즉 사회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어려운 사람을 구제할 수 있다면 그 위에 있는 사람들도 다 안전한 것이다. 가장 약자가 안전하다면 그 사회는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강력한 옹호자’가 되는 것이 저의 비전이고 꿈이다.

우리는 100m 달리기를 마라톤 인구가 하는 무한 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서 휴머니즘을 회복하는 게 한국 사회의 치료 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종사자들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거주시설에 그 무한 경쟁의 릴레이 레이스에서 벗어나서 우리 거주시설의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이 사회가 복지사회가 될 때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사회가 될 때까지 같이 노력하면 좋겠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저작권자 © 우먼컨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