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예산 75% 이상이 폐기물 연·원료 시설 확충에 집중

최근 염소더스트 불법매립으로 논란이 됐던 시멘트 업체의 ‘ESG 경영’도 반환경적 행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멘트 업계는 지난 2021년 3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실현에 맞춰 순환자원 재활용 극대화, 온실가스 감축 등을 목표로 하는 ‘ESG 경영’을 선언했다. 앞다퉈 수천억 원의 각종 시설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상은 폐기물 투입량 확대를 위한 시설투자 비용이 대부분이다. ‘탄소 중립’을 빙자해 폐기물 시멘트 생산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에 불과하다.

시멘트 업체에서 ‘ESG 경영’을 선언하며 발표한 보도자료를 토대로 주요 투자 계획을 분석한 결과 7개 시멘트 업계의 ‘ESG 경영’과 관련한 총투자 금액은 1조 4302억 원이다. 이 중 74%인 1조 650억 원이 폐기물 연·원료 시설 확충에 집중돼 있다. 

순환자원(폐기물) 속 이물질을 제거하고, 기존의 순환자원 연료 보관시설과 이송라인을 증설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쉽게 말해 순환자원을 대체연료로 활용할 때 안정적으로 연료를 공급할 수 있게 해주는 설비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다. 

순환자원 이용을 위한 설비 투자는 기존 연료인 유연탄을 폐합성수지 등의 가연성 폐기물로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시멘트 업체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냉각시설 여과집진기 교체 및 대기오염물질 배출 방지시설 유지보수 등 오염물질 저감 설비는 총 투자 예산 중 9%인 125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인 환경개선 노력 없이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처럼 눈속임하는 것에 불과하다. 

가연성 폐기물을 연료로 대체하면서 오히려 톤당 5만원의 폐기물 처리비용을 받고 있음에도, 오염물질저감설비는 나 몰라라 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폐기물 처리시설 확충에 투자하는 실정이다.

금액별로 보면, 시멘트 업계 1위 쌍용C&E가 2800억원, 한일현대시멘트와 한일시멘트가 2700억원, 성신양회가 1300억원 등을 순환자원 설비 확충에 투자하고 있다. 시멘트 시장 점유율이 높은 업체일수록 투자 금액도 많았다. 또한, 아세아 시멘트와 한라 시멘트는 오염물질 저감 설비 투자 계획은 전무하고, 순환자원 이용을 위한 설비 투자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폐열발전설비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등 기타 설비 투자는 국가 대기질 개선을 위한 투자라기보다는 시멘트 업계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전력효율을 높이고 전력비를 아끼려는 것에 불과하다. ‘ESG 경영‘ 투자 계획이 시멘트 업계의 수익 극대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시멘트 공장은 질소산화물 배출량 1위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환경개선에 필요한 설비에 소극적인 투자로 일관하고 있다. 질소산화물 제거 효율이 90% 이상인 선택적촉매환원시설(SCR) 설치가 전무하고, 설치 및 운영 비용이 저렴하고 질소산화물 제거 효율이 30~70%에 불과한 선택적비촉매환원시설(SNCR)만 설치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시멘트 공장의 SCR 설치를 유도하기 위해 환경부가 3000억원의 질소산화물 방지시설 지원금을 지원했으나 선택적촉매환원설비(SCR)을 설치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시멘트 업계의 환경개선 설비 투자 없이 순환자원(폐기물) 설비 투자만 증대하게 되면 결국 공장 주변 주민들은 물론, 일반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밖에 없다. 시멘트 업계가 확대하려는 폐합성수지 등 순환자원은 단순히 연료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원료로도 사용된다. 폐기물로 만들어진 시멘트의 성분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유기성 오니류 등도 국내 시멘트 공장에서는 시멘트 부원료로 사용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사용이 늘어나면서 시멘트 제품 및 주변 환경에 미치는 유해성은 계속 보고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시멘트 업계는 말로만 ’ESG 경영‘을 떠들 것이 아니라 진정한 환경설비를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환경후진국이라고 불리는 중국도 도입하고 있는 저온 선택적촉매환원시설(SCR) 도입을 통해 질소산화물 배출 감소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며 “아울러 시멘트 소성로 폐기물 처리량이 늘어나는 만큼, 시멘트 소성로 배출기준 강화와 시멘트 성분표시, 등급제 도입에도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SG 경영’은 환경과 국민 안전을 볼모로 하는 것이 아니다. 시멘트 분진으로 인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와 진폐증으로 시멘트 공장 주변 주민의 피해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자원순환을 명목으로 폐기물을 더 많이 태우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 ‘ESG 경영’ 인지 시멘트 업계는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시멘트 업계의 수익성 강화라는 얄팍한 속셈을 숨기고 환경과 국민 안전을 등한 시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저작권자 © 우먼컨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