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O연구소, 2000년~2021년 사이 매출 1000대 상장사 부채비율 현황 조사

-2010년 이후 부채비율 200% 미만으로 낮아져…부채비율 400% 넘는 고위험 기업도 감소세
-업종별 부채비율도 천차만별, 운송업 높고 VS 전자업 낮고…대우조선해양, 4개 경고등 켜져

최근 20년 새 국내 대기업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당시 국내 1000대 기업의 부채비율은 300%를 넘었는데, 2010년 이후로 200% 미만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 부채비율은 해운과 항공 등이 포함된 운송업은 높고, 전자업은 낮아 대조를 보였다. 또 최근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경고등이 4개나 동시에 들어와 경영 위기감이 고조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00년~2021년 국내 1000대 기업 부채비율 변동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1000대 기업은 상장사 기준이고, 각 년도 매출 순이다. 부채비율은 별도 및 개별 재무제표를 참고해 계산이 이뤄졌다. 참고로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부채비율은 수치가 낮을수록 재무건전성이 높다. 통상 200%를 넘으면 경영에 불안요소가 높아지고 300%면 금융비용이 순이익을 깎아먹는 상황, 400%면 기업 존립이 위태롭다는 의미가 강하다.

조사 결과 지난 2000년 당시 국내 1000대 기업의 전체 부채비율은 323%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우리나라에 IMF외환위기가 찾아왔던 1997년 당시 589%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이다. 2001년(339%)→2002년(351%)→2003년(326%)에도 여전히 부채비율 300%대를 유지했었다. 

그러다 2004년으로 넘어오며 부채비율은 264%로 300% 미만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2005년 217%→2006년 220%→2007년 221%→2008년 216%로 220% 내외 수준으로 비슷했다. 2010년(189%)부터는 본격적으로 200% 미만으로 부채비율이 낮아졌다. 2009년에는 153%로 최근 20년 중 가장 낮은 부채비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2020년과 2021년 최근 2년 간 부채비율도 160%로 조사됐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유지되면 제2의 IMF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진다. 

부채비율이 400%가 넘는 고(高)위험 기업 숫자도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2000년 당시만 해도 1000곳 중 157곳이 부채비율 400%를 넘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01년(139곳)과 2002년(110곳)에도 100곳 넘게 포함됐다. 지난 2006년에는 59곳으로 2000년 이후 가장 적었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는 70곳 미만 수준으로 집계됐다.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들어온 기업은 2000년대 초반 때보다는 줄었다. 

업종별 부채비율을 지난해 기준으로 살펴보면 희비가 엇갈렸다. 해운·항공·육상물류 등이 포함된 운송업의 작년 평균 부채비율은 162.7% 수준이었다. 주요 업종 중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했다. 이 중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2200%를 넘어섰고, 티웨이항공(1495%), 에어부산(674%), 제주항공(587%) 등도 500%를 넘어섰다. 대한항공은 275%로 항공사 중에서는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에 속했다. 

운송업 다음으로 전기·가스업(142.1%), 건설(132.2%), 조선·항공우주업(122%) 순으로 부채비율이 높았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전자업은 47.3%로 가장 낮았다. 이중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의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30%밖에 되지 않았다. 재무건전성이 매우 우수한 기업군에 속한다. 이외 △제약업(51.4%) △철강·금속(51.8%) △석유화학(58.1%) △자동차(60.9%) △정보·통신(72%) △식품(78.5%) △유통(87.2%) △기계(90.1%) 업종 등은 작년 업계 평균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었다. 

지난해 국내 1000대 기업 중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대기업 중 비(非)금융 업체이면서 올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400%를 넘고, 1분기에만 영업적자와 순손실을 동시 기록해 트리플 악재의 위기에 처한 곳은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했다. 이 회사의 올 3월 말 기준 자본총액은 1조 6359억 원, 부채총액은 8조 9424억 원으로 부채비율만 해도 546.6%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3개월 이전인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 390.7%보다 155%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재무건전성이 불과 3개월 새 급속히 나빠졌다는 얘기다. 

여기에 올 1분기 영업적자 금액만 4700억 원이었고, 1분기 순손실 금액도 4900억 원 수준이었다. 작년 한해에도 400%에 육박하는 부채비율에 1조 7362억 원이나 되는 영업적자와 1조 6731억 원이나 되는 당기 순손실을 봤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우조선해양은 높은 부채비율, 영업적자 및 당기 순손실이라는 세 가지 트리플 악재 이외에도 인건비 비율에도 작년에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지난 2010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매출대비 인건비 비율(인건비율)은 6.7% 수준이었다. 이 당시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7200만 원 정도였다. 2012년에는 인건비율이 8.2%로 높아지면서 직원 연봉도 7700만 원으로 두둑해졌다. 그러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인건비율이 각각 6%, 5.8%로 최근 10년 중 가장 낮았다. 인건비율이 낮다 보니 직원 한 명에게 돌아간 연간 급여도 6000만 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2012년 때와 비교하면 20% 넘게 연봉 지갑이 얇아진 셈이다. 2018년~2020년에는 평균 연봉이 7000만 원대로 회복했지만, 작년에는 다시 6700만 원으로 6000만 원대로 회귀했다. 

문제는 작년 기준 인건비 비율이 13.2%로 10%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2010년 이후로 인건비율이 10%를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우조선해양의 2020년 매출은 7조 원대였는데 지난해는 4조 원대로 1년 새 36% 넘게 쪼그라들었지만 인건비 규모는 6800억 원대에서 5900억 원대로 13% 수준만 하락했기 때문이다.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 때 인건비는 상대적으로 적게 줄어들다 보니 지난해 인건비율이 1년 새 3.5%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인건비 개선도 시급한 경영 과제로 대두된 셈이다. 

한편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2015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4000%가 넘을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매우 심각했었다”며 “이로 인해 경영 개선의 일환 중 하나로 2015년 당시 1만 3000명이 넘는 직원 수도 3년 새 3000명 정도 감축한 1만 명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올 1분기에는 8800명대로 9000명 미만을 유지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소장은 “매출 체격과 영업내실 체력이 동시에 향상되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향후 직원 수는 현재보다 더 적어지고, 급여 수준도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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