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작동하던 PC “다 날아갔다” 진단 후 14년 된 중고 PC 44만 원에 판매…본사도 책임 회피
컴퓨터 고장으로 ‘컴닥터’에 수리를 요청한 68세 기초생활수급자가 14년 된 중고 PC를 44만 원에 구매하게 된 사연이 논란을 낳고 있다. 전문가의 말만 믿고 결제했지만, 제품은 구형 부품으로 조립된 저사양 컴퓨터였고, 업체는 환불 요청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피해자는 “정보에 어두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구조적 문제”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옥탑방에 홀로 거주하는 68세의 생태환경 기자 A 씨는 지난 7월 말, 부팅 오류로 인해 평소 문서 작업에 사용하던 데스크톱 PC 수리를 위해 ‘컴퓨터 수리’ 검색을 통해 한 업체에 연락했다.
‘컴닥터’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이 업체는 직접 방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안내했고, 7월 30일 오후에 기술자가 옥탑방까지 방문했다.
해당 기술자는 본체 내부를 확인한 후 “컴퓨터 부품이 모두 날아가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며 “더위를 먹어 고장 났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저장장치라도 재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으나 “복구를 해야 하며 비용이 각각 40만 원”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어 기술자는 쿠팡이나 당근마켓을 통한 중고 PC 구매는 신뢰할 수 없으며, 자신이 추천하는 삼성 또는 LG의 중고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설득했다.
A 씨는 기술자의 권유에 따라 i5 프로세서, 8GB 메모리, 500GB 저장용량, 그래픽카드 포함이라는 설명을 듣고, 듀얼 모니터를 사용할 예정이라는 조건에 맞춰 44만 원에 PC를 구매했다.
결제는 기초생활수급비에서 마련한 금액 중 일부를 카드 2개로 나누어 처리했다. 구매 당시 A 씨는 한글과 오피스 프로그램 설치를 요청했고, 기술자는 이를 수락했다.
다음 날 아침, 설치된 중고 PC를 확인한 A 씨는 주변 청년들과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고, 해당 제품이 무려 2011년형 4세대 CPU와 H81 메인보드, DDR3 메모리를 탑재한 구형 모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는 A 씨가 원래 사용하던 6세대, DDR4 사양의 PC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이 중고 PC는 오는 2025년 10월이면 공식 지원이 종료되는 윈도우 10만 설치 가능한 상태였다.
A 씨는 즉시 컴닥터 본사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지만, 본사는 “엔지니어 권한”이라며 책임을 회피했고, 담당 기술자 역시 “쿠팡에서 사지 그랬냐”는 반응을 보이며 환불을 거절했다.
이후 본사 고객상담실 여성 팀장이 전화해 “3만~5만 원을 환불할 수 있다”고 중재를 시도했으나, A 씨는 전체 비용을 납부하고 낡은 제품을 사용하라는 제안에 더욱 실망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해당 제안 이후에도 여러 차례 전화가 걸려왔지만 A 씨는 응답하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 고객상담실의 또 다른 남성 팀장이 전화를 걸어 약 30분간 통화를 진행했고, 그는 “전액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A 씨는 이미 반복된 연락과 책임 회피, 그리고 현장에서 받았던 부당한 응대로 인해 강한 불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A 씨는 컴퓨터 수리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고령 소비자들이 자신처럼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관련 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특히 이번 사례는 단순한 소비자 불만이 아니라, 기술지식이 부족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수리를 의뢰한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품 설명과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고가의 결제를 유도하고, 사후 대응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영업 방식은 공정한 소비 행위로 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행이 소비자 신뢰를 저해하고, 전통적인 동네 수리점까지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A 씨는 이번 일로 인해 컴퓨터 수리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으며, 앞으로는 반드시 정식 견적서와 사양 확인을 요청하고, 공인된 업체를 통한 구매만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이와 같은 경험을 겪지 않도록 많은 소비자들이 주의하길 바란다며, 자신의 사례가 유사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컴퓨터는 디지털 정보의 핵심 도구이자 현대인의 삶의 필수품이다. 단순한 고장 수리를 가장한 부적절한 판매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