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늘어난 이자 이익, 공익적 측면에서 사용돼야”

국민은행의 최근 3년간 직원 퇴직금이 1조7309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이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은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지급하게 돼 있는 기본퇴직금 외에 장기근속자에 대해서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인력구조 개선을 위해 희망퇴직제도를 두고 있다.

희망퇴직제도에 따라 지급되는 희망 퇴직금의 경우 조기 전직 기회 제공을 통해 직원의 재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고,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대비한 인력 및 비용구조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과도한 이자장사, 은행 임직원들에 대한 특혜대출, 점포수 및 ATM 축소로 인한 소비자 불편 초래 등 수익은 손쉽게 내면서 그 수익에 따른 지나친 특혜를 누리고 정작 금융소비자에 대한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사회적 비판을 의식했는지 지난 7월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은행연합회는 작년 11월 5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이 포함된 ‘2022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금융위는 “은행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수익을 내며 발생한 수익을 어디에 활용하는지를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언급했다.

이 보고서에는 최근 3년간(2020~2022) 개별 시중은행의 자산과 부채, 수익과 비용, 금리, 임직원 보수 등이 자세히 기재돼 있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보고서에 공개된 5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의 직원 퇴직금(기본, 특별, 희망) 현황을 조사해 발표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3년간 시중은행의 직원 퇴직금(기본, 특별, 희망) 지급현황을 총 지급액 기준으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1조7309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 8035억원, 하나은행 7620억원, 우리은행 6925억원, 농협은행 685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3년 평균으로 보면, 매년 국민은행은 5770억원으로 가장 많이 지급했으며, 신한은행 2678억원, 하나은행 2540억원, 우리은행 2308억원, 농협은행 228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기본퇴직금 총지급 현황의 경우 하나은행 3293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국민은행 2729억원, 우리은행 2724억원, 농협은행 2510억원, 신한은행 2439억원순이다.

특별퇴직금 총 지급현황의 경우 국민은행 7328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 2827억원이며,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은 별도의 특별퇴직금이 없다.

희망 퇴직금 총 지급현황의 경우 국민은행이 7252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우리은행 4641억원, 농협은행 4345억원, 하나은행 4327억원, 신한은행 2769억원 순이다.

- 당기순이익 대비 퇴직금 비율, 국민은행이 22.4%로 가장 많아

시중은행 3년 평균 당기순이익 대비 직원 퇴직금(기본, 특별, 희망) 비율을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당기순이익 2조 5795억중 퇴직금 5770억원을 지급해 22.4%로 가장 많았으며, 농협은행은 당기순이익 1조 5694억원 중 퇴직금 2285억원을 지급해 14.6%, 신한은행은 당기순이익 2조2036억원 중 퇴직금 2678억원을 지급해 12.2%, 우리은행은 당기순이익 2조 30억원 중 퇴직금 2308억원 지급해 11.5%, 하나은행은 당기순이익 2조 4109억원 중 퇴직금 2540억원 지급해 10.5%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평균으로 보면 당기순이익 2조1533억원 중 퇴직금 3116억원을 지급해 14.5%로 나타났다.

- 이자이익 및 금리인상으로 시중은행 수익 증가했지만, 가계경제는 부담 가중

작년 상반기 국내 19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4조1000억이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조8000억원보다 무려 43.9% 증가한 금액이다. 작년 1~3분기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총 30조9366억원으로 전체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1.8%다. 해외 주요은행의 경우 전체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50~70%인 점을 감안할 때 국내은행은 과도하게 이자이익의 비중이 높다.

이런 가운데 2022년부터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상승되면서 국민들은 늘어난 금리부담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은 금리변동이 큰 상품이 대부분이어서 금리상승 부담이 대출받은 서민에게 대부분 전가됨에 따라 시중은행은 이로 인해 수익이 증가하고 있다.

결국 5대 시중은행 중심의 현재 과점적 구조하에서 은행들은 코로나로 늘어난 대출규모를 기반으로 역대 최고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직원 1인당 평균 보수가 사상 처음으로 6000만원을 넘었다. 상반기 희망퇴직자들은 특별퇴직금 등을 포함해 평균 8억~9억원에 달하는 목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장사’로 손쉽게 돈을 번다는 비판을 받아온 시중은행들이 작년 상반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등에 업고 퇴직금·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이다.

2022년 기준 5대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2조6908억원으로 2020년(8조 6745억원) 대비 46%나 늘었다. 같은 기간 수수료 등의 비이자수익은 1조원가량 줄어든(4조6578억→3조5626억원) 반면 이자이익이 10조원가량 급증(27조209억→36조9388억원)하며 은행 곳간을 불렸다.

이러한 시중은행의 행태와 관련해 신규 사업자 진입이 철저히 제한된 시장에서 국가적 특혜를 받으며 돈을 버는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돈에 집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사회적 비판이 일고 있다.

사회적 비판을 의식한 금융당국은 작년 7월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시중은행들의 이자이익 독식을 막기 위한 은행 경쟁 촉진 방안과 함께 성과보수 체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TF와 실무 작업반 회의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성과급 체계뿐 아니라 퇴직금 지급과 관련해서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실효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퇴직금과 성과급 잔치를 자제하라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고 있지만, 이를 제어할 마땅한 대안은 없다. 퇴직금·성과급은 노사 합의로 정해지는 사안이기 때문에 당국이 개입할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 손쉽게 늘어난 이자 이익, 공익적 측면에서 사용돼야

현재 시중은행의 손쉬운 수익증대, 퇴직금·성과급 잔치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적극 검토해 봐야 한다.

시중은행의 독과점 체제와 관련해서 금융당국 및 정부는 금융기관 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정비를 통해 신사업자의 금융시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융산업의 발전을 유도하고 금융소비자의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리상승에 따라 추가로 늘어난 은행의 이자 이익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감면과 인하를 통해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공익적 측면뿐 아니라 은행의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아울러 사회적 금융을 확대하고 다양한 취약계층 금융 지원책도 병행해야 한다.

특별퇴직금 및 희망 퇴직금과 관련해서는 은행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으나, 상당히 큰 규모의 비용이 소용되는 의사결정인 만큼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로부터 평가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희망 퇴직금 지급 수준의 경우 단기적인 수익 규모에 연계하기보다는 중장기적 조직·인력 효율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이와 관련한 주주와 국민들의 정서에도 부합해야 할 것이다.

추가적으로 국민은행 직원이 받는 과도한 퇴직금·성과급은 예대마진 등 손쉽게 얻은 이자이익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이자수익이 많이 발생한 만큼 대출이자를 낮춰 서민경제에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은행의 이자이익이 사용돼야 한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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