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테스트와 사후 조치 통해 소비자 권익에 힘써야”

완성차 업체들의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신차 출시 이후 잦은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SDV(Software Defined Vehicle)는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을 의미한다. 자동차의 주행 및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하고 제어함으로써 차량의 성능 향상을 목표로 한다.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장치 및 카메라, 배터리 등 하드웨어와 연동된 차량 기능과 성능까지도 무선 통신을 통해 최적화가 가능하다. 

차량이 효율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운전자에게도 편의성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완성차 업체 또한 SDV 투자와 인력 채용 또한 빠르게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 2021년 11월 SDV 시대 구현을 위한 준비 과정을 언급한 후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최근 10년간 자동차 점검 및 수리대상 중 소프트웨어 조치 비중(※ 자료=국토부 자동차리콜센터)
최근 10년간 자동차 점검 및 수리대상 중 소프트웨어 조치 비중(※ 자료=국토부 자동차리콜센터)

차량 소프트웨어 발전으로 운전자 및 제조사들 편의성이 올라갔지만 그만큼 품질 관련 문제점도 많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리콜 사이트 내 기재된 최근 10년간(2013년 1월∼2023년 7월) 리콜 및 무상 수리 공고에 따르면 사후 조치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한 차량은 올해 1∼7월 131만 9712대로 전체 중 52.2%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 조치 차량은 2019년(192만 799대)부터 100만 대를 넘기기 시작했고 2021년 273만 2507대까지 급증했다. 2013년 5416대와 비교하면 소프트웨어 오작동 가능 차량 수가 약 500배로 뛴 것이다. 소프트웨어 결함에는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탑승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결함도 다수 존재한다.

최근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EV9'이 초기 품질 문제로 인한 전량 리콜을 발표한 바 있다. 후륜 구동 전동기 제어장치의 소프트웨어 설계에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통신 불량으로 전원 공급이 차단돼 주행 중 차량이 멈출 수 있는 소비자 안전과 연결된 중대한 결함이다. 

최악의 상황에는 달리던 도로 한가운데서 차량이 멈춰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7월에는 동력 상실 문제로 도로를 주행 중이던 차량이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리콜 대상 차량인 차량 약 2583대 가 소비자에게 인도돼 운행 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력 상실 문제는 해당 차량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5, GV70 등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에도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나 그에 따른 초기 품질 문제로 차량 구매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그랜저 GN7(하이브리드ㆍ가솔린ㆍLPI)는 출시 이후 15건 이상의 무상 수리를 했는데 소프트웨어 오류가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 제조사 소프트웨어 자발적 시정조치 사례(국내·수입)
최근 3개월 제조사 소프트웨어 자발적 시정조치 사례(국내·수입)

수입 자동차도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결함에 따른 시정 조치를 진행 중이다. 최근 약 3개월간 벤츠, 닛산, BMW, 아우디ㆍ폭스바겐 그룹이 차량 소프트웨어 관련 자발적 시정 조치를 시행했다. 해당 시정 조치와 관련된 차량만 무려 9만 9794대에 이른다. 

특히 소비자 안전과 관련된 사안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BMW 520i 럭셔리 모델 등 92개 차종 6만 9488대는 계기판 소프트웨어 오류로 계기판 화면의 표시 값이 실제 값과 다를 경우 화면이 꺼져 탑승자 안전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또한, 벤츠 EQS 450+ 등 3개 차종 1,557대는 구동 전동기 소프트웨어의 오류로 특정 조건에서 전력 공급이 차단될 가능성이 확인됐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 결함(잔고장)이 반복되면 완성차 업체에 대한 불신감과 차량 수리에 따른 피로감이 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신차 출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지속적으로 중대한 결함이 발생하는 것은 제조사가 소비자를 베타테스터로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완성차 업체는 지속적인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도 중요하지만 차량 출고 전 엄격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문제 발생 시 빠른 사후 대처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차량을 운행할 수 있게 품질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완성차 업체의 지속적인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도 중요하지만, 차량 출고 전 엄격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문제 발생 시 빠른 사후 대처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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