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SPC삼립·오뚜기·농심 등 대기업 해썹 업체도 ‘위반’ 여전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업체에서 위생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 해썹 인증마크를 확인하고 구매하던 소비자들의 신뢰도 추락하고 있다. 

1995년 처음 도입된 해썹은 위생관리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기업을 정부가 인증해주는 제도다. 

즉, 식품 및 축산물의 원료 생산에서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소가 해당 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시스템을 갖춘 기업만이 받을 수 있다.

2017~2022년 6월 기준 HACCP 인증기관 식품위생법 위반현황(단위 : 건)
2017~2022년 6월 기준 HACCP 인증기관 식품위생법 위반현황(단위 : 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6개월 동안(2017~2022년 6월) 해썹 인증업체 중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례는 총 2118건으로 나타났다. 

주요 위반 내용으로는 식품에서 플라스틱, 머리카락 등 이물질이 검출된 ‘이물 검출’이 973건(46%)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영양성분을 제품에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표시기준 위반’이 473건(22%), ‘위생적 취급 기준 위반’ 184(8%)건이 뒤를 이었다.

대기업 HACCP 인증 식품업체의 식품위생법 위반현황(단위 : 건)
대기업 HACCP 인증 식품업체의 식품위생법 위반현황(단위 : 건)

대기업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5년 6개월간 대기업 해썹 업체 중 식품위생법을 가장 많이 위반한 곳은 총 30건을 기록한 ‘롯데’였다. 

‘SPC삼립’(22건), ‘오뚜기’(9건), ‘농심’(5건), ‘크라운’(3건) 등의 순이다. 식품 위생에 앞장서야 할 대기업에서 식품 위생 문제가 빈번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문제는 위반 업체 대다수가 해썹 인증마크를 계속 달고 있다는 것이다. 해썹을 관리하는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현재 원료관리, 용수관리, 작업장 위생관리 등 안전 조항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업체를 상대로 해썹 인증을 즉시 취소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인증이 취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물 검출 및 표시기준 위반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대부분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부과’ 등 솜방망이 처벌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5년 평균 363곳 이상의 인증 사업장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하고 있지만, 실제로 인증이 취소되는 곳은 40여 곳에 불과했다.

HACCP 인증 위반업체 조치 현황 (단위 : 건)
HACCP 인증 위반업체 조치 현황 (단위 : 건)

정부는 모든 식품의 해썹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 식품위생법 위반업체들이 나오는 만큼 그 취지가 퇴색되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기업과 정부의 인증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섭취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해 필요한 시설과 설비 및 시스템을 개선하고, 철저한 사전·사후관리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라며 “위반업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일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우먼컨슈머 =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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