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사들, ‘회사 이미지 추락할라’ 중재 신청 취하 종용에만 급급
국민 2명당 1명이 자동차 보유...소비자에 유리하게 레몬법 개정해야

국토교통부로부터 최근 리콜 조치된 현대와 벤츠 자동차들(이미지=각사 홈페이지)
국토교통부로부터 최근 리콜 조치된 현대와 벤츠 자동차들(이미지=각사 홈페이지)

한국형레몬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넘었지만 자동차 제조·판매사들은 신차의 하자·결함에 대해 여전히 교환·환불이나 충분한 수리 등을 해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동차 결함으로 교환·환불이 발생하면 자사의 신뢰도와 이미지가 경감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중재위원회를 통한 중재 신청에 나선 소비자들과의 ‘꼼수’ 뒷거래도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고 자동차제조업체들의 결함에 대한 전략적인 은폐가 여전하게 성행하고 있어 레몬법의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고 논평했다.

■ 3년간 687만대 리콜...교환·환불 판정 단 3건뿐

자동차 교환·환불제도인 ‘한국형 레몬법’은 신차구매 후 1년 이내(주행거리 2만km 이내) 중대하자 2회 이상, 일반하자 3회 이상으로 수리를 했으나, 하자가 재발하거나, 1회 이상 누적 수리기간이 총 30일을 초과한 경우, 2년 이내에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이다.

최근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형레몬법 시행 이후 3년간 우리나라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국내산 456만1494대, 수입산 90만1917대로 총 546만3411대다. 이 중 각종 결함으로 인해 리콜에 들어간 자동차는 3년간 총 687만5952대에 달한다.

시행 3년간 교환∙환불 중재신청 건수 및 종료 현황.  신차 구입 후 하자 및 결함으로 인한 교환은 단 1건이었으며, 환불도 2건에 불과했다.  (자료=국토부,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시행 3년간 교환∙환불 중재신청 건수 및 종료 현황.  신차 구입 후 하자 및 결함으로 인한 교환은 단 1건이었으며, 환불도 2건에 불과했다.  (자료=국토부,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그러나 교환 환불 및 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이 들어간 건수는 총 1454건이며 이 가운데 176건이 진행 중이고, 진행 불가로 종료된 건이 497건, 종료된 건수는 781건이다.

종료된 781건 중 중재위의 판정 건수는 170건으로 신차 구입 후 하자 및 결함으로 인한 교환은 단 1건(0.6%)에 불과하다.

환불은 2건(1.2%), 화해는 11건(6.5%), 각하•기각이 판정이 156건(92%)이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한국형 레몬법 도입 3년간 단 3건만이 입법 취지에 따른 신차로의 교환·환불 판정을 받았다. 신차의 각종 결함이 발생해도 교환·환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제조사들, 소비자에게 중재 신청 취하 종용 ‘회사 이미지 추락할라’

한편 종료된 781건 중 중재위가 판정하기 전에 취하된 것은 611건이다.

이 중 제조사들의 자발적인 교환이 61건(10%), 환불이 86건(14.1), 결함에 대한 추가 수리 9건(1.5%), 손해배상(보상)합의 219건(35.9%), 제조 판매사들의 회유와 설득으로 하자 미재발 인정 또는 취하 이유를 알리지 않은 것이 236건(38.6%)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하자·결함 요구를 거부하다 중재위원회에 교환·환불 신청을 하자 그때야 문제점을 인정하고 배상을 하겠다면서 중재신청 취하를 유도한 건이 78%인 611건에 이른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중재 신청을 취하를 유도하는 것은 리콜 발생시 자동차 제조사의 신뢰도와 이미지가 경감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제조업체들의 결함에 대한 전략적인 은폐가 여전하게 성행하고 있어 레몬법의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고 성토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0일  기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 기흥모터스, 화창상사에서 제작 또는 수입·판매한 총 26개 차종 26만6632대를 리콜조치했다. (사진=국토부) 
국토교통부가 지난 10일 기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 기흥모터스, 화창상사에서 제작 또는 수입·판매한 총 26개 차종 26만6632대를 리콜조치했다. (사진=국토부) 

 

■ 레몬법...소비자들에게 불리

한국형 레몬법은 소비자들에게 차량의 구입단계, 하자 발생단계, 중재신청단계, 중재판정단계, 입증단계 등에서 자동차 제조·판매사들과 대응해야 하는 매우 불리한 규정들로 나열돼 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는 하자 발생에도 중재위원회의 중재판정을 받기가 어렵다. 끝까지 중재판정에 간다 하더라도 출고 6개월 이후 발생한 결함에 대해 소비자들이 모두 입증을 해야 하는 관계로 각하·기각이 전체 판정 건수의 92.9%인 156건에 이른다.

교환은 단 1건에 환불은 2건, 화해 11건에 그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자동차 교환·환불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국민 2명당 1대를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는 일반 가전제품과 같이 생활필수품이다”라면서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와 중재과정 등을 비전문가인 소비자 친화적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한국형 레몬법 개정을 촉구했다.

 

우먼컨슈머=최주연 기자 

 

저작권자 © 우먼컨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