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미끼상품에 충동구매로 지출 초과 다반사…품질도 신뢰성 제기

 

지금 한국 유통시장은 '반값'상품이 넘쳐날 정도로 반값 전성시대다.
 
소셜 커머스에서 시작된 기업들의 저가 마케팅 열기가 온라인을 넘어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마켓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만 해도 '반값 기획상품' 앞에서 줄을 서는 소비자들의 모습이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일회성 미끼상품으로만 끝날 경우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대형마트들은 지난연말에 이어 연초부터 반값 상품들을 잇따라 선보였다. 기선을 잡은 곳은 오픈마켓인 11번가. 11번가는 지난 3일 "49만9000원에 500대 한정으로 내놓은 37인치 완전HD LED 텔레비전 '쇼킹TV'가 5분 만에 매진됐다"고 밝혔다. 
 
쇼킹TV 완판시간은 지난해 이마트의 '드림뷰TV' 5000대가 3일 만에, 롯데마트의 '통큰TV' 2000대가 2시간 만에 완판된 것보다도 빠르다. 그만큼 반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빨라졌다는 얘기다.
 
이마트는 쇼킹TV완판 하루만에 "이마트가 기획·디자인하고 대만의 LCD생산업체 TPV 사가 제작한 32인치 완전 고화질(HD) LED 텔레비전 '이마트 드림뷰 TV' 1만대를 6일부터 대당 49만9000원에 판매한다"며 곧바로 응수했다. 이 소식은 다른 유통업체의 동참 가능성을 점치게 했고 반값TV 경쟁에 불을 붙였다. 
 
양판점도 가세했다. 전자랜드는 반값 노트북을 들고 나왔다. 전자랜드는 "40만원대 노트북인 한국 레노버의 'G575-1230'을 6일부터 독점 판매한다"고 밝혔다. 반값 마케팅 경쟁이 TV에 이어 노트북 부문으로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또 훼미리마트는 4~15일 매주 2~3일간 설 선물세트 450개를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고 롯데마트 5일부터 의류, 가전 등 겨울상품을 최대 50% 가량 싸게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 주도 속 온라인몰, 편의점까지 '가세'
 
가격파괴의 진원지로 꼽히는 온라인몰의 반값 마케팅 열기는 오히려 더 뜨겁다.
 
G마켓에선 다시마와 전복, 홍게 등 수산물이 오프라인보다 최고 50% 싸게 판매된 '배 들어오는 날' 기획전이 최근 진행됐고, 11번가는 서울랜드 자유이용권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반값에 제공하는 영업행사를 통해 1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편의점 '훼미리마트'를 운영하는 보광훼미리마트도 반값 행렬에 동참,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를 통해 훼미리마트 모바일 문화상품권 10만장을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해 주목받았다. 
 
◇대형마트의 '반값상품', 어떻게 가능한가
 
그렇다면 현재 반값 마케팅 열풍을 주도하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는 어떻게 이 같은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고도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일까. 그 이면에는 이들 업체들이 취하는 '직(直)소싱'이라는 유통전략이 크게 관여하고 있다. 
 
직소싱이란 중간유통 단계를 없애고 아예 직접 물품을 발주하는 것으로, 국내에 들어오면서 거품이 크게 끼는 수입상품을 현지에서 직접 구매함으로써 훨씬 싼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최근 출시 3일 만에 준비한 5000대가 매진된 이마트의 '드림뷰TV'가 대표적인 직소싱 방식을 채택했다. 국내 대기업이 파는 가전제품은 해외에 비해 국내 가격이 비싸지만 이마트는 대만의 세계 최대 LCD 생산업체인 TPV로부터 직접 구입, 국내 대기업제품보다 20~40%가량 저렴한 가격에 TV를 판매할 수 있었다.
 
'반값 커피'인 브라질 원두커피 농장에서 원두를 직접 들여와 판매한 이마트의 '브라질 세라도 원두커피'도 같은 경우다. 이마트는 수입업자로부터 원두를 사오지 않고 직접 브라질로 날아가 원두를 구매해 기존 커피보다 20%나 저렴한 커피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롯데마트 역시 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 오염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일본바다에서 잡힌 생선을 기피하자 캐나다에서 생태를 직접 공수해 판매했다. 
 
◇반값 상품, 실속인가 유혹인가
 
유통가에 불어닥친 반값 열풍은 생활비를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의 알뜰소비 성향과 가격파괴형 미끼상품을 앞세워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두려는 유통업체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나타난 마케팅 현상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창립기념일 등 특정 기념일에 선보였던 반값 마케팅이 올 들어선 사실상 연중무휴 영업행사로 자리를 굳히는 모습이다. 유통업체들은 상품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산지 및 공장 직거래를 통해 상품을 납품받고 이를 반값 한정판매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반값 마케팅'의 평가는 긍정과 부정으로 명백하게 갈린다. 
 
일단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활비를 한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알뜰소비 심리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반값 상품을 꺼릴 이유가 없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반값'이 주는 파격적인 가격할인 혜택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시선은 자연스레 반값상품의 품질 쪽에 쏠린다. 
 
일각에선 소비자들이 반값 상품에 현혹돼 오히려 실제 지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내세우고 있다. 가계 부담을 덜어 줄 것 같은 반값 마케팅이 오히려 과소비를 부추겨 씀씀이를 키우고 있다는 논리다. 
 
품질도 문제다. 품질이나 수량 확보 없는 반값마케팅은 소비자 신뢰를 잃게 되고, 공급업체에게 지나친 가격 부담을 줄 경우 유통업계 힘의 균형이 깨지는 부작용도 있을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우먼컨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