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의 우려와 기대 그리고 미래 일자리

[우먼컨슈머 장은재 기자]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격랑 속에서 앞으로 우리의 생활은 전반적으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이자 미래에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인 ‘미래의 일자리’에 대해 변화의 흐름을 읽고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한 미래전략을 최근 마련했다.

미래부는 “바람직한 미래를 맞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여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일며 “개인, 국가, 사회 모두가 새로운 흐름을 읽고 상황에 맞는 바람직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미래부가 최근 발간한 ‘10년 후 대한민국, 미래 일자리의 길을 찾다’보고서를 요약 연재한다.<편집자 주>

미래 일자리 변화에 대한 우려와 기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World Economy Forum, WEF) 은 ‘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주제로 기술 진보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세계경제포럼은 ‘일자리의 미래 (The Future of Job)’」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술 진보가 인간의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전망했는데, 기술 진보로 인해 점차 인간의 역할을 기계가 대체하여 향후 일자리와 직업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일자리 200만 개가 발생해 결국은 510만 개의 일자리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현재 7세 어린이들 중 68%는 기술 진보로 인해 지금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경제포럼 보고서가 발표된 후, 우리나라에서는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 (AlphaGo) ’와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 중 한 명인 이세돌 기사와의 대결이 있었다. 큰 관심 속에 진행된 이 대결의 승자는 알파고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술 진보가 인간의 영역까지 근접해 갔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고, 또한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크게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지력을 대체하는 새로운 흐름이 오히려 인류가 그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능력과 역할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새로운 흐름으로 인해 인간이 기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도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전과 변화는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걱정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로봇, 인공지능 (AI), 사물인터넷 (IoT) 등을 통한 기술 융합이 핵심으로 세계의 산업구조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새로운 물결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3차 산업혁명의 IT 기술 등이 일자리를 위협했던 것보다 훨씬 파괴적인 양상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미래 일자리 변화 동인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 최근의 기술 진보와 함께 출생률 감소와 노인인구 증가, 여성인구의 사회 참여 증가 등 사회경제적 요인도 일자리를 변화시키는 동인이 되어 왔다. 일자리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술 진보와 사회경제적 변화 동인도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 진보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ICT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기술 간 융합이 활발히 진행되고, 산업기술은 파격적인 혁신을 지속적 으로 추구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더욱 지능화된 시대에 접어들었다.

디지털화와 스마트 기술이 주도하는 기술 발전과 사회적 변화는 소위 데이터, 네트워크, 아키텍처 그리고 알고리즘이라는 네 가지 DNA (data, network, architecture/algorithm) 의 발전 양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은 데이터를 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생산하는 일에도 참여하게 되며, 데이터의 가치는 보안의 대상으로 여겨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를 매개로 네트워크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이는 다양한 연결 관계를 창출함으로써 다양한 경계들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거나 붕괴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컴퓨팅 파워와 인공지능의 확장은 기계와 기계, 기계와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 기존과 다른 새로운 연결 관계를 발전시켜 가상과 현실, 이성과 감성 등 기존에는 경계가 분명했던 이질적인 영역 간의 연결을 매우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현상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본격적인 빅데이터 시대에서 교환되는 정보의 양은 물론, 사물인터넷 환경 구축과 네트워크에 연결된 기기로 인한 데이터의 양이 폭증하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이 본격화됨에 따른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적 ICT 시장조사기관인 IDC (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 는 2020년 전 세계 디지털 데이터는 2010년의 50배 규모인 4만 엑사바이트 (Exabytes) 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데이터가 급증함에 따라, 데이터의 속성은 물론 이를 소비하고 학습하는 방식 또한 변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IoT)환경 에서는 기존의 데이터 생산과 소비의 행태가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의 부품은 갈수록 전자장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베인앤드컴퍼니 (Bain & Company) 의 분석 결과,  자동차 중 전자부품의 비중은 2013년 23% 수준에서 2020년 60% 수준 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자동차의 전자부품의 비중이 높아질 수록 여러 부품과 장비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기능을 제어하기 위한 데이터가 더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안전한 운행을 위해 다른 차량 이나 도시 교통 시스템과 끊임없이 데이터를 주고받게 된다.

공장에서도 제품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각 공정 단계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데이터를 공정별로 수집해 활용한다. 각 공정 단계별로 데이터 분석 시 사람 대신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기계 스스로 데이터를 생산하고 처리하게 함으로써 다른 기기와 능동적으로 상호 작용할 수 있게 한다.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데이터를 생산·축적·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의 효율적인 축적과 효과적인 활용 여부가 향후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1965년 고든 무어 (Gordon Moore) 는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발표했다.

무어의 법칙을 제시한 이래 지난 수십 년간 반도체에는 기하급수적인 집적도 향상이 일어나 동일 성능당 가격은 급격히 떨어졌고, 과거에 비해 무한에 가까운 컴퓨팅 파워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기억장치, 중앙처리장치, 입출력장치 등 3단계 구조를 갖춘 폰 노이만 구조 (Von Neumann architecture) 는 직렬식 구조이므로 단순한 작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지만, 이미지나 소리를 처리하는 등 인간의 뇌와 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뉴로모픽 컴퓨터 (neuromporhipc computer) 와 양자 컴퓨터 (quantum computer) 같은 새로운 아키텍처가 시도되고 있다.

뉴로모픽 컴퓨터는 인간의 뇌를 모방하기 위한 기술로 병렬 처리 능력을 활용하여 대량의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하며, 확장성이 매우 뛰어난 기술이다.  

인공지능의 일상화 

 
1956년 다트머스 회의 (Dartmouth Conference) 에서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AI) 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이후 지금까지 60년 동안 인공지능은 부흥과 침체를 반복하며 다양한 연구의 중심에 서 있었다. 1990년 이후 인터넷 확산과 데이터의 폭발적 증가, 그리고 컴퓨팅 능력의 빠른 발전은 인공지능 알고리즘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2006년 제프리 힌튼이 제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딥 러닝 (deep learning) ix) 은 데이터, 네트워크 및 컴퓨팅 능력의 양적 성장 위에서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을 견인하며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보고, 듣고, 읽고, 지식을 통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우리들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 전반에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발달로 수십, 수백 년 동안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믿어온 일들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 암 진단을 하는 IBM의 왓슨 (Watson) 등 사례를 통해 조만간 인공지능이 사람과 거의 동일하게 보고, 듣고,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수준에 도달하게 되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의료나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의 판단을 최소화하며 알고리즘 스스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학습을 바탕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가는 인공지능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인간과 기계의 역할 변화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았던 영화 <아이언맨>에는 인간의 육체적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강시키는 로봇 갑옷이 등장한다. 상상 속에만 있던 이러한 기술은 ICT 기술 발달로 인간의 신체 기능과 지능을 강화하고 감성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간과 기계의 간극이 줄어들게 되고, 인간의 역할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먼저, 인간의 근력·지력·감성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이 진보하고 있다. 미국 기업 레이시언 (Raytheon) 사는 약 90킬 로그램의 중량을 들어 올리는 파워슈트를 개발했다. 현재는 시험 단계에 있지만, 해당 기술이 보편화되면, 사고나 질병으로 팔다리를 잃거나 마비된 사람들에게 제2의 신체를 제공할 수 있으며, 산업 현장 에서의 작업도 더욱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뇌 기능 신호를 해석·활용하거나 외부 정보를 입력하는 등 뇌 기능 보조 기구를 개발하여 인간 두뇌의 능력을 증진하는 기술도 발전 하고 있다. ‘메모리 임플란트 (memory implant) ’라 불리는 이 기술은 전자칩 등을 이용하여 뇌의 기능을 확장시키는 것으로 알츠하이머, 뇌졸중 등 뇌 손상으로 고통을 겪는 환자들의 뇌 기능 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기술은 외부의 컴퓨터와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으며 인간 두뇌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러한 파워 슈트와 메모리 임플란트 등의 기술 개발 목적 중 하나는 인간의 신체와 두뇌 기능 중 비정상적이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 하고 대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ICT, 나노, 바이오, 뇌과학 등의 다양한 첨단기술이 융합되면서 기술이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능력을 보완해 주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인간이 가진 고유의 본성마저 근본적으로 변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출처 미래부,'10년 후 대한민국, 미래 일자리의 길을 찾다’보고서>

 

아마존의 물류 자동화 로봇인 키바 (Kiva) 는 쉼 없이 제품을 분류하여 운송 비용의 획기적 절감을 가져왔다. 기존의 인간과 분리되어 따로 작업하던 산업 현장용 로봇과 달리 새로운 작업을 학습해 가는 학습 적응형 제조 로봇 백스터 (Baxter) 는 저렴한 가격에 쉬지도 먹지도 않고 24시간 작업을 지속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육체적·지적 능력이 새롭게 진화하면서 기계가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는 현상 또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지능 화된 패턴 인식과 커뮤니케이션 업무처럼 과거 사람만이 처리해 오던 지적인 업무 영역까지 기계가 대신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발달로 지식 기반의 지능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스킬이 요구되는 전문 직종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즉, 사무직과 관리직 등 화이트칼라 계층뿐만 아니라, 인간이 독점하리라 생각해 왔던 금융업과 법률, 의료, 언론 분야까지 기계가 대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이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암 진단을 위해 활용되고 있고, 미국 법률 서비스 회사인 블랙스톤 디스커버리 (Blackstone Discovery) 는 법률 자문 및 증거 자료 수집 분석에 인공지능 기반의 e-디스커버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과 기계의 간극 축소와 역할 변화는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빠르고 정확하고 쉬지 않고 일하는 기계와 차별되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에 대한 논의의 중요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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