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장애인 거주시설은 최근 큰 변화의 기로에 서 있으며, 이는 탈시설화와 정상화 및 자립생활 이념에 따라 거주시설에서의 장애인의 삶이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고 동등한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아주 소소한 것이라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지역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장애인 거주시설의 핵심적 가치이자 궁극적 목표라고 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장애인 거주시설의 과제와 개선 방안을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애인 거주시설의 소규모화 정책에 따른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 집단거주에 따른 문제를 해소하고, 탈시설화와 정상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대형시설 위주의 장애인 거주시설의 정책이 소규모시설(30인 이하)이나 공동생활가정 중심으로 전환돼 신규시설은 이용 정원을 30인 이하로 제한하고, 기존의 대형시설은 지속적으로 소규모화를 독려하고 있으나,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법과 제도에서 이러한 부분을 반영하고 있지 못해 오히려 공동생활가정이나 소규모시설이 대형시설에 비해 인력과 예산 부족현상을 겪게 돼 기존의 대형 시설의 소규모화를 저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소규모시설에 대한 인력과 예산을 현실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둘째, 장애인 단기거주시설의 본연의 기능 확립이 필요하다. 단기거주시설은 입원, 출장과 같이 보호자의 일시적 부재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단기간의 거주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거주시설 소규모화 정책에 따른 기존 대형시설의 정원 감축 및 신규 소규모 시설의 확충의 어려움 등으로 장기간 거주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형별 거주시설이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등의 이용이 어려워 그 수요를 단기거주시설이 대체하고 있어 본연의 목적인 단기보호서비스가 실제로는 제공되지 않고 장기 거주시설화돼 가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는 결국 보호자의 질병이나 일시적으로 부득이하게 보호받지 못할 상황에 놓인 장애인들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장기간 거주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의 지속적인 확충을 통해 단기거주시설이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장애인 거주시설의 물리적 환경변화가 필요하다. 장애인 복지서비스는 원래의 가정이나 또는 지역사회의 일상적인 거주공간에 살도록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도 불가피하게 거주시설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거주시설을 통해 제공되는 거주공간은 최대한 가정집과 같은 환경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제도를 보면 거주시설은 근원적으로 집과 같은 공간이 아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인당 거실 면적은 가구 점유 면적을 합산해 3.3m2 이상이면 된다. 또한 거주 시설은 격리된 공간에 설치돼서는 안 되고, 일상적인 삶이 가능한 일상 주거지역에 소규모로 설치돼야 하며, 별도의 공용화장실, 별도의 세탁실, 별도의 식당 등이 있어야 하는 현행 법정 기준과 달리 가능한 한 아파트나 단독주택과 같이 각 집마다 화장실, 세탁공간, 식사공간 등이 있어야 하며, 이런 일반적인 집과 같은 모습이 통상적인 시설의 모습이 되도록 법령을 정비하고 이에 따라 기존 시설의 물리적 환경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장애인 거주시설은 그 자체로 고립된 공간으로 인식됐고, 지역사회에서 살 것인가와 시설에 들어갈 것인가는 최후의 거주 장소를 결정하는 극단적인 결단을 통해 접근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주라는 측면과 서비스라는 요소가 분리돼야 한다. 그래서 거주라는 측면도 개인의 욕구에 부합하게 설계돼야 하며, 서비스라는 요소도 마찬가지로 욕구와 부합하는 것이 돼야 한다. 예를 들어, 거주 측면에서 보면 어떤 사람은 거주공간에 공간 개조나 특별한 장비들이 부가돼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보통의 거주공간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서비스 측면에서 보면 어떤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밀착된 집중적인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일상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지원이 불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거주의 욕구와 서비스의 욕구를 분리하고, 개인마다 다른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즉, 거주시설의 서비스가 거주와 서비스의 부분에서 개인의 필요에 부응하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거주시설의 종류가 다양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거주시설의 다양화와 함께 고려돼야 하는 것이 특성화이다. 거주시설에서의 삶의 경험이 안전하고 편안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차별적인 욕구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 유형에 따라 특별한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와 정신장애를 동반해 자신 또는 타인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신체적 개입과 같은 특별한 지원서비스가 부가돼야 하거나 중고령의 일부 발달장애인에게는 조기 노화에 따른 지원서비스도 고려돼야 한다. 그리고 장애아동은 부모 또는 성인의 보호 아래 안정감 있게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반면, 성인은 최대한 독립적인 가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결정에 따라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주시설서비스 구축에도 이런 점이 반영돼야 한다. 자기 가정에서 살기 어려운 장애아동의 경우에는 입양과 위탁 보호가 우선적인 대안이 돼야 한다. 반면, 성인은 주택임대, 공동주택, 거주시설서비스(그룹홈, 케어홈, 요양홈 등) 등 독립적인 성인으로서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이 우선적인 대안으로 고려돼야 한다.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장

저작권자 © 우먼컨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