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O연구소, 2023년 1000대 기업 대표이사 1371명 중 여성 대표이사(CEO) 현황 조사
-1000대 기업 대표이사 1371명 중 여성은 2.9%, 작년보다 0.5%P↑…女CEO 40명 중 전문경영인 30%↑
-매출 1조 클럽에 여성 대표이사 6명 활약…女CEO 주식부자 1위, 호텔신라 이부진 6조 7000억 넘어

올해 파악된 1000대 기업 중 여성 대표이사(CEO)는 4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000대 기업 전체 대표이사 중 2.9%로 작년보다는 0.5%포인트 증가했다. 이번에 조사된 40명의 여성 CEO 중 전문경영인은 30%를 넘어섰다. 또 매출 1조 클럽에서 활약하는 여성 CEO는 작년 4명에서 올해 6명으로 많아졌고, 국내 여성 대표이사 중 주식부호 1위는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3년 1000대 기업 여성 대표이사 현황 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1000대 기업은 지난해 상장사 매출(별도 기준) 상위 1000곳이다. 조사는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여성(女性)이면서 대표이사(代表理事) 타이틀을 보유한 최고경영자(CEO)로 제한했다. 반기보고서 제출 이후 자리 변동에 대해서는 따로 반영하지 않았다. 동일인이 2개 이상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경우는 회사를 기준으로 별도 인원으로 파악해 집계했다. 주식평가액은 올해 12월 19일을 기준이고, 해당 여성 CEO가 보유한 상장사 주식종목(우선주 포함)을 모두 합산해 계산했다. 

조사 결과 국내 1000대 기업 내 대표이사 타이틀을 보유한 CEO는 모두 1371명이었다. 이중 여성은 4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에 파악된 여성 대표이사 32명보다 8명 많아진 숫자다. 1000대 기업 내 여성 대표이사 비중도 작년 2.4%에서 올해 2.9%로 1년 새 0.5%포인트 정도 소폭 증가했다. 최고경영자급에서도 유리천장이 조금씩 깨지고 있지만, 1000대 기업 내 여성 CEO는 100명 중 3명 미만 수준으로 아직도 갈 길은 먼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조사된 40명의 여성 CEO 중 비(非)오너가에 속하는 전문경영인은 13명으로 32.5%를 차지했다. 작년에 파악된 21.9%(7명)보다는 1년 새 10.6%포인트나 상승해 주목을 끌었다. 재계에 여성 전문경영인의 진출 속도 시계가 다소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파악된 여성 CEO 40명 중 작년 매출(개별 기준) 1조 클럽에 포함된 대기업군에는 6명이나 이름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한국가스공사 최연혜 대표이사를 필두로 ▲네이버 최수연 ▲호텔신라 이부진 ▲LG생활건강 이정애 ▲매일유업 김선희 ▲한샘 김유진(1981년생) 대표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중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과 매일유업 김선희 사장 두 명은 오너家에 속했고, 나머지 4명은 전문경영인에 속했다. 매출 1조 클럽에 속하는 여성 전문경영인은 지난해 2명에서 올해 4명으로 많아졌다.

이외 ▲스튜디오드래곤 김제현 ▲와이지엔터테인먼트 황보경 ▲코웰패션 김유진(1971년생) ▲예스24 최세라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이수연 ▲동남합성 박미령 ▲에이블씨엔씨 신유정 ▲부광약품 유희원 ▲팜젠사이언스 김혜연 대표이사 등 9명도 전문경영인에 속했다. 이중 부광약품 유희원 CEO는 지난달에 등기임원에서 물러났지만, 올 반기보고서 제출 시점에서는 대표이사직을 유지해 이번 조사에는 포함됐다. 유 전(前) 대표이사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올해 11월까지 CEO직을 유지해 온 보기 드문 경력을 가진 여성 경영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공식 임기 만료 시점인 2025년 3월까지 등기임원직을 유지했다면 10년간 전문경영인을 유지해 온 여성 CEO라는 기록도 세울 수 있었지만, 유 前 대표이사는 1년여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이번에 조사된 40명의 CEO를 10년 단위 출생년도 별로 살펴보면 1970~1979년 사이인 1970년대에 출생한 이들이 16명(40%)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는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1970년생)을 비롯해 ▲와이지엔터테인먼트 황보경(1970년) ▲대주전자재료 임일지 사장(1970년) ▲세코닉스 박은경(1972년) ▲예스24 최세라(1973년) ▲깨끗한나라 최현수(1979년) 대표이사 등이 대표적인 1970년대 출생 여성 CEO 그룹군에 속했다. 이외 1960년대생(25%) > 1980년대생(20%) > 1950년대생(12.5%) 순으로 나타났다. 1934년생으로 내년에 90세가 되는 대림통상 고은희 대표이사 회장은 이번 조사에서 최연장자 여성 CEO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은희 회장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현재까지 대림통상 대표이사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국내 1000대 기업 여성 CEO 중 주식평가액이 가장 높은 주인공은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장은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호텔신라에서는 보유 주식이 단 한 주도 없지만,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삼성생명‧삼성전자 우선주 등에서 다수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이달 19일 기준 이부진 사장의 상장사 주식가치만 해도 6조7965억원을 상회하며 국내 여성 CEO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1000억원이 넘는 주식재산을 보유한 여성 최고경영자에는 클리오 한현옥 대표이사와 코스메카코리아 박은희 대표이사 두 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현옥 대표이사는 클리오 주식종목에서 보유한 주식평가액만 2686억원을 상회했다. 박은희 대표이사는 코스메카코리아 종목에서만 1007억원이 넘는 주식평가액을 보유 중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어 대주전자재료 임일지(968억원) 사장과 삼양식품 김정수(738억원) 부회장은 국내 여성 대표이사 중 주식재산 상위 다섯손가락 안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외 ▲태경산업 김해련(451억원) ▲콜마비앤에이치 윤여원(392억원) ▲신성이엔지 이지선(339억원) ▲이연제약 정순옥(287억원)  ▲한세엠케이 김지원(176억원) 대표이사는 이번 조사 대상 여성 CEO 주식부자 TOP 10에 포함됐다. 

앞서 상위 10명을 제외하고 이달 19일 기준 주식평가액이 100억원이 넘는 여성 대표이사는 5명 더 있었다. ▲조광페인트 양성아(149억6500만원) ▲세코닉스 박은경(149억4500만원) ▲인지컨트롤스 정혜승(149억2500만원) ▲삼현철강 조윤선(125억 원) ▲티에이치엔 이광연(123억원) 대표이사의 주식가치는 100억원을 넘어섰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최근 국내 대표적인 IT업체인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에서도 최근 여성 CEO를 전면에 내세워 당면한 위기를 돌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앞서 두 기업처럼 어려운 기업 상황에서 여성 CEO에게 경영 지휘봉을 맡기는 사례가 증가하는 데에는 단순히 단기 실적 상승보다는 기존에 오랫동안 형성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시대에 맞게 개선하면서 공정성, 신뢰성, 투명성, 다양성, 유연성 등을 강화해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이 강하다”고 말했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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