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공급사업을 하는 노동조합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에 해당

울산항운노조는 2019년 1월 21일 오후 3시경부터 농성용 텐트, 스타렉스 차량 및 소속 조합원을 동원하여 부두 진입 통행로를 봉쇄하였다. 공정위 제공
울산항운노조는 2019년 1월 21일 오후 3시경부터 농성용 텐트, 스타렉스 차량 및 소속 조합원을 동원하여 부두 진입 통행로를 봉쇄하였다. 공정위 제공

대법원이 지난 13일 울산항운노동조합(이하 울산항운노조)이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울산항운노조의 상고를 기각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처분이 적법하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울산항운노조가 화주인 세진중공업 내 부두에 2개의 농성용 텐트를 치고 2대의 차량과 소속 조합원들을 동원해 부두 및 선적용 중장비 통행로를 봉쇄해 경쟁사업자인 온산항운노동조합(이하 온산항운노조)의 선박 블록 하역 작업을 방해(이하 이 사건 행위)함으로써, 결국 온산항운노조가 체결한 선박 블록 운송 하역회사와의 ‘노무공급계약’이 해지되도록 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사업활동방해행위(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5호, 현행 제45조 제1항 제8호) 위반을 이유로 2021년 3월 25일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울산항운노조는 위 처분에 불복해 2021년 4월 26일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소송에서 패소하자 2022년 11월 2일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고 이번에 대법원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이번 소송에서 울산항운노조는 자신들이 공정거래법 제2조(정의) 제1호의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행위는 노동조합법에 따른 적법한 쟁의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정거래법 제2조 제1호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주체인 사업자를 ‘제조업, 서비스업, 기타 사업을 행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을 뿐 그 범위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점, 국내 근로자공급사업의 경우 노동조합법에 따른 노동조합만 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직업안정법에서 규정하고 있어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의 지위와 사업자의 지위를 겸하게 되는 점,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노동조합도 공정거래법의 적용 대상으로 삼을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적어도 노동조합이 직업안정법에 따라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아 이를 영위하는 범위 내에서는 공정거래법의 적용 대상인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아, 울산항운노조 측의 주장을 배척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이 사건 행위는 온산항운노조의 하역 작업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주된 목적은 근로 조건의 향상이 아니라 신규 근로자공급사업자인 온산항운노조를 배제하고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는 데 있는 것이라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행위는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의 실질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래서 울산항운노조의 이 사건 행위는 노동조합법상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온산항운노조가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기 전까지 울산지역에서 유일한 근로자공급사업자로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었던 점, 울산항운노조의 이 사건 행위로 온산항운노조의 노무공급계약이 해지된 점, 이 사건 행위의 주된 목적은 신규 사업자인 온산항운노조를 배제하고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는 데 있으며, 실제로 울산항운노조는 이 사건 행위로 독점적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행위가 부당한 방법으로 온산항운노조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판결은 노동조합도 관련 사업 허가를 받아 이를 영위하는 범위 내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에 해당하고, 경쟁사업자를 배제해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행위는 노동조합의 경우라도 공정거래법상 사업활동방해행위에 해당함을 명시적으로 판단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공정위는 판결 취지를 반영해 시정명령에 대한 이행 점검을 철저히 해 나가는 한편, 경쟁사업자에 대한 사업활동방해행위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도 지속해 감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먼컨슈머 = 박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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