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상준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이 점차 엷어지는 가운데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있다. 사회가 양극화하는 것처럼 기후도 점차 양극화하는 것 같다. 이제 무더운 여름과 혹독한 겨울만이 남고 말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지난 1월 유럽은 한겨울에 밖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스키장이 눈이 없어 일찍 문 닫는 이상기후를 보였다. 중산층의 감소와 봄, 가을의 소멸은 인간의 위기와 지구의 기후위기가 한 몸임을 깨닫게 한다. 

기후위기는 사람과 지구 관계의 악순환으로 더 심해지고 있다. 인간들이 땅속 깊이 있던 석탄과 석유를 엄청나게 뽑아 쓰면서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이것이 기후위기를 통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동토의 바이러스들이 깨어나면 더 큰 팬데믹이 올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예측도 있다. 기후위기의 악순환은 우리 인간으로부터 시작되었기에 결자해지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구 생태계의 선순환은 사람과 지구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때 이루어진다. 건강한 생각이 건강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우리의 몸과 지구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따라 건강해진 지구환경이 다시 우리의 마음과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  

우리가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싶다면, 지구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면 된다. 지구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지구의 회복력을 다시 키우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상처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이것으로부터 다시 정상 상태로 돌아오는 힘을 회복력(resilience)이라고 한다.

우리 인간이 만들어 놓은 오염된 공기와 오염된 물, 쓰레기 등을 우리 지구는 스스로의 회복력으로 극복한다. 하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서는 오염과 쓰레기는 자연 스스로가 회복시킬 수가 없다. 

작년 여름에 서울의 기습적인 폭우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 도시의 표면은 상당 부분 인공적 시설로 덮여 있어서 강우를 스스로 흡수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인공적인 하수시설도 폭우에 역부족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도시의 회복력을 키우는 방법은 우리의 소비방식을 바꾸고 자연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도시의 토양을 뒤덮은 인공적 시설물들을 점검해서 최소한의 시설을 남기고 걷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의 소비생활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비영리단체인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라는 단체에 따르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 한국인처럼 산다면 지구 네 개만큼의 자원이 있어야 생활방식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J.B.매키넌, 디컨슈머)  

탄소중립 대책 등 기후위기에 대응한 모든 정책의 출발점은 소비 절약이다. 소비를 줄이지 않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비 절약을 포함해서 현명한 소비가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현명한 소비는 낭비를 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현명한 소비를 통해 지구의 회복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우리가 더 건강해지는 선순환을 시작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덜 소비하고, 절약한 돈을 나와 지구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돌리는 실천이 필요하다. 가공식품 소비를 줄이고 줄인 소비의 일부를 친환경농산물 소비로 돌린다든지, 승용차이용을 줄이고 자전거이용이나 도보이동을 늘이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가전제품 이용을 줄이고 몸을 더 움직이는 습관을 키우는 것도 현명한 소비를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현명한 소비행태를 보이게 될 때 기업들도 이에 반응하게 될 것이고 정부도 탄력을 받아 기후위기 대응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는 시민들이 현명한 소비를 촉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도 걷거나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면 보험료혜택을 주는 부분적인 인센티브 제도는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강력한 세제혜택이나 재정지원을 통해 현명한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 친환경농산물 소비에 대한 보다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개인들이 소비를 줄인 돈을 환경관련기구에 기부할 경우 세액공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 그리고 자동차 2부제에 참여할 경우 자동차세와 보험료를 대폭 줄여주는 것도 현명한 소비 촉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준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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