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늘어나는 가운데 운전자가 스스로 급발진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아 ‘입증책임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급발진으로 신고된 건수가 987건에 이르지만, 제조사와 경찰청이 인정한 급발진 결함 건수는 0건으로 나타났다. 2018년 5월 호남고속도로 부근에서 발생한 BMW 급발진 사건만이 2심 재판에서 승소 후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지금까지 제조사와 경찰청의 공식적인 급발진 사고 인정사례는 1건도 없는 셈이다.

시민회의 측은 “자동차 급발진은 대형 사고로 이어져 사망률과 위험도가 큰 결함이다. 그러나 제조사는 급발진 의혹 사고에 대해 '운전자 과실'로 치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현행 법규와 제도상 운전자가 스스로 급발진 결함을 증명해야 한다. 이제는 제조사가 자사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도록 입증책임전환을 통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발진 사례를 살펴보면 2020년 6월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기아차 레이 급발진 사건’의 경우, 급발진이 발생한 차량 내에서 운전자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대처 방법을 물어볼 정도로 침착성을 유지했지만, 장시간 차량이 멈추지 않았다.

물론 국토부와 소방청이 제출한 급발진 의심 현상 건수 중 운전자의 실수로 인한 사례도 포함됐겠지만 987건의 의심사례 중 지금까지 한 건도 인정되지 않은 것은 급발진 결함에 대한 방치 수준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한편 자동차 급발진(sudden unintended acceleration)은 자동차가 운전자의 제어를 벗어나 의지와 관계없이 가속되는 현상이다. 해당 결함이 발생하면 RPM이 급격히 상승하며 차량이 돌진한다. 급발진은 정지상태나 저속상태, 정속 주행상태에서 모두 일어날 수 있으며, 대개 제동장치의 작동 불능을 수반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급발진의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다. 자동차의 뇌로 불리는 ECU 상태의 불량, 브레이크 배력장치 오작동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급발진 시 기어를 중립(N)으로 바꾸는 등 대처 방법은 존재하나 차량이 멈추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신속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패닉 상태에 빠진 운전자들이 적절한 대응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민회의 측은 “원인과 예방책이 명확하지 않아 급발진 신고 건수가 많은 차량의 운전자는 불안한 상황에서 운전할 수밖에 없다. 입증책임전환 등 제도개선에 시급히 나서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먼컨슈머=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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