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동네 마트 장을 보니 집 앞으로 배달해주네요, 30분만에요”
“로마켓이 대형 마트 경쟁에서 밀려난 우리 가게를 살렸습니다”
“주류배달 규제를 푼다고요? 동네마트의 탈출구가 될 거에요”

동네마트와 근거리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로마켓' 박상미 대표 (사진=로마켓 제공) 
동네마트와 근거리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로마켓' 박상미 대표 (사진=로마켓 제공) 

 

코로나19로 서둘러 와버린 비대면 시대. 배달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92조원을 넘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배달음식도 48% 이상 늘어 26조원에 육박했다.

온라인 배달수요의 급증은 쿠팡, 마켓컬리, 배달의 민족 등 대형 퀵커머스들의 배를 불려줬지만 동네시장의 경쟁력은 쪼그라들어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 경기까지 침체일로다.

이런 상황에 물꼬를 트겠다는 듯 소상공인과 상생을 선언한 플랫폼이 등장했다. 6년간 시범운영을 거쳐 2020년 출범한 동네마트 장보기 앱 ‘로마켓’이다. 플랫폼을 통해 동네마트와 근거리 소비자를 연결해주면 동네마트가 소비자에게 물건을 배송해주는 위치 기반 서비스다.

출범 2년이 채 안됐지만 지난해 30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며 현재 240개 점포가 입점했고 대기 중인 마트들도 300개가 넘는다. 광고 하나 없이 입소문만으로 누적 회원 10만 명을 확보한 그야말로 알짜배기 플랫폼이 되었다.

로마켓은 2015년 여성건강전문기업 질경이의 사내벤처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질경이의 시작이 기업의 이윤보다는 여성의 고민을 해결하자는 취지였던 것처럼 그 안에서 탄생한 로마켓도 같은 길을 따랐다.

폭발적 성장세가 코로나19의 수혜로 보일 수 있지만, 이윤추구보다는 소외된 우리 동네 마트를 살리겠다는 상생의 본래 취지가 빛을 발한 셈이다.

로마켓의 로고와 캐릭터 마윗. 마윗은 골리앗과 싸우는 ‘마트의 다윗’이라는 뜻이다.
로마켓의 로고와 캐릭터 마윗. 마윗은 골리앗과 싸우는 ‘마트의 다윗’이라는 뜻이다.

 

로마켓은 '모든 길은 로마로, 모든 배송은 로마켓으로 통한다'는 의미이며, 로켓보다 빠른 배송으로 동네마트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로마켓의 귀여운 캐릭터 마윗은 골리앗과 싸우는 ‘마트의 다윗’이다.

듣는 순간 유쾌해지는 브랜드 네임과 캐릭터처럼, 긍정 기운으로 무장한 박상미 대표를 만나 로마켓의 숨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로마켓이 짧은 기간 동안 큰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입점한 마트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하네요.

론칭 후 외형 성장도 컸지만 로마켓 주문으로 매출이 늘었다는 점주님들 반응이 많아져 정말 뿌듯합니다. 점점 로마켓에 의지하게 된다면서 다른 사람들 모르게 로마켓을 혼자 독점하고 싶다고 농담을 건네시는 분들까지 있어요.

어려운 동네마트의 탈출구라는 증거겠죠?

네, 사실 동네마트에서 온라인 상점을 하나 구축하려면 몇 백에서 몇 천까지도 투자해야합니다. 또한 만든 후에도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해 유지비용도 많이 들죠. 이런 이유로 점주들이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로마켓은 이 점에 주목해 전국의 동네마트를 한데 모으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플랫폼만 개발해 놓으면 마트에 설치하는 건 원격시스템으로 정말 간단하거든요.

게다가 가격이나 재고관리가 포스와 자동으로 연동돼 직원 충원 없이 단독 온라인 상점을 10분 만에 갖게 되는 셈입니다. 수수료도 1%로 다른 배달 업체들에 비해 굉장히 저렴하고, 소비자들과 입점 업체들의 중간에서 더 좋은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 위해 업데이트도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로마켓과 기존 대형마트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차별점은 ‘신속대응’이라고 할 수 있어요.

로마켓은 신선상품 비중이 높습니다. 쿠팡이나 이마트 등은 주문배송이 간편하더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업체와 연결이 쉽지 않죠. 특히 요즘 코로나 때문에 상담사 연결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설령 연결이 된다 해도 교환이나 환불에 시간이 걸려 당장 사용할 신선상품인 경우 곤란한 상황이 되죠. 하지만 로마켓은 바로 앞 동네마트인 만큼 즉각 연락이 돼 소비자와 마트 측 모두 환불이나 교환에 대해 마음 졸일 필요가 없어요.

동네마트와의 상생을 위해 주류배달 규제를 푸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를 제안한 박상미 대표. 인터뷰는 로마켓이 위치한 서초구 질경이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사진=로마켓)
동네마트와의 상생을 위해 주류배달 규제를 푸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를 제안한 박상미 대표. 인터뷰는 로마켓이 위치한 서초구 질경이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사진=로마켓)

 

최근 보도된 로마켓의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도 궁금합니다. 이를 통해 마트의 주류배달이 가능하게 되나요?

로마켓을 이용하던 어느 점주님이 마트 주류배달에 대한 불공평함을 호소하셨어요. 배달음식을 주문하면 사이드로 술이 같이 배달되는데, 마트는 술을 주문해도 배달을 못 받고 소비자가 직접 픽업해야하거든요. 때문에 소비자들이 주문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사실 이런 규제는 손발 다 묶고 장사하라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가뜩이나 생존을 위협받는 동네마트인데 주류배달만이라도 불공평한 규제가 풀리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로마켓은 현재 규제 샌드박스와 동네마트 주류배달 실증특례 실시를 위한 심의절차를 진행 중인데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라고 이름 지은 이 판매방식은, 점주가 직접 고용한 직원이 고객의 성인인증을 로마켓에 등록해 안전하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미성년자 주류구매 때문에 정부가 신중한 것으로 아는데요. 로마켓이 안전한 해결 방법을 마련한 건가요?

로마켓의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는 총 세 번의 성인 인증을 하게 됩니다. 어플가입과 주류주문 시에 고객이 두 번의 성인인증을 하고, 위탁 배달원이 아닌 마트 점주나 직원이 직접 배달한 뒤 성인인증 어플에 다시 등록하는, 책임성이 매우 강화된 방식입니다.

또한 성인인증 없이 배달을 완료할 경우 해당마트는 주류배달이 금지되는 원아웃 체제입니다. 이렇듯 철저한 관리책임제가 도입된 방식이라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주류주문 우려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어려운 동네마트를 위한 중요한 방법이라 생각해 부딪혀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궁금증도 풀어주세요. 질경이 상무직과 로마켓 대표직을 함께 맡고 계시는데요.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힘들진 않아요. 두 배로 살면 되니까요. 반으로 안 나누고, 딱 두 배로요.

질경이에 입사하기 전 해외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유통을 오래 했어요. 일은 성공적이었지만 제가 판매하는 비싼 환자용 화장품이 그걸 사지 못하는 누군가에겐 큰 상처가 된다는 걸 깨닫고 회의가 들었습니다. 물론 경력에 비해 어린 나이라 철없음도 가득했고요(웃음).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후회 없이 잘해보고 싶었고, 또 질경이 최원석 회장님의 경영철학에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질경이 브랜드의 성공 배경은 ‘좋은 제품으로 여성의 고민을 해결하려 노력했더니 자연히 수익이 따라온 것’이거든요. 로마켓도 마찬가지고요. 실제 비즈니스란 게 이런 거 아닐까 싶었어요.

회의 중인 박상미 대표와 로마켓 직원들
회의 중인 박상미 대표와 로마켓 직원들

 

젊은 여성 CEO로서 목표가 있다면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스스로 약속한 바가 있는데요. 회사에 식당과 어린이집을 만드는 것입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일하는 여성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특히 어린아이를 키우는 작장맘의 고충은 정말 안타까워요. 오죽하면 아이가 아픈 것보다 그 사실을 상사한테 얘기하는 게 더 괴롭다 하겠어요. 그런 여성들에게 즐거운 직장을 만들고 또 능력을 펼칠 수 있게 이끌어 주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로마켓의 목표와 계획을 알려주세요.

올해 목표는 ‘가맹점 1000개’입니다. 그리고 국내 사업이 안정되면 해외시장진출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근거리 마트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위치기반 플랫폼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충분히 실현가능하리라 봅니다. 빠른 배송과 신선함은 전세계 어디에서든 통할 것이라 확신해요. 로마켓이 글로벌 동네마트의 거점이 되는 것이죠.

또 하나,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어요. 자신의 마트가 없더라도, 좋은 물건만 있다면 내 방에서라도 팔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거죠. 물론 아직은 먼 이야기가 되겠지만 로마켓의 궁극적 목표임엔 틀림없습니다.

 

우먼컨슈머=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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