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홈페이지 내 게시된 비전과 미션 (질병청 홈페이지 캡처)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내 게시된 비전과 미션 (질병청 홈페이지 캡처)

중앙행정기관인 부·처·청 홈페이지에 제대로 된 '비전'이 표기돼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외교부, 통일부, 행정안전부, 농축산식품부, 검찰청, 해양경찰청이 해당한다. 질병관리청만이 비전, 미션은 물론 핵심가치까지 잘 갖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여년간 웹 접근성과 웹 개방성 등을 평가해 온 웹발전연구소(대표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앙행정기관인 부·처·청 홈페이지에 비전이 있는지, 있으면 무엇인지를 각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전수 조사해 파악했다고 27일 밝혔다.

(웹발전연구소 제공)
(웹발전연구소 제공)

웹발전연구소는 18개 부처 중 6개(33.3%)기관 홈페이지에 '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교육부, 외교부, 통일부, 행안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6개 부 홈페이지에는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12개(66.7%에는 비전이 확인됐지만 미션과 핵심가치가 없어 개선이 필요해보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 ICT 혁신으로 열어가는 더불어 잘사는 미래’, 국방부는 ‘유능한 안보, 튼튼한 국방’,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강국 대한민국’, 법무부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산업통상자원부는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산업강국’, 여성가족부는 ‘평등을 일상으로’,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 중심의 스마트 대한민국 구현’ 등의 비전이 확인됐다.

국가보훈처, 대통령경호처, 법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사혁신처 등 5개 처에서도 비전이 확인됐다. 국가보훈처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 대통령경호처는 ‘대통령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경호전문기관’, 법제처는 ‘법제로 만들어 가는 국민의 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한 식의약 + 건강한 국민’, 인사혁신처는 ‘국민을 위한 혁신, 미래를 여는 공무원’ 등이다.  

18개 청 중에는 16개(88.9%) 청에서도 비전이 확인됐으나 검찰청, 해양경찰청 등 2개(11.1%) 청에는 비전이 게시되지 않았다. 검찰청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국민중심 검찰, 신뢰받는 검찰, 공정한 검찰’이라고 적혀 있지만 비전인지, 슬로건인지 알 수 없다고 웹발전연구소는 지적했다.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병무청, 방위사업청, 경찰청, 소방청, 문화재청, 농촌진흥청, 산림청, 특허청, 질병관리청, 기상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새만금개발청 등 16개 청에도 비전이 확인됐다. 주요 청의 비전을 살펴보면, 국세청은 ‘국민이 편안한, 보다 나은 국세행정’, 산림청은 ‘일자리가 나오는 경제산림, 모두가 누리는 복지산림, 사람과 자연의 생태산림’, ‘조달청은 ‘혁신·상생·국민안전을 지향하는 공공조달’, 질병관리청은 ‘건강한 국민, 안전한 사회’ 등이다.  

문형남 웹발전연구소 대표는 “대학(대학원)에서 경영전략을 강의할 때 국내외 경영전략 교과서를 보면 거의 공통적으로 비전 > 미션 > 핵심가치의 순으로 비전·미션·핵심가치의 체계를 잘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부·처·청 등 중앙행정기관들은 대부분 비전만 있고(일부 기관은 비전도 없고), 미션과 핵심가치가 있는 기관은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질병관리청은 비전·미션·가치를 잘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공공기관 다수는 비전 > 미션 > 핵심가치의 순서가 아닌 미션 > 비전 > 핵심가치 순서로 표기를 하고 있는데,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일부 기관은 비전 > 미션으로 표기했으나 기획재정부에서 주관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이 순서가 잘못됐다고 하여 감점을 당했다고 하소연했다"며 "잘된 표기를 미션 > 비전으로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공기업 36개, 준정부기관 96개, 기타공공기관 218개 등 총 350개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공공기관은 기재부 주도 아래 매년 평가를 받는다. 지난 6월 131개 공기업·준정부기관에 대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기재부가 '계산 실수'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0개 기관은 종합등급이 수정됐으며 13개 기관은 성과급 산정 기준이 되는 범주별 등급이 바뀌었다. 198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공기업 기준, 정부 산하기관은 2004년부터)가 도입된 이래 계산 오류에 의한 평가등급 번복은 처음있는 일이다. 

문형남 대표는 "경영평가 오류는 양적인 오류지만 비전과 미션 순서에 대해서는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시급히 시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조직의 가장 기본인 비전이 없거나 비전과 미션의 위치가 뒤바뀐 심각한 오류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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