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9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짐에 따라 우리나라는 협상 개시 전 필요한 국내 사전절차를 시작해 나가기로 했다. 또 후 주석은 한·중 어업문제와 관련, 중국 어민들에 대한 교육·관리 강화를 약속했다.
 
9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공식환영식에 참석한 뒤 후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관계 발전방안과 한반도 평화·안전을 위한 협력방안 등 현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먼저 후 주석은 한·중 수교 20주년이 시작되는 시기에 이뤄진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환영의 뜻을 표하고, 이 대통령은 중국 측의 초청과 환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재임 중 9번째 회담이다.
 
특히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을 통해 경제통상 분야와 관련해 협력 추세가 강화될 수 있도록 한·중 FTA 공식협상 개시에 필요한 국내절차를 밟아나가기로 했다.
 
중국의 경우 FTA 공식협상 개시 전 별도의 절차가 필요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FTA 협상절차를 개시하려면 공청회 개최 및 대외경제장관회의의 의결 등 사전 국내절차를 거치도록 돼있다.
 
국내절차는 일단 대통령훈령인 '자유무역협정 체결 및 이행협의에 관한 절차규정'에 따라, 공청회 개최 전 14일 전까지 이를 관보에 게재해야 한다.
 
이어 통상교섭본부 협상대표 이하 관계부처 국장급 등이 참여하는 FTA실무추진회의 및 통상교섭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FTA 추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외경제장관회의의 최종 의결을 통해 협상단을 구성, 국내절차 완료 및 협상 개시를 선언하게 된다.
 
일단 이번 국내절차 개시는 협상 개시에 앞선 사전 절차인 만큼 본격적인 협상절차나 양국의 합의 차원이 아니라 최소한의 사전 검토절차 단계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미 FTA와 관련한 산·관·학 공동연구 등을 진행해온 만큼 사전 절차는 이르면 한 달, 길어도 두 달 안에는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협상이 개시된다 해도 실제 협상 절차가 언제 끝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한·중 FTA 협상이 개시될 수 있으려면 농산물을 포함해 민간분야에 대해 충분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고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전했다.
 
김 비서관은 "중국 측에서는 조속히 협상 개시 선언이 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거기에 대해서 우리는 곧 국내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한·중이 협상 개시에 필요한 국내 절차를 거치게 되면 양국이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다는 내용이고, 그 때 한·중은 앞으로 한두 단계에 걸쳐 협상의제를 나누기로 한 데 대해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 비서관은 이어 "우선 1단계는 우리나라 농수산물을 포함한 민감한 분야, 품목에 대해 먼저 한·중 간에 협의하게 되고, 얼마만큼 개방할 지에 대해 도출되면 2단게로 공산품이나 제조업 등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기 용이한 부분에 대해 논의하기로 이해를 같이 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끌려다니는 방향으로 될 가능성은 줄여 놨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또 지난해 말 발생한 불법조업 중국어선 해경 살해사건 등과 관련해 향후 어업문제로 인한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최근의 불상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중국 측의 효과적 조치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후 주석은 "한국이 이 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관심을 고도로 중시한다"며 "중국 어민들에 대한 교육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또 "한·중 간 협력체계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 비서관은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와 한·중 어업지도단속실무협의회가 최근 일어난 불법조업 문제와 직접 연관된 회의체"라며 "이것을 대체로 엉뚱한 협의체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것을 보다 중국이 강화해 관리와 책임을 훨씬 더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한·중 당국 간에는 ▲한·중 어업공동위원회 ▲한·중 어업지도단속실무협의회 ▲한·중 수산고위급회담 ▲한·중 영사국장회의 등 4가지 정도의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필요할 경우 기존 협의체에 참가부서 및 참여자를 확대하는 방안 등도 양국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는 중요한 국면을 맞이한 만큼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한·중 양국의 공동 목표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관련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전까지 남북과 미북 간에 두 차례 비핵화회담이 있었다"며 "최근에도 6자회담 재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었지만 중단된 상태"라고 언급했다.
 
이어 "6자회담의 선결조건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관련국 간에 대화가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비서관은 "중국 수뇌부는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포함해 최근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차분하고 여유있게 대응하는 태도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며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후 주석이 매우 면밀하게 검토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중국은 앞으로 남북이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협력 프로세스를 가질 수 있도록 중국도 지지하고 맡은 바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며 "북핵문제 대해 중국은 현재로서는 당장 어려운 점이 있지만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도록 여건을 관련국들이 협력해 만들어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이어 지난 20년간 한·중 관계의 발전 성과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하고, 양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심화·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정상 간 교류를 확대하고 대화체제를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중국의 사회보험법과 관련한 협정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중국이 지난해 연금·의료·산업재해·실업·출산 등 5가지 분야에 대한 사회보험의 외국인 의무가입을 담은 사회보험법을 제정함에 따라 중국 진출 국내 기업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김 비서관은 "국내 기업인들이 국내에서 가입돼있는 보험이 있는데 보험료만 이중부담이 되고 혜택은 실질적으로 100% 받지 못하는 공백이 발생해 중국 측에 꾸준히 제기해왔고, 중국이 동의해왔다"며 "한국 기업인들이 되도록 이중으로 부담을지지 않고 혜택은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사회보장협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에너지·녹색산업 등에 대한 신규 투자 및 기술 협력 등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기후변화, 녹색기술과 같은 신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기술협력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후 주석은 "e비즈니스, 하이테크, 첨단 전략협력산업 분야에 대해서도 양국이 얼마든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수교 20주년과 '한·중 우호교류의 해'를 맞아 청소년 교류를 포함한 인적·문화 교류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오는 3월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및 5∼8월에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중국 측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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