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부당지원으로 자본금 5천에 1조원 우량 회사 경영권 얻을 뻔'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나이키(NIKE)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신발을 납품하는 창신아이엔씨(INC)가 회장 자녀가 최대주주로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다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창신INC를 고발한다고 13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 뉴시스)

이날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외 계열사를 통해 정환일 회장 자녀 회사인 '서흥'을 부당 지원해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창신INC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385억원을 부과하고, 교사자인 창신INC를 고발한다"고 했다.

서흥은 창신그룹이 이용하는 신발자재를 구매대행하는 계열사로 자본금은 5000만원이다. 정환일 회장의 자녀인 정동흔·정효진씨가 주식의 94.42%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창신INC은 해외 생산 법인에 '서흥에 주는 신발 자재 구매 대행 수수료에 7.2%를 더 얹어주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공정위는 "서흥의 유동성 확보를 돕기 위해 부당지원한 것"이라고 했다. 

창신INC 지시에 창신베트남·청도창신·창신인도네시아 등 해외 생산 법인 3곳은 2013년 6월~2016년 6월  약 7%포인트(p) 요율을 적용해 총 4588만달러(약 534억원)의 구매 대행 수수료를 서흥에 지급했다.

공정위는 "이 기간 서흥은 구매 대행 수수료를 올려받은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해외생산법인 3곳은 완전 자본 잠식, 영업이익 적자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서흥에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요율을 적용해 수수료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생산법인 3곳은 이 기간 서흥에 2628만 달러(약 305억원)를 더 지급했다. 이는 서흥 영업익 687억원의 44%에 해당한다"고 했다. 

서흥은 원천기술, 특허를 갖지 않은 단순 구매 대행 사업자다. 공정위는 "창신INC가 해외생산법인을 토해 서흥을 부당지원하며 시장에서의 공정거래 질서가 저해됐다"고 지적했다. 3년간 거래된 1570억원은 OEM 제조사의 신발 자재 구매 대행 시장 거래 총액(연평균 약 4017억원)의 39%에 달한다.

공정위는 창신INC의 부당지원은 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비롯된 행위로 봤다. 부당지원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서흥이 2015년 4월 창신INC의 주식을 대량 매입하며 2대 주주가 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2018년 9월 창신INC는 서흥과 합병을 검토한 바있으며, 성사됐을 경우 자본금 5000만원짜리 회사를 통해 연매출 1조원의 우량 회사 경영권을 얻을 수 있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그룹 본사의 기획·지시 아래 해외 계열사를 동원해 회장 자녀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행위를 찾아 엄중하게 제재한 최초의 사례"라고 했다. 다만 정환일 회장을 고발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에 대해서는 "부당 지원 행위를 직접적으로 지시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공정위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익명 제보를 통해 지난해 4월부터 해당 사건 조사에 착수한 뒤 올해 3월 전원 회의 안건으로 상정, 창신INC와 서흥 본사를 현장 조사한 바 있다. 해외 계열사는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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