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정려원(32)에게 김명민(41)은 좋은 연기 파트너이자 닮고 싶은 선배, 부러움의 대상이요 선물이었다. SBS TV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극본 장항준·이지효, 연출 홍성창) 종방 후 '이고은'(정려원)이 가장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도 '앤서니'(김명민).

"너무 좋았죠. 진짜 좋았어요"로 시작된 김명민에 대한 칭찬은 "신의 경지"라는 수식어로 끝났다. 김명민을 말할 때 정려원은 쉼 없이 눈을 반짝였다.

"대본이나 현장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에요. 예의나 예절이 몸에 갖춰져 있는 배우죠. 대본을 한 번 보고 완벽하게 외워버리는 기프트, 한 번 봤는데 40일을 연습한 듯한 기프트가 있은 것 같아요. 질투의 대상이 아니라 타고난 거죠. 부럽기도 해요."

"촬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에 촬영을 갔는데 선배님이 스태프들 이름을 다 외우고 있었어요. 저는 어떡하라고요"라며 앓는 시늉을 하면서도 웃는다.

촬영현장에 단 한 번도 늦지 않는, 촬영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해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연습을 거듭하는 김명민을 보며 자극도 많이 받았다.

"선배님은 8시 반에 촬영 들어간다고 하면 7시 반에 오세요. 한 시간 동안 현장에서 동선을 확인하고 8시 반에 '액션' 소리와 함께 촬영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었어요. 대부분의 배우들이 딱 맞춰서 오거나 늦게 오기도 하거든요."

"저도 절대 늦는 스타일은 아니에요"라는 정려원이지만, 더 부지런을 떨었다. 김명민은 좋은 교본이자 자극제였다. "선배님보다 일찍 나가려고 했던 적도 있고 일찍 나간 적도 있어요. 매번 그러지는 않았지만 부지런을 떨었죠."

그 동안 미니시리즈 촬영 현장에선 촬영 직전 전달되는 쪽대본과 반복되는 밤샘촬영 등 살인적인 촬영스케줄을 견디는 배우들의 정신력과 체력이 칭찬받아왔다. 반면 정려원은 '드라마의 제왕'을 촬영하며 꼬박꼬박 쉬었다. 이른바 '김명민 효과' 덕분이다.

"NG가 워낙 안 났어요. 감독님도 엄청나게 빨리 찍는 분이었고요. 24시간을 찍어본 적이 거의 없어요. 선배님은 옷 갈아입는데도 1분밖에 안 걸렸어요. 그렇게 장면과 장면 사이 시간이 단축되니까 1주일에 하루를 쉬었어요. 미니시리즈를 하면서 하루를 쉰다는 건 엄청난 혜택이에요."

"보통 미니시리즈를 보면 배우들이 11부 정도가 되면 힘들어하는 게 얼굴에 드러나요. 그런데 저희는 모든 사람들이 시간을 아끼는 게 습관이 되니까 회가 올라갈수록 쉬는 시간이 많아졌어요"라고 설명했다.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배우들은 '회춘'을 거듭한 이유다.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후부터는 주위 사람에게 재촉하기도 했어요"라며 웃는 정려원은 "선배님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았어요. 그냥 그게 삶인 거죠. '이건 거의 신의 경지인데, 나는 왜 이게 안 될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아직도 갈 길이 먼 거겠죠"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김명민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은 뒤 그녀는 "아마 선배님께 '가장 친한 여배우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저라고 하실걸요?"라고 자랑했다. "아니라고 하면 상처 받을 수도 있어요. 상처 받을거에요"라는 협박 아닌 협박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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