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개그듀오 '컬투'의 정찬우(45)와 김태균(41)은 정체를 거부한다. 2012 콘서트 예매율 1, SBS 파워FM(107.7) '컬투쇼' 청취율 1, KBS 2TV 예능프로그램 '안녕하세요' 시청률 1. 비결은 "어느 하나 목매지 않는 것"이다.

컬투가 더빙한 애니메이션 '몬스터 호텔'(감독 젠디 타타콥스키)도 마찬가지다. 스타들이 주로 맡는 주인공이 아닌 1인 다역 목소리 연기를 해냈다. "안 해본 분야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참여했다. "평소 더빙을 많이 해봤다. TV 프로그램도 그렇고, 힘이 들지 않았다. 단지 혼자서 여러 목소리를 내는 게 힘들었다. 그것 빼고는 어렵지 않게 했다"고 밝혔다.

김태균은 "익숙한 목소리를 쓰면 기획자 측에서도 흥행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무한도전'의 정준하, '런닝맨'의 하하 등이 더빙을 하는 것이다. 우리도 라디오를 통해 목소리가 친숙하니 고용한 것 같다. 그래도 성우를 전공했기 때문에 하고 싶었다. 시간적 여유도 맞았다. 1월에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중 가장 대작이다"고 눙쳤다.

'몬스터호텔'은 몬스터들의 유일한 천국인 몬스터 호텔에서 드라큘라의 딸 마비스가 118번째 생일파티를 열며 시작된다.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미라, 투명인간 등 몬스터 친구들 사이에 초대되지 않는 손님인 '조니'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22개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에 성공했다.

정찬우는 "'몬스터호텔'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작품이라 고려했을 것이다.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라 우리가 하면 영광이라는 생각이었다. 이런 작품이 우리를 찾아줘서 고맙다"며 겸손해했다.

정찬우는 "자의든 타의든 공연을 시작해서 1등도 하게 됐다. 하지만 다른 것에는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다. 라디오와 TV만 해도 그렇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 '시청률이 안 나오면 없어지겠지'하는 생각이다. 머리 쓴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산에 오른다고 다 오르는 게 아니다. 왜 산이 받아준다고 하지 않느냐? 우리도 그렇다. 대중이 받아줘야 한다. 대신, 정해진 상황에 열심히 한다. 다 때가 있고 우리는 그 때를 잘 만난 것뿐"이라는 마음이다.

"내 캐릭터가 시건방이다. 대중이 받아들이지 못했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독설가, 시건방, 깨방정 등 다양한 캐릭터가 생겼다. 자연스레 내 모습에도 익숙한 시대가 왔다. 또 그런걸 해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나이가 됐다."

김태균이 거들었다. "방송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공연에서 배운 감을 가져갈 수 있다. 대중을 계속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라디오도 햇수로 8년째이기 때문에 트렌드나 감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면서 "평소 말을 잘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어휘력이나 지식이 많지도 않다. 하지만 공감대 형성은 잘한다. 솔직한 말투에 그동안 쌓은 유머에 대한 감각을 던지는 걸 좋아해준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인기 요인은 소통에서 찾을 수 있다. 1994'컬트삼총사'를 결성한 이후 꾸준히 관객을 만났다. 무대에서 쌓은 순발력과 재치를 바탕으로 불특정 다수를 웃긴다. 간혹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툭툭 내뱉은 말이 이슈를 몰고 오기도 한다. 지난해 1230일 방송된 '2012 SBS 연예대상'이 그 보기다.

컬투는 라디오 DJ부문 수상 때 단상에서 "KBSSBS에서는 상을 받았는데 MBC에서는 연락이 없다. 우리 MBC 출신이다. 좀 써달라"고 타방송사를 거론하는가 하면, '개그투나잇' 개그맨들을 향해 "당신들이 예능의 미래"라고 용기를 주기도 했다.

정찬우는 "KBS 시상식에서는 뒤에 앉은 개그맨들의 기가 느껴졌다. 살아있었다. 하지만 SBS 개그맨들은 오른쪽 구석에 앉혀 놨다. 보는데 안타까웠고 화가 났다. 그래서 얘기하고 싶었다. 왜 애들 불러다가 한 곳에 몰아넣는지.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너희가 예능의 미래'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중 MC가 나올 수 있다. SBSMBC 코미디가 부흥이 안 되는건 방송사의 잘못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태균은 "'웃찾사' 출신 후배들을 보면 안쓰럽다. 다른 형식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탄생한다면 코미디를 살리는데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열심히 하라는 얘기밖에 없다. 우리도 정말 쉬지 않고 열심히 했다. 일이 안 들어 오면 쉬는 후배들이 많다. 김태환, 오장환, 김경욱 등이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19금을 달고 대학로에서 '핫쇼'를 공연한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래도 미래가 보인다고 생각한 건 허우대가 멀쩡하기 때문이다. '웃찾사'에서 인기도 누려본 친구들이다. 코미디를 하려면 30대가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자기 생각을 담을 수 있다. 그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친구들은 기회가 왔으니 주어진 자리에서 잘하면 된다. 하지만 이 친구들은 운이 없어서 들어가지 못했다. 기회가 없는 친구들은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정찬우)

김태균은 "팀은 서로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꾸준히 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놀면 그 사람도 놀아야 한다. 책임감이 생기고 꾸준히 할 수밖에 없다. 또 애환도 있다. 함께 오랜 시간 있으면 '왜 나와 다를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나와 다르기 때문에 잘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활동할 때보다 철이 빨리 드는 것 같다. 끊임없이 이해해줘야 오랫 동안 팀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노하우를 공개했다.

올해부터 컬투는 여름 정기공연을 쉰다. 이벤트성 공연으로 진행하며 겨울에나 정식으로 관객을 만난다. 또 정찬우는 팟 캐스트를 열며 나눔의 사회를 실현코자 한다. "태균이한테 동의도 구했어요. 세상의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제목은 '돕구사는 쇼'? 광고를 받아서 기부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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