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고소한 피해자측이 박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데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나온다", "자기가(피해자가 혈압을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 등 성희롱 발언을 지속적으로 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사진= 한국여성의전화)
(사진=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피해자 측은 "시장실과 비서실은 일상적인 성차별, 성희롱 및 성추행 등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업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고 박원순 시장은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으나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기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했다. 현재 사건은 피해자 진술 등으로만 알려지고 있다. 

16일 피해자 폭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운동 등을 마치고 시장실에 마련된 샤워실에서 샤워할 때 비서는 옷장에 있는 속옷을 근처에 가져다 줘야했다. 운동복과 속옷은 비서가 집어 봉투에 담아 시장 집으로 보낸다. 

또 시장실 내 침대가 딸린 내실에서 박 시장이 낮잠을 자는 경우가 있는데 깨울 때는 여성비서가 해야했다. 여성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건강체크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잴 때 당시 피해자는 가족이나 의료진이 혈압체크를 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냈으나 여성비서 업무로 부여됐다. 박 시장은 "자기(피해자를 지칭)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라고 말했다고 피해자측은 주장했다.

여성단체는 "피해자는 2016년 1월 부터 매 반기별 인사이동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좌절됐다가 2019년 7월 근무지를 이동했다"면서 "2020년 2월 다시 비서업무 요청이 왔을 때 피해자는 인사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등 시선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고사했다'고 이야기했지만 인사담당자는 문제 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당시 비서실장들은 해당 사건에 대해 "이상한 낌새를 채지 못했으며 어떠한 내용도 인지하거나 보고받은 바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측은 "서울시 경찰청은 시청 6층에 있는 증거보전 및 수사자료를 확보해야하며 시, 더불어민주당, 여가부 등은 적극적인 성폭력 문제해결과 성폭력적 문화 개선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한편 '만약 당신의 상사가 '○씨가 혈압체크를 하면 내가(상사) 혈압이 높게 나와' 같은 발언을 했다면 성희롱으로 받아들일 것 같냐는 질문에 20대 여성 A씨는 "수치스럽고 최대한 대화를 피할 것같다"고 말했다. A씨는 "상사가 지속적으로 성희롱할 경우 퇴사할 각오로 치밀하게 증거를 모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뭘 잘못했길래 퇴사해야하지 라는 생각에 슬플 것 같다"고 덧붙였다. 

30대 초반 B씨는 "회사 분위기가 아무리 좋다고해도 상사가 저런 발언을 했다면 '뭐지' 싶을 것 같다"며 "현실적으로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면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어디 무서워서 말할 수 있겠냐'는 반응이 있는데 애초에 이런 반응 자체가 사라져야하고 회사 규모가 크든, 작든 제대로된 규정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30대 후반 C씨는 "성희롱이라 단정지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세상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얼마든지 크게 만들 수 있고, 사람들은 남 얘기를 부풀려 하는 걸 좋아한다"면서도 "특히나 공인은 조심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50대 D씨는 "명백한 성희롱"이라며 "당장 일을 그만두겠다. 만약 내 자녀, 조카 등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상사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고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이 박 시장의 통화와 문자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신청한 영장은 17일 기각됐다. 법원은 "강제수사와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이유를 전했다. 경찰측은 "실종 당시 발부된 영장에 의해 확보한 사망 직전 통화내역을 바탕으로 상대 통화자 등을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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