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협, 2019년 10대 뉴스 선정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여성 관련 이슈가 많았던 2019년이다. 온라인 내에서 여성 혐오와 폭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연예인들의 단체대화방에서 이뤄진 음란물 유포 및 성폭력, 성적인 메시지를 비롯해 영화로 개봉된 '82년생 김지영'과 여성혐오가 어우러져 평점테러와 여성 혐오 발언으로 도배된 온라인 게시글까지.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신체적, 언어적 폭력이 한국 여성을 비롯해 이주 여성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로인해 자기결정권을 중시해야한다는 여성, 시민단체 등과 생명을 존중해야한다는 종교단체 간 입장차가 확인됐다.

여성운동에 앞장섰던 이희호 여사가 소천했으며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배제해 불매운동 여파를 맞은 일본이 외면하던 진실이 밝혀졌다. 일본군 위안부 모집에 대한 지시사항이 적힌 공식문서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여성의 창점권을 주창하고 있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올해 60주년을 맞이했다. 

30일, 여단협은 여성 관련 2019년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8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기념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 김아름내)

◎ 2020 총선대비 여성 정치참여 확대...여전히 답보상태
2020년 선거가 몇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성정치 참여에 대한 논의는 다뤄지지 않고 있다. 

4년 전인 2015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공직선거법 47조의 지역구 여성후보 30% 이상 공천 규정을 노력 규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개정하기 위해 1만 명의 서명을 받고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에게 서명지를 전달하며 의무규정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구 후보 여성 할당 30%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 공직선거법 제47조 제3항에서는 “정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및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그 후보자 중 100분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되, 그 후보자 명부 순위의 매 홀수에는 여성을 추천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지만 제47조 제4항에서는 “정당이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및 지역구 지방의회의원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각각 전국지역구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로 지역구 공천은 노력규정으로 정하고 있다.

작년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시도했을 때 여성계가 “선출직·임명직 등의 공직에서 남녀동수 참여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넣을 것을 요구했지만 반려됐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7%다. 여성단체협의회는 각 당 지역구 여성 후보에 대한 가산점을 확대하고 공천심사위를 여성위원 50%로 구성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비례 국회의원의 50%를 여성으로 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여성의원 수는 증가되지 못하고 있다. 

협의회는 “여성계의 노력과 염원을 통해 2020 총선에서는 국회의원의 남녀동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판결하기 위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이날 낙택죄 헌법불합치가 결정됐다 (사진= 뉴시스 제공)

◎헌법재판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1953년 제정돼 66년 간 유지됐던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4명 헌법불합치, 3명 단순위헌, 2명 합헌 의견으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에서 법을 개정토록 주문했으며 헌재 법은 개정 이전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가 임신지속여부를 결정할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자기결정권의 지나친 침해라는 입장이다. 

반면 폐지를 반대하는 측은 생명을 지닌 인간은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어 헌재 결정은 존엄한 인간생명인 태아를 합법적으로 살해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대림동 여경사건...여성혐오 확산 우려
5월 1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이라는 영상이 올라왔다. 술 취한 남성 ㄱ씨가 남성 경찰 뺨을 때리고 제압한다. 이 과정에서 여자경찰이 무전기로 지원을 요청한다. 이를 두고 여성 경찰이 주취자를 제압하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여경 무용론이 확산됐다. 

관할서인 서울 구로경찰서는 사건 과정 전체를 담은 2분짜리 영상을 공개하자 논란이 더욱 심화됐다. 여성 경찰이 ㄱ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남자분 한 명 나와주세요”라고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일부 누리꾼은 여성 경찰이 신체적, 체력적으로 떨어진다며 경찰 업무에 여성은 필요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경 무용론’이 우리 사회에 잠재돼 있던 여성에 대한 편견이 드러난 것이라 지적했다. 

정부가 2020년까지 여경 비율을 11%에서 15% 수준으로 높일 계획을 발표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확대 계획을 반대하는 청원이 잇따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통상, 여성 피해자 대응 업무, 여성이 참여하는 집회 현장 등에서 여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물리력 행사만이 경찰업무가 아니라는데 입을 모았다. 

◎여전히 심각한 가정폭력, 결혼이주여성도 피해자
가정폭력을 예방·처벌하기 위해 1997년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지만 가정폭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결혼이주여성이 증가하면서 피해대상이 확대된 양상을 보인다. 

가정폭력 방지를 위해 정부, 경찰, 국회 등 국가기관은 수사매뉴얼, 관련 법개정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 

여성가족부는 가정폭력 이주여성을 위한 13개 언어의 112 신고앱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은 이주여성이 대상인 성폭력 범죄의 수사 과정에서 전문 통역 서비스 제공 법안을 발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피해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할 것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하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법무부 장관에 권고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한 장면 

◎ 82년생 김지영이 말했다...여성 경력단절·성차별
2016년 10월 14일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출간됐다. 올해 10월 23일 영화가 개봉됐다. 임신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고 전업주부로 아이를 키우는 30대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에 청와대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고 개봉 후에는 평점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원작인 소설 판권은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17개국에 팔렸다. 중국, 일본과 대만에서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82년생 김지영’을 영어로 번역한 제이미 챙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는 “여성혐오는 서양 문화권과 유대교, 기독교 사회에서도 일어난다”며 “여성혐오에 대해 한국의 독자들뿐만 아니라 세계의 독자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공부해 기회를 가지더라도 현실에서 취업, 승진의 유리전창을 경험하게 된다.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기도 한다. 실제로 2018년 여성의 평균임금은 남성의 62.9%로 한국의 남녀임금격차는 OECD 최하위 수준이다. 

◎ 온라인서 여성 대상 성폭력, 불법촬영, 촬영물 유포 여전
본인 동의없이 촬영된 영상, 사진들이 유포되는 곳은 연예계도 마찬가지였다. 
모 공중파 예능에서 고정출연자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던 정씨가 불법 촬영 사건으로 대중의 비난을 받고 있고 줄줄이 관련 연예인들도 구속을 면치 못했다. 

두 명의 여성 연예인이 악성 댓글 등으로 목숨을 잃게 된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이들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여성으로서 용기를 내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불특정다수에게 타깃이 됐다.  

범정부 차원에서 성폭력처벌법 개정, 피해 영상물삭제지원 등을 위해 주요 6개 법률이 개정돼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강화됐다. 12월 25일부터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시행됐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 이후 열린 수요집회 모습 (사진= 김아름내)

◎ 위안부 생존자 계속 감소...위안부 모집 지시사항 공식문서 확인
올해 두 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눈을 감았다. 생존자는 23명으로 줄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는 1992년 1월 시작됐다. 올해 1월 2일 수요집회 당시, 200여 명의 학생 및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석했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은 건강상 이유로 함께하지 못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올해 기준 91세다.

일본정부는 12월 6일, ‘병사 70명당 위안부 1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옛 일본군의 위안부 관련 기밀문서의 존재를 공식 시인했다. 12월 17일 아베 총리가 각료회의(국무회의)에서 공산당 카미 토모코 참의원의 관련 질문에 대해 답변했던 내용이었는데, 주 칭다오(靑島) 일본 총영사는 답변을 위한 보고서에서 “해군 측은 예작부(芸酌婦) 합계 150명 정도 증가를 희망하고 있으며, 육군 측은 병사 70명에 대해 1명 정도의 작부가 필요하다는 의향”이라고 기재했다. 

이에 하야시 히로후미 (간토가쿠인대) 교수는 “군이 주체적이고 계획적으로 여성을 모으려 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위안부를 모집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기밀문서가 공개된 만큼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를 외면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됐다. 

여가부는 5월부터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포함한 시민단체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여성인권과 평화센터(가칭)’설립을 위한 추진자문위원회를 발족시켜 논의를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인권평화재단’ 설립을 구체화시켰고 재단 특수법인 설립을 포함한 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이 발의돼있다.

현재 예산과 인원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의 여러 부처와 협의 중에 있으며 국회의 심의를 준비하고 있다.
 

여성운동가 고 이희호 여사 (사진= 뉴시스 제공)
여성운동가 고 이희호 여사 (사진= 뉴시스 제공)

◎ 여성운동가 이희호 여사 별세
여성계 큰 별 이희호 여사가 6월 10일 별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으로 알려져있으나 결혼 전부터 이 여사는 사회운동 지도자로 유명했다. 이화여고, 이화여전, 서울대 사범대를 거쳐 미국 유학을 다녀 온 그는 귀국 후 이화여대 강단에 섰으며 1952년 여성문제연구회 창립을 주도하고 대한여자기독교청년연합회(YWCA) 총무로서 여성기독운동을 이끌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로 10년, YWCA 총무로 4년 동안 활동하며 한국의 여성운동을 이끌었던 여성 선각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가족법개정운동에도 앞장섰다. 1952년 황신덕, 박순천, 이태영과 함께 <여성문제연구원(여성문제연구회 전신)>을 창립해 시작한 남녀차별 철폐운동이 후일 가족법 개정운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YWCA 총무 시절 이희호는 ‘혼인신고를 합시다’라는 구호의 캠페인을 제안했다. 1961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이사로 임명된 이후에는 당시 보건사회부 부녀국이 아동국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소식에 정충량, 이소란 이사와 진정서를 최고회의에 제출하고 보건사회부 장관을 만나 부녀국 존속을 요청했다. 1963년에는 부녀아동국장을 여성으로 인선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한 후에는 정치적 동지로서 격변의 현대사를 함께했다. 영부인이 되어서도 사회봉사 단체 ‘사랑의 친구들’과 ‘여성재단’을 직접 설립, 마지막까지 고문직을 맡는 등 아동과 여성문제에 각별하게 신경썼다. 김 전 대통령 재임 시 여성의 공직 진출 확대를 비롯해 여성계 인사들의 정계 진출의 문호를 넓힌 당사자기도 하다.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미경 한국국제협력재단 이사장,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이 김 전 대통령 발탁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2001년, 정부 수립 이래 처음으로 여성부가 들어섰는데 정부 출범 때 만든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를 발전시켜 세워진 것이다. 1998년에는 가정폭력방지법을, 1999년에는 남녀차별금지법이 시행됐다. 이희호 여사가 여성지위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여성부 신설과 함께 정부 6개 부처에 여성정책 담당관실도 설치됐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청와대 여성 비서관 10명, 여성 장관 4명 등이 배출됐고 육군 첫 여성 장교, 경찰의 첫 여성 총경 등도 연달아 나왔다. 

이희호 여사는 김 전 대통령 별세 후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자리를 지키며 대북 사업을 뒷받침했다. 미국 교회여성연합의 ‘용감한 여성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이 해의 탁월한 여성상’, 무궁화대훈장, 펄벅 인터내셔널 ‘올해의 여성상’ 등 인권과 여성문제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 핀란드 34세 최연소 여성총리 선출
올해 핀란드에서는 34살 산나 마린 총리가 세계 최연소 여성 총리로 선출됐다. 20살에 정치에 입문해 34살에 총리가 됐다. 장관직 19자리 중 12자리에 여성을 배치하고 4자리는 30대 여성에게 맡기며 파격적인 내각을 구성했다. 핀란드는 여성 국회의원이 첫 등장한 국가다. 4월 총선에 선출된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47.5% 달한다.

우리나라 또한 올해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 1호 약진이 돋보였따. 창군 이래 최초로 11월 8일 육군준장에서 소장으로 진급한 강선영 항공작전사령관은 1990년 임관 후 1993년 육군 항공학교에 입교해 회전익 조종사 95기를 1등으로 수료한 인물이다. 그는 최초 정조종사, 특전사 최초 여장교 강하조장, 특전사 대대 최초 여성 팀장, 최초 항공대대장, 최초 항공단장 등의 ‘최초’ 타이틀을 갖고 있다.

KBS는 지상파 최초로 이소정 기자를 메인 앵커로 발탁했다. 국내 방송사 관행인 중년 남성 앵커와 젊은 여성 앵커가 간판 뉴스 진행을 깬 것이다. 

민간 기업에서 최연소 임원으로 발탁된 이들도 있다. LG생활건강의 34세 심미진 상무와 38세 임이란 상무다. 심미진 상무는 출산·육아와 해외연수로 3년간 휴직했다 복직한 ‘경력단절여성’임에도 임원으로 발탁됐다. 

◎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창립 60주년 기념식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10월 31일 창립 제60주년을 맞이했다. 이날 코엑스 3층 오디토리움에서 행사를 가졌다.

1959년 창립한 여성단체협의회는 모든 여성들의 지위향상과 권익신장을 위해 활동한 협의체다. 현재 회원단체 61개, 17개 시·도 지역 여성단체협의회, 500만 회원으로 구성돼있다. 

1962년부터 전국여성대회를 열고 전국에서 모인 여성 지도자들과 여성과제 공론화 및 활동방향을 제시해왔다. 

여협 최금숙 회장은 범여성가족법개정촉진회 결성을 통한 가족법 개정, 버스 여차장의 인권침해 문제제기 및 해결, 여성정년차별 철폐,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여성할당제 제정 등을 이뤄낸 발자취를 언급하며 “남녀임금격차, 성폭력 등 여성문제의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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