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힐링을 테마로 한 문화·소비생활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기업에서는 힐링을 단지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사내교육에서 힐링을 통해 직원들과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소통을 하면서 기업문화를 다잡아가고 있다. 새로운 문화·소비생활에서 애용되고 있는 힐링(healing;치유)의 의미는 육체의 아픔을 치유한다는 원래의 의미뿐만 아니라, 정신의 풍요로운 생활을 포함하는 보다 더 정신문화적인 트렌드로 격상되고 있다. 

 
문화·소비생활을 주도하고 있는 힐링은 경제적인 빈곤과 정신적인 빈곤, 육체적인 고통과 심리적인 아픔을 겪고 있는 현대인에게 일종의 비상구와 같은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과거 호황기에는 ‘웰빙’이 대세였다. 먹고 살만해지니 사람들의 관심은 자신을 돌아보고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모아졌다. 웰빙푸드, 웰빙아파트, 헬스케어 등 관련 상품들도 쏟아져 나왔다. 그러다 2008년 이후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문화사회적 트렌드가 웰빙에서 힐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힐링은 현대인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되고 있다. 최근까지 소통을 원하던 사람들은 소통을 넘어 치유를 원하고 있다. 힐링은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행복을 추구하며 아픔을 치유하는 것을 말한다. 정신적인 행복이 없는 육체적인 건강은 현대인들에게 이미 무의미해졌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육체적인 질병을 초래해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이미 입증돼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힐링 요법인 아로마 테라피는 선진국에서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호스피스와 간호사들이 말기 암 환자들이나 수술 후의 후유증 또는 우울증에 행복감과 긍정의 감정을 유도하기 위해 부드러운 아로마 테라피 마사지를 하기도 한다.
 
사람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스트레스가 대뇌피질에서 인식되고 동시에 대뇌 면역계를 통해서 장기간 코르티졸을 분비시키는데, 이 코르티졸은 면역기능을 저하시키는 역할을 하며 헬퍼 Tcell를 감소시켜, NKcell(내추럴킬러세포)을 억제한다. NKcell은 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며, 병에 걸렸거나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고, 암세포 등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데, NKcell이 하루에도 40개 이상이 생기는 암세포를 제거하지 못하므로 암에 걸리게 된다는 게 아로마 테라피스트들의 설명이다.
이와 같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현대인들이 육체적인 건강 보다 정신적인 행복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이다.
 
▲ 인기있는 '힐링식품'

 

힐링이 사회·문화·소비 트렌드 이끌어
힐링 도서, TV프로그램, 여행, 헬스케어서비스, 뮤직 등 힐링이 우리사회의 새로운 코드로 자리매김하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출판업계에서부터 시작된 ‘힐링 열풍’이 이제는 힐링 푸드, 유통, 관광, 부동산 등 마케팅 시장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혜민 스님의 인생 잠언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비롯해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등 이 시대 청춘을 위로하는 책들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 
TV 프로그램 ‘힐링캠프’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해 솔직한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힐링 여행’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조용한 산사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한 템플스테이의 꾸준한 인기를 보면 힐링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한 여행사에서 싱글맘을 위한 겨울 여행상품을 선보여 불황의 시대를 혼자 살아가는 싱글맘을 위로하고 있다.
 또한, 웰빙 시대의 웰빙 푸드가 이제는 힐링 푸드로 거듭나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친환경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채식위주의 식습관, 저염식 등 건강한 생활에 대한 관심과 함께 대기업의 힐링 푸드 마케팅도 힐링 푸드 트렌드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오뚜기’가 선보인 ‘힐링타임’ 카레는 한 예이다.
 
그런가하면, 고품격 에코 힐링이 소비 창출을 노리고 있다. 최근 주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힐링 아파트는 공원과 호수 등 좋은 자연환경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에코 힐링은 주거를 선택하는 새로운 기준이다. 공원아파트 프리미엄은 서울숲공원, 북서울 꿈의숲공원, 일산 호수공원 등 대형공원에 인접한 아파트단지들을 통해 보여준 바 있다.
TV 광고 역시 힐링을 추구하는 문화·사회적 트렌드를 보여준다. 
현대그룹의 “긍정, 내 안에 있습니다”는 1편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초목을 느끼면서 마음을 위로하는 여성에 이어 2편에서 산의 정상에 오르는 남성의 도전과 의지를 보여주면서 자연 속에서 치유 받는 에코 힐링의 이미지와 함께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동아제약 박카스의 ‘풀려라 5000만, 풀려라 피로’는 입시 위주의 교육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아들로 인해 상처 받은 엄마의 마음을 위로하는 내용의 광고로 시청자들을 잠시 웃게 한다.
화장품 브랜드 ‘스킨푸드’의 “좌절하지 말아요…”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춘들을 위로하는 내용의 광고로 불황의 아픔을 위로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힐링 관련 브랜드 출원 건수는 지난 2008년 26건, 2009년 40건, 2010년 65건, 2011년 72건에 이어 올해 7월 말까지 86건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힐링을 테마로 한 상품들이 마케팅에서 대세로 기능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관련 업계의 힐링 분야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힐링 문화의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힐링 트렌드가 지나치게 상업화돼 마케팅 도구로 이용되거나 모두가 너무 아픈 점만 내세워 부추기면 자칫 자기 합리화에 빠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현혹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진정한 힐링의 자세라고 조언한다.
 
 

 

저작권자 © 우먼컨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