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CEO갖곤 어림없다...양측 오너 나서야”

[우먼컨슈머= 임명재 기자] 케이블방송 인수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SK와 LG그룹이 이번엔 전기차 배터리를 둘렀고 맞붙었다. 이같은 차세대 성장동력을 놓고 벌이는 싸움에 대기업 계열사 CEO는 아무 힘이 없다. 대리인들은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양측이 투자한 규모만도 천문학적이다. 어느 일방이 회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김준 SK이노 사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김준 SK이노 사장

어떤 식의 결말을 내든 그룹 오너가 나설 수밖에 없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술 유출과 관련해 미국과 국내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분쟁 해결을 위해 만났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16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가졌다. 양사 CEO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신 부회장과 김 사장은 최근 소송과 관련해 여러 대화를 나눴지만,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될만한 의견 접근은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관계자는 "두 CEO가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측도 "만남 자체로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SK는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LG화학은 앞서 지난 5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기술과 관련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그러자 SK이노베이션도 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6월 LG화학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국내 양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간 소송이 불거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분쟁 해결을 위해 추석 연휴 전 중재에 나서 이날 CEO 회동을 주선했다. 그러나 이날 CEO들의 만남에서도 두 회사가 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소송전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만 더 커졌다.

일각에서는 LG그룹과 SK그룹의 총수가 만나기 전까지는 두 배터리 제조사가 분쟁을 매듭짓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전기차 배터리를 주력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도 이번 소송전에서 발을 빼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결국 총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얼굴을 맞대고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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