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중 장해는 우연한 사고에 해당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거절 관행 제동

[우먼컨슈머= 김은영 기자] 임신중 태아도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 나왔다. 

대법원(제3부, 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지난달 28일 현대해상화재보험이 피보험 적격 등을 부정하며 보험금지급의무가 없다고 다투는 사건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의 상고를 기각하는 원고패소한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출산을 5개월 앞둔 임산부 A씨는 2011년 8월 25일 현대해상화재와 “무배당 하이라이프 굿앤굿어린이CI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1회 보험료를 납부했했으며, 현대해상화재도 보험증권에 보험기간 개시일을 보험계약 체결일이자 제 1회 보험료를 지급받은 2011년 8월 25일로 기재했다. 

A씨는 보험수익자를 A씨로 하고 피보험자를 태아로 하고 보험계약 청약서의 피보험자 정보란과 ‘계약 전 알릴의무’의 피보험자란에도 ‘태아’라고 기재했다.

A씨는 2012년 1월 28일 경주시에 있는 한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했는데 분만 과정에서 태아가 뇌손상 등의 상해를 입어 양쪽의 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2014년에는 결국 영구장해진단을 받았다.

A씨는 현대해상화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현대해상화재는 분만중인 태아는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A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냈다.

태아를 피보험자로 한 상해보험계약도 유효한 계약에 해당하므로 병원 분만과정에서 상해사고가 발생했다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해보험이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이므로, 피보험자는 신체를 가진 사람(人)임을 전제로 한다고 되어있다.

대법원 청사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 청사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그러나 상법상 상해보험계약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아 재판에서 현대해상화재측은 태아는 보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의 특별약관에도 태아는 출생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의 특별약관 중 ‘출생전 자녀가입 특별약관’ 제1조 3항에는 태아는 출생시에 피보험자(보험대상자)로 된다고 되어 있다. 이 특별약관의 다른 규정들도 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

태아는 어머니의 몸에서 완전히 나온 순간을 기준으로 사람으로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므로 분만중인 태아는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보험계약의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는 위 약관의 내용과 달리 약정했다. 이 건 보험계약은 상해보험계약으로서 원고와 피고는 개별 약정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태아를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삼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현대해상화재와 A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대상자가 태아임을 잘 알고 있었고, 보험사고의 객체가 되는 태아가 태아 상태일 때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체결일부터 보험료를 지급하여 보험기간을 개시했기에 당사자 사이에 위 특별약관의 내용과 달리 출생 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기로 하는 개별 약정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출산 과정에서 얻은 시력 장해가 ‘우연한 사고’가 맞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비록 A씨 등 보호자가 (흡입) 분만을 위한 의료적 처치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흡입 분만 과정에서 뇌 손상 등의 치명적인 상해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영구적인 시각장해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결과에 대해서까지 동의하였다거나 이를 예견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보험사가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는 태아보험이라고 홍보해 임신·출산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를 보장하는 것처럼 하고 정작 보험금을 줘야 할때는 태아는 피보험자가 아니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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