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인화 한국폴리텍대학 홍성캠퍼스 학장

 

노래와 춤 하나로 전 세계를 열광하게 만든 가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의 열기가 뜨겁다. 올해로 데뷔 12년을 맞는 싸이는 그간 대형 기획사에서 판으로 찍어낸 아이돌 사이에서 그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왔다. 많은 이들이 ‘강남스타일’의 성공요인을 엔터테인먼트 산업뿐만 아니라 타 업계에도 접목하려 분석하고 있다.

청년실업 100만을 이야기하는 요즘 대학교육에도 ‘강남스타일’이 필요하다. 대학교육이 ‘시대적인 조건의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많은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대학교육의 목표는 양질의 취업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이제 대학교육이 인문교양교육과 직업교육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이분법적인 논의가 의미 없음을 방증하고 있다.

노동시장은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이라는 화두로 대학교육이 인문교양교육과 직업교육의 갈림길에서 고민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미 대학교육은 곧 직업교육이며, 이것이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의 존립 목적이 되어버렸다. 취업률로 대학을 줄 세우고 그 안에서도 학과들을 줄 세우는 현실에서 대학은 취업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사회적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취업률이 높은 인기학과 졸업생들이 대거 양성되고 학생들의 대기업 선호와 맞물려 고학력 청년실업자들은 꾸준히 양산되고 있다.

현 시대의 대학 교육은 취업을 위한 직업교육 및 자격증취득과 영어점수 향상 등 소위 스펙을 높이기 위한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토대이자 창의적인 사고를 가능케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문교양교육은 취업에 성공하기 위한 커리어개발 프로그램 정도로 평가절하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창의적인 사고는 보이지 않는 것(invisible)을 보이게 하는 것(visible)이며, 경험적 노하우가 존재할 때 그 가능성은 배가될 수 있다. 대학교육에서 인문교양교육의 범주 확대는 결국 이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담보할 수 있다. 이 시대의 기업은 핵심역량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를 원한다.

전문적인 직업교육대학의 상황은 어떠할까. 취업률 2년 연속 80%이상을 달성한 공공직업교육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도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예외일 수 없다.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기술인력의 양성과 평생직업능력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되었기에 최근까지 인문교양교육과 직업교육의 담론의 장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핵심역량’이라는 화두 앞에서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음을 인지해야 할 때이다. 최근 한국폴리텍대학에서는 인문교양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다양한 교양강좌를 개설·확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공공직업교육의 “경쟁하지 않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조건적 우위를 단지 기회가 아닌 잠재된 문제 상황으로 인식하고 변화를 꾀하고 있다.

독일의 미래학자인 마티아스 호르크스(Matthias Horx)는 “누가, 어떻게, 왜” 라고 묻는 교육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과연 우리의 대학교육은 취업이라는 목표 이외에 그들만의 대답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의 대학교육에서 파생된 학력 인플레이션은 사회적, 경제적 난제이다. 대학교육은 신지식을 탐구하고 직업세계에서 통용되는 실질적인 학문을 배우는 장이 되어야 한다. ‘직업을 구하는 것은 지도 밖에서 목적지를 찾는 것과 같다’고 한다. 대학교육은 우리 앞길을 안내하는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 스스로 그어놓은 선 밖의 세상에 눈을 돌릴 때이다. 대학교육에도 ‘강남스타일’ 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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