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입정책포럼’서 과목별 출제범위 논의
국어교육 관련 학회·연구소, “독서, 문학 유지되고 언어와매체, 화법과 작문 매우 위축”우려

[인터넷언론인연대 취재, 편집 =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 교육부가 국어과목의 ‘문법’을 필수과목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국어교육 관련 학회·연구소 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문법뿐만 아니라 화법, 작문 또한 제외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6월 29일 교육부는 (사진= 인터넷언론인연대)
6월 29일 교육부는 ‘2022학년도 수능 과목 구조 및 출제범위 논의를 위한 대입정책포럼(제5차)’를 충남대학교 백마홀에서 개최했다. (사진= 인터넷언론인연대)

지난 6월 29일, 교육부는 ‘2022학년도 수능 과목 구조 및 출제범위 논의를 위한 대입정책포럼(제5차)’를 충남대학교 백마홀에서 개최했다.

교육부의 ‘대입정책포럼’은 “새 정부의 교육철학을 담은 종합적인 대입제도 개편안을 2018년 8월까지 마련하겠다…충분한 소통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며 2017년 12월 제 1차 포럼을 당차게 시작했다.

6월 29일 교육부는 (사진= 인터넷언론인연대)
교육부 대입정책포럼 일정

포럼은 총 6회로 예정 돼있는데 이번 5차 포럼에 많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당장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교 현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능과목 구조 및 출제범위’가 거론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포럼 가운데 2022 대입수능과 관련한 ‘과목별 출제범위’는 이날 단 한 차례만 논의했다.

연구팀은 발제를 통해 국어는 △독서, 문학을 국어(공통)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를 선택1(필수)로 제시했다. ‘공통’은 반드시 시험을 치러야하고 ‘선택1(필수)’는 둘 중 하나만 시험 볼 수 있다는 의미로 괄호 안 ‘필수’가 필수적으로 시험을 본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포럼에서 국어과 토론을 맡은 김창원 교수(경인교대)는 “교육부 안에 대해서 국어교육계가 걱정을 하고 있다”면서 “결국 요점은 매체 과목을 수능 과목으로 넣을 것이냐, 안 넣을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김창원 교수는 “매체 과목이 지닌 본질적인 문제를 인식한다면 2021 수능, 현재 수능처럼 <화법과 작문>, <언어>(문법), <독서>, <문학>을 수능 과목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청석 토론자로 나선 이금영 교수(충남대)는 “언어는 기본적으로 사고의 도구이고 학습의 도구”라며 “한국어의 의사소통능력이 중요하다. 한국어 문법을 학생들이 너무 몰라서 영어 문법 지식을 갖고 한국어 형용사를 설명하는 실정”이라면서 한국어 문법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언어와매체’, ‘화법과작문’ 중 선택이 현실화되면 학생들은 어떤 문항을 고를까.

언어(문법)은 학교 교육에서 암기사항과 혼동시키는 내용이 많아 학생들이 어려워한다. 우리 사회 최고 수준의 지식과 문장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반면 ‘화법과 작문’은 출제범위가 이미 나와 있고, 출제 형태도 정형적이다. 다수의 학생들이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많다.

이 때문에 교육부의 ‘2022 수능 국어과목 출제범위안’처럼 ‘국어 문법’이 출제범위의 선택과목으로 바뀌는 안이 채택된다면 수학능력시험이 학교를 지배하는 현재의 교육 구조 상 고등학교 국어과의 선택 과목 중 ‘독서’와 ‘문학’은 유지되지만 ‘언어와 매체’와 ‘화법과 작문’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출제범위와 관련해 국어교육 관련 학회와 연구소는 지난 1일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부에서 제안한 안은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이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학교 현장의 교육을 지배하는 현재의 구조를 고려하면 교육부 안이 채택될 경우 고등학교 국어과의 선택 과목 중 <독서>와 <문학>은 유지되지만 <언어와 매체>와 <화법과 작문>은 매우 위축되거나 심지어 고사하게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고 우려했다.     

국어 관련 학회 측은 2022 국어영역 출제범위(안)이라는 표에서 <필수: 독서(15문항), 문학(15문항), 선택: 언어와매체(15문항) 혹은 화법과작문(15문항) 총 45문항>을 명시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출제 문항수에 대해 “문항 수 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으며 국어과 교수들은 “기존 출제범위에서 제시된 문항수를 대입한 것”이라 답했다.

이미 교육부는 1월 말 ‘2021 대입 수능국어 시험범위’를 논의하며 설문조사를 통해 ‘언어(문법)와 매체’ 제외 안을 관철하려다가 한글 관련 단체 등의 반발로 2월 말 이를 철회하는 조정안을 발표했다. 6개월도 지나지 않아 ‘2022 대입수능 범위’에서 이와 유사한 안을 관철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욱부 관계자는 “2015 교육과정의 취지는 학생의 과목선택권 보장, 문과, 이과 융복합 인재양성 두 가지를 큰 기치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어과는 표준이수단위가 이전 버전 교육과정의 15단위에서 오히려 20단위로 늘었다”며 “교육과정의 변화와 반대로 운영시수 5단위가 오히려 늘어났다. 2015교육과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이런 안을 짠 것이지, 딱히 국어교육(문법)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는 없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2015교육과정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표준이수단위를 늘려놓고 다시 줄이거나 없앨 대상을 문법에서 찾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하자,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의 출제범위 조정은 2015교육과정의 과목선택권 보장 취지에서 수능에 꼭 필요해 듣는 과목의 시수를 줄이고자 진행된 것이다. 콕 집어서 문법을 죽이자 이런 의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고려대 이관규 교수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방탄소년단 노래에 매혹된 전 세계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이 한국어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한다. 교육부가 한국어와 한글 교육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앞장서서 추진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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