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환경보건시민센터 “정부, 조사결과 공개해야”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가습기살균제피해자들이 정부에 피해를 신고하고 있으나 인정받는 이는 몇 안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 인정을 위해 십여년이 지난 제품 구매 영수증을 제출해야하지만 여의치 못한 상황이며 5년에서 10년이 지나면 발급해주지 않는 병원 의무기록증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피해자들이 자신의 고통을 알리고 싶어도 이를 문서화로 증명할 수 없는 실정이다.

2017년 말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자 5,955명 중 1,292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한 해동안 614명이 피해신고를 했고 이중 1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진= 김아름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고 천식을 앓게된 조순미씨는 휴대용 산소호흡기를 갖고다닌다.  (사진= 김아름내)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피해자를 만나 공식 사과한 8월 8일 이후 신고건수가 증가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5일 “언론에 많이 알려져서 피해자 신고가 늘어났지만 드러난 피해자는 빙산의 일각”이라 말했다. “정부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1994년부터 2011년 11월까지 가습기살균제 43종류 총 998만 개가 소비자에게 판매됐다. 제품 사용자는 350만 명에서 50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제품 사용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는 30만에서 50만 명에 불과하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습기살균제피해 사건으로 현재까지 13명이 감옥에 있지만 이 정부 들어서도 피해 개요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용역을 통해 추산한 피해자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총 5,955명이다. 경기도민은 1,798명에 달하며 서울 1,326명, 인천, 부산, 대구 순으로 많았다. 미국, 중국 등 해외거주자도 17명이나 된다.

해외거주자 일부는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이후 판매가 중단된 2011년 11월 11일 이전 가습기 살균제 사용 후 이민 등의 이유로 해외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해외거주자는 현지 한인마트에서 판매됐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용 소장은 “피해자 찾기가 중요하지만 정부는 전화 통계만 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정부가 세월호, 가습기살균제를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하고 있지만 특조위 조사가 끝난 이후에도 정부는 이 사건을 해결해야할 주체”라고 강조했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사회적참사법은 세월호,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진상규명해 법 제도를 개선하고 피해자에게 미진한 부분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1994년 제품이 나온 후 2011년 8월말까지 원인미상 폐질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였다고 밝혀지기까지 이 제품이 아무런 제제조치나 관리감독없이 팔렸는지에 대해 기업의 책임, 정부의 책임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안종주 센터장은 “레킷벤키저의 조작은폐 관여 부분이 수사로 밝혀진 게 없고, 애경, SK케미칼처럼 원료제조판매업체에 대한 수사와 CMIT/MIT 등의 수사도 진행되지 않았고 조작은폐에 가담한 김앤장로펌의 대한 진상규명도 없었다”면서 “가습기살균제 원인이 밝혀진 뒤에도 피해자찾기, 피해자 판정, 폐질환 인정, 독성실험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거나 매우 미진하게 이뤄진 점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한다고 본다”고 했다.

천식을 앓고 있고 휴대용 산소호흡기를 사용하는 피해자 조순미 씨는 “정부와 기업을 믿고 가습기살균제를 구매했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던 결과는 대참사로 이어졌다”면서 “특별법에서 피해자 억울함이 배상, 보상될 수 있도록 기대했는데 국민의당 양순필 의원이 피해자들이 갖고 있는 관심을 인식 못한 상태에서 요직을 맡는다는 소식에 실망을 이루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지난 주 양순필 의원을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등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했다. 

조순미씨는 “가습기살균제는 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관심 갖고 연구한 분이 맡길 원했는데 이 또한 정치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듯 정당에서 추천한 분, 밀어주는 분이 맡아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해낸다는 말은 믿을 수 없다”면서 “피해자가 원하는 분들이 특위를 맡아주시고 애써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씨는 정부에 피해자 신청을 했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사진= 김아름내)
강은씨는 기자회견 시작인 11시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빨리걷거나 뛰면 호흡이 가빠지기 때문이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천식흡입기를 사용했다. (사진= 김아름내)

옥시싹싹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가 중증천식으로 10년 넘게 약을 먹고 있는 피해자 강은씨도 마찬가지다.

강은씨는 2015년 12월 3차 접수 당시 신청을 했고 옥시싹싹가습기당번이 뉴 제품으로 나올때까지 오랫동안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했다.

강 씨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가 세균도 잡아주고 물때도 없애준다고 해서 사용했고 18년 간 천식을 앓고 있다”면서 “2년 전까지 산소호흡기를 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 어느 순간 산소호흡기를 착용하면 다시는 못 벗어날 것 같아서 조금 더 늦게 착용하려고 노력을 많이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그런데 제가 천식이 아니라고 피해자 신청에서 탈락됐다. 의무기록증도 갖고 있다. 정부에서 재심신청을 하라고 하는데 이 방법조차도 우롱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은 5년에서 10년이 지나면 의무기록증을 띠어주지 않는다. 기록지가 없으면 피해자는 증명할 방법이 없다”며 피해자가 피해를 증명해야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자 중 1000여명이 천식환자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해 천식또한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는 6명뿐이다. 이 가운데 성인은 2명이다.  

최예용 소장은 “정부가 굉장히 까다로운 천식 기준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기준으로 하고 있는 지 알 수 없다”면서 “정부는 공식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조사 결과를 공개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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