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2017년 한 해 소비자에 이목을 끄는 이슈는 어떤 게 있었을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0일 '올해 소비자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달걀에 살충제가 검출된 사건부터 '소상공인을 범법자로 만든다'는 정부 법과 영세사업자 간의 전안법 갈등, 4차 산업혁명 대비, 이동통신사의 가계통신비 인하 운동,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시정요구 증가, 집단소송법 발의 등이 키워드였다.

살충제 검출된 달걀 파동

올해 7월, 유럽에서 피프로닐에 오염된 달걀, 난류 제품이 유통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달걀 수백만개가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프랑스에서 판매 금지되거나 시장에서 수거됐다.

그 영향은 우리나라에도 미쳤다. 국내 소비자 불안이 높아지던 중 8월 1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하고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산란계 농가에서 피프로닐을, 광주시 농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비펜트린을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발표 당일 밤 12시부터 모든 달걀 출하를 중지켰으며 산란계 3,000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모든 농장을 조사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업체에서도 달걀 판매를 잠정 중단했고 일부 업체에서는 달걀뿐만 아니라 달걀이 사용되는 제품 판매와 발주도 멈췄다. 전수 조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농장 49곳에서 발견된 살충제 달걀은 전량 폐기됐다.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소비자의 친환경 인증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됐다.

 

생리대 논란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지만 해결책은 미비한 상황이다. 여성들은 불안감을 갖고 생리대를 소비해야한다. 9월 28일 (사진= 김아름내)
생리대 논란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지만 해결책은 미비한 상황이다. 여성들은 불안감을 갖고 생리대를 소비해야한다. 9월 28일 (사진= 김아름내)

케모포비아 확산 - 가습기살균제·생리대 등 화학물질 공포

화학을 의미하는 케미컬(Chemical)과 혐오를 뜻하는 포비아(Phobia)가 합쳐진 케모포비아는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증’을 말한다.

올해는 화학물질과 관련한 이슈로 케모포비아가 크게 떠올랐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생리대 사용 후 생리 양 감소, 생리통 증상 강화, 생리주기 변경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해당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자료로 인해 소비자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소비자 항의로 릴리안 생리대를 생산하는 깨끗한나라(주)는 전 제품 환불을 결정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강원대 연구팀에 의뢰해 실시한 생리대 독성검사에서 국내 생리대 브랜드 11개 모두에서 VOCs(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는 발표에 소비자 혼란은 가중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리대 위해평가를 진행해 평생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 VOCs 84종 중 10종만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 그 외 유해물질에 대해서는 내년 초까지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일부 소비자는 생리컵, 유기농 생리대 등 대안용품을 찾고 있다. 최근 식약처는 생리컵 1종에 대한 국내 판매를 허가했다.

또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공포 등으로 소비자는 다양한 생활용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소비자 문제는?

지난 2016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은 향후 세계가 직면할 화두로 ‘4차산업혁명’을 발표했다.

이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같은 해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의 바둑 대결로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로봇,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을 통해 새로운 융합과 혁신이 빠르게 진행됐다.

과학자와 미래학자를 중심으로 거론되던 4차 산업혁명이 소비자 피부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올해 정부와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책, 포럼 등을 활발히 개최했다.

케이뱅크 (사진= 김아름내)
케이뱅크 (사진= 김아름내)

핀테크와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올해 4월 3일 인터넷전문은행 국내 제1호 케이뱅크, 7월 27일 제2호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했다.

두 은행 모두 간편한 계좌 개설, 자금 이체,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금리, 저렴한 수수료 등으로 빠른 속도로 소비자를 확보했다.

11월 말 현재, 케이뱅크 가입자 수는 59만 명이며 카카오뱅크는 435만 명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이라는 문자메시지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어 지급결제 영역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보유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가격 경쟁력의 지속성, 서비스 지원 인력 부족, 보안 문제 등의 우려도 있다.

소비자·시민단체 연대의 ‘새 정부 소비자 정책 제안’

올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비선실세 의혹, 대기업 뇌물 의혹 등으로 국회에서 가결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인용했다.

이와 관련 12월 20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5월 9일로 앞당겨 치러졌다.

소협의 11개 회원단체와 경실련 등 19개 소비자·시민사회 단체는 ‘19대 대선 소비자정책 연대’를 구성하고 4월 14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19대 대통령선거 소비자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연대는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가 소비자정책 제안을 위해 연합한 첫 시도로, 소비자 주권 강화, 서민경제 안정과 안전 확보, 방송·통신 소비자권리 보장, 금융소비자 보호 분야에 대해 총 20개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된 후 ‘소비자정책모임’을 구성하고 ‘바람직한 소비자 행정체계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정책을 연구·제시하고 있다.

SKT·KT·LGU+ 가계통신비 인하 운동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가계통신비 인하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쏠렸다.

공약사항이었던 기본료 폐지에 대해 소비자·시민사회 단체는 통신료 인하와 기본료 인하 캠페인을 진행하고 의견을 전달했으나 이동통신사 반대로 기본료 폐지 대신 선택약정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상향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선택약정 할인은 기존 단말기 보조금 대신 요금으로 할인받는 것이라 실제 단말기 가격이 비싼 상황에서 소비자 부담이 줄어들지 않았다.

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는 현재 단말기 출고가 가격 인하와 불투명한 단말기 유통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대안으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유통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단말기 가격 경쟁을 통해 단말기 가격인하와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로 국회에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관련법이 발의돼 있다.
소비자단체는 통신비 인하를 위한 논인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운동도 펼치고 있다.

또 소비자 인식조사, 해외 가격 비교조사, 유통구조 분석 등을 통해 국내 통신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올해 2월 13일 열린 '전안법 시행,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모습 (사진= 우먼컨슈머)
올해 2월 13일 열린 '전안법 시행,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모습 (사진= 우먼컨슈머)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갈등

전안법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하고 소비자 이익과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이 법은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으로 불안한 마음이 커진 소비자의 안전관리 요구를 법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올해 1월 28일 시행됐다. 그러나 영세업체, 소상공인, 소규모 유통업자들을 중심으로 생활용품에 전기용품과 같은 안전규정을 적용하는 과하다는 문제제기를 낳게 했다.

제품 하나를 완성했을 때 들어가는 전 품목에 KC인증을 모두 받아야하고, 해외 구매 대행 등 업계 특수성 등을 이유로 반발이 거셌다.

소협은 7월 12일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의 쟁점과 소비자의 안전성 확보방안 모색’을 주제로 정부, 업계 등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현재 해당 법의 일부 규정은 유예됐으며 기간 만료는 2018년 2월로 예정돼 있다. 이 전에 전안면 전부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불공정 관행 시정요구 높아져

공정거래위원회 김상조 위원장은 올해 6월 취임 후 첫 과제로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7월, 외식업종 50개 브랜드의 강매 여부를 점검하고 △관련 정보 공개 강화 △가맹점주 협상력 제고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 감시 강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공정위 조사 제재 권한의 일부 이양 △가맹분야의 옴부즈만 제도 도입을 통한 감시 강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본사가 가맹점주에 광고비 등 비용 부담을 전가하거나 지나친 로열티 요구, 본사의 유통마진 폭리, 계약 갱신의 일방적인 거부 등으로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불매운동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공정위의 불공정관행 근절 대책과 관련,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상생협약 체결 등 자정실천안을 발표했다.

소협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의 불공정 관행은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비용을 상승시키고 서비스 질 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프랜차이즈 업계는 신속히 공정한 시장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12월 21일 서울YWCA 4층 강당에서 열린 '소비자 집단소송제도 제정을 위한 토론회' (사진= 김아름내)
2016년 12월 21일 열린 서울YWCA 4층 강당에서 열린 '소비자 집단소송제도 제정을 위한 토론회' (사진= 김아름내)

소비자 권익보호 위한 집단소송법 발의

집단소송제도는 손해배상소송 판결을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적용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증권분야에서만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 가습기살균제, 폭스바겐 연비조작, 홈플러스 불법 개인정보 유상판매·유출 사건 등 집단적인 소비자 피해가 늘고 이에 따른 피해 규모도 커졌다. 소비자들은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영교·박영선·박주민·김경협·전해철·백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소비자집단소송법안, 집단소송법안,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 손해배상사건 집단소송법안, 공정거래 관련 집단소송법안, 집단소송법이라는 이름으로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소협 또한 11월 30일,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소비자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소비자집단소송법안’ 제출을 계획하고 있다.
 
탈원전…에너지 정책 공론화

올해는 정부, 학자, 전문가를 넘어서 에너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시작됐다.

특히 주목받은 정책은 탈원전이다. 노후화된 원전을 폐쇄하고 신규로 설립하는 원전을 중단해 점진적으로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줄이는 정책이다. 

정부는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탈원전 로드맵을 수립하고 6월 18일 고리 1호기 가동을 영구 정지했다.

이후 공론화위원회 투표로 건설을 허용한 신고리 5, 6호기를 제외한 신규 원전의 건설계획을 백지화했다. 연장 운영 중인 월성 1호기도 조기 폐쇄할 계획을 밝혔다.

공론화를 통해 원전 축소는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 제거와 지속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과 고밀도 에너지인 원자력 발전 중지는 에너지 요금·개발비용 상승 등이 우려되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향후에도 에너지 정책 추진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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