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서경덕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장

 

강렬한 햇볕이 온 천지를 무기력하게 하는 8월이다. 뜨겁고 강렬한 햇볕과 찌는 듯 한 무더위를 피해 우리는 바다로 숲으로 떠난다. 얼마 전 일간지 1면에 시민들이 휴가를 떠나서 서울 도심이 어느 작은 중·소도시처럼 한산한 모습의 사진을 본적이 있다. 반면 해수욕장과 유원지에는 대도시의 주말을 연상할 정도로 끝없이 밀려드는 차와 사람들로 100만 인파가 몰렸다는 뉴스가 첫 머리를 장식하기도 하였다. 
 
해수욕장 뿐만아니라 전국의 캠핑장과 국립자연휴양림에도 더위를 피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최근에는 캠핑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국내 캠핑시장 규모가 약 5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캠핑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과도한 경쟁사회와 회색도시 속에서 지친 현대인들이 숲을 갈망하고 자연에서 그 여유를 찾으려고 하는게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캠핑이란 무엇인가? 흔히 캠핑은 텐트나 임시로 지은 초막 등에서 일시적인 야외생활을 하는 여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폭 넓은 의미에서 캠핑이란 집과 도시를 벗어나 자연속에서 임시 머무르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자연을 느끼는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화, 도시화 등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은 점점 더 자연을 동경하게 된다. 
 
요즘 대세라고 불리는 캠핑의 매력을 무엇일까? 
 
첫째, 캠핑은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라고 가장 먼저 얘기할 수 있겠다. 자연에서는 도심에서 느낄 수 없었던 조용하고 아늑한 숲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머리카락과 옷 사이로 스며들며 간지럽히는 시원한 바람은 자연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우리는 이런 체험을 통해 자연과 한 몸이 되고 자연으로 돌아가 안락함을 느끼고 싶어한다. 
 
둘째, 캠핑은 “가족과 대화”를 만들어 준다. 우리는 지금 꽉 짜여진 틀에서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일상으로 인간은 감성이 무뎌지고, 사람과의 대화가 줄어들게 된다. 캠핑은 이런 무의식적인 반복의 틀에서 벗어나 조금은 여유로운 공간에서 사람과의 대화를 만들어 준다. 나아가 가족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어 낸다. 
 
셋째, 캠핑은 “음식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는 것 같다. 완벽한 음식재료가 아니더라도, 멋진 격식을 차리지 않더라도 자연에서 만든 음식은 더욱 맛이 있다. 비록 설익은 밥과 조금 탄 고기 그리고 조금 싱거운 찌개라도 자연이라는 공간에서 맛보는 요리의 참맛은 직접 체험해 느끼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캠핑을 통해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텐트를 설치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텐트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양 끝을 붙잡아 주요기둥을 설치하고 와이어로 고정하며 못을 땅에 박아야 한다. 혼자서 이 모든 과정을 이행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자기가 맡은 분야에 해야 할 일을 이행해야지 멋지고 튼튼한 텐트가 설치 될 것이다. 그 과정을 동참하는 우리의 자녀들은 이세상은 더불어 살아간다는 “사회성” 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런 즐거운 캠핑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서는 서로가 지켜야할 것들이 있다. 아무리 편한 가족이라도 서로가 지켜야할 예의가 있듯이 자연이라는 공간에서 캠핑을 즐길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대다수의 사람이 불편을 느낀다면 그 즐거움은 부당한 것이다. 캠핑의 시작은 자연과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배려의 첫걸음은 정숙이다. 이곳은 백화점이나 놀이공원이 아니다. 바쁘게 움직이고 시끄러운 도심에서 벗어나 조용한 곳에서 책도 읽고 명상을 즐기며 약간의 달콤한 낮잠을 즐기기 위해 캠핑장을 찾는 이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곳마저 시끄러운 공간이 된다면 유원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밤늦은 시간까지 화약과 폭죽으로 터트리며 시끄럽게 뛰어놀거나 음주가무로 인하여 평화로운 가족과의 시간을 깨트려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숲의 천연 항생제인 피톤치드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산림 속 캠핑장을 찾는다. 그렇기에 일부 캠핑장 또는 자연휴양림은 바비큐 이용이 금지된 곳이 있다. 하지만 이런 통제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정된 이외의 장소나 금지된 곳에서 바비큐 등 취사행위로 숲에서 만들어지는 맑은 공기와 시원한 계곡을 오염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캠핑의 시작은 배려다. 캠핑장은 나만의 공간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쓰는 공용공간인 만큼 타인을 위한 배려가 우선이다. 또한, 숲은 사람들의 휴식공간이기 전에 야생동물의 생활터전 이기도 하다. 그래서 캠핑을 즐기기 전에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이 필수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 몸을 맡길 준비가 되었다면 지금 멋진 캠핑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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