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먹는 아침, 회사에서 먹는 점심처럼 매일 먹는 밥이 곧 ‘한식’이라는 이유로 모처럼 날을 잡아 외식을 할 때 극구 한식을 피하려는 남녀가 많다.

하지만 최근 각종 연구에 따르면 콩, 김치, 된장, 야채 등을 주된 식자재로 삼는 한식이야말로 건강과 미용에 좋은 최고의 ‘웰빙식’ ‘힐링식’이다. 그런 연구 결과에 귀가 솔깃해져서 주말에 외식을 할 때 모처럼 한식을 맛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 다음 고민은 어디서 먹어야 좋은 식자재로 만든 정말 맛있는 한식을 먹을 수 있느냐다.

이럴 때 가볼만한 곳이 서울 광화문 ‘모락’(02-722-5494)이다. 갓 지은 밥에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것에서 이름을 따왔다. 구세군 회관과 금호 아시아나 사이 길로 들어가거나 지하철 5호선 1, 8번 출구로 나와 하나은행 건물을 찾으면 된다. 종로구 당주동 128-27 동원빌딩 별관 3층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모락은 여느 한식당과 달리 젊고 캐주얼하다. 특히 레스토랑 앞쪽 스테인드 글래스로 치장된 공간이나 비 오는 날 투명한 창 위로 빗방울 떨어지는 모습이 운치를 더하는 돌출형 창 등 서양식 인테리어는 전통 문양이 수놓아진 의자 커버나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전통 장식물들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이 집이 추구하는 ‘모던 한식’의 정체성을 가늠하게 한다. 한식당 특유의 김치 냄새나 장 냄새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상큼한 것도 인상적이다.

대표 메뉴는 ‘모락 떡갈비’(2만3000원)다. 갈빗살을 잘게 다진 뒤 직접 개발한 갖가지 소스로 양념을 한다. 그 다음 숯불에 두 번 구워낸다. 다진 고기라 생고기보다 씹는 맛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생고기 못잖게 씹을수록 육즙이 흘러 나오는데 여기에 소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감칠맛을 낸다. 숯불 향은 갈빗살과 합을 이루며 향긋함을 배가시킨다. 곁들여지는 구운 가래떡을 먹다 보면 연탄불에 가래떡을 구워먹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절로 흐뭇해진다.

‘꽃갈비와 통마늘구이’(3만4500원)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갈비 중에서도 마블링이 제대로 형성돼 갈비 중의 갈비로 불리는 꽃갈비를 비법 간장소스로 잘 양념해 구워놓고, 그 위에 구운 통마늘과 새송이 버섯을 잘 올려 보기에도 깔끔하고 정갈한 모양새로 내온다. 먹기 편하게 슬라이스된 꽃갈비를 한 점 집어들어 구운마늘을 싸서 입 안에 넣으면 꽃갈비에서 흘러나온 육즙이 혀 끝을 행복하게 한다. 이어 구운마늘의 달콤함이 입 안을 황홀하게 만든다.

‘양파와 통마늘을 곁들인 제육주물럭 구이’(2만3000원)도 있다. 연한 돼지목살에 달콤한 고추장 소스로 맛을 낸 뒤 잘 굽고, 양파와 통마늘 역시 구워서 함께 내놓는다. 서양식 스테이크와 감자 또는 고구마처럼 돼지목살 구이가 메인, 양파와 통마늘이 사이드인 셈이다. 보통 잎새 모양 그대로 나와 쌈으로 먹던 깻잎을 얇게 썰어 곁들인다. 한 젓가락에 고기, 마늘 또는 양파, 깻잎을 먹을 수 있게 한 발상이 돋보인다.

이 밖에도 갑오징어, 새우 등 싱싱한 해물과 새싹채소, 양상추, 파프리카 등 각종 야채를 올린 녹두당면에 더덕, 홍고추, 꿀 등을 함께 넣고 곱게 갈아 만든 매콤달콤한 소스를 얹어 함께 먹게 한 ‘홍고추 더덕소스의 해물녹두면 냉채’(1만7500원), 식감을 살리기 위해 갈지 않고 손으로 일일이 다진 새우를 중심으로 주꾸미 등 해물을 많이 사용한 반면 밀가루를 최소화한 큼직한 ‘새우 해물 동그랑전’(1만8000원) 등이 준비된다.

식사 메뉴로는 ‘모둠버섯 비빔밥상’(9500원, 이상 부가세 10% 별도)을 추천할 만하다. 미네랄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계절 버섯과 무장아찌의 아삭함이 어우러지는 신선한 야채보리 비빔밥이다. 고추장 대신 흑임자 깨소스에 비벼 먹으므로 맵지 않고 담백해 어린이나 외국인에게 특히 좋다. 매콤함이 아쉽다면 서비스로 나오는 시원하면서 새콤달콤한 물김치와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다. 연인 사이라면 요리하나에 모둠버섯 비빔밥상 하나면 충분할 듯하다. 여성 3명이라면 요리 2개에 모둠버섯 비빔밥상 하나면 역시 만족할 만하다.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문을 연다. 주차는 밸릿파킹이 없고 직접 건물 지하 주차장에 세우면 된다. 평일은 1시간, 주말은 1시간30분 동안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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