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현실 감안해 주력 분야 택해야...알파고 사라진 이유는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우리나라 4차산업혁명의 추진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본줄기를 제대로 잡지 못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첫발을 떼기 전부터 혼선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논란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범을 그리려다 고양이로 끝나고 말았다.

▲ 문형남 교수

 

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IT융합비즈니스전공 교수(국민정책연구원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가 4일 ‘방향잃은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 강연에서 이 같은 점을 지적했다.

문 교수는 “지난 정부부터 알파고 열풍으로 인한 인공지능(AI)에 과다한 투자로 다른 곳으로 가야할 돈이 못가고 있다”며 “대부분의 인공지능은 한 가지 목적 외에 사용이 어렵다”고 했다.

다른 목적으로 사용 시 AI 시스템을 또 다시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지난 해 이세돌 9단, 올해 중국의 커제 9단과 대국을 벌인 알파고를 예로 들면서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으로 큰 성과를 본 게 아직은 없다. 정부는 알파고 대국 이후 국내에서는 인공지능에 과다하게 투자가 이루어져 다른 부문이 소외되고있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알파고가 3년 정도 개발기간을 거쳐 등장했는데 지금은 은퇴했다.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에 비용적인 면에서 계속 투자가 어려워 사라지게 됐다”고 전했다.

5G에 대해서도 “우리 현실에서 2020년 상용화는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동통신사와 기기 제조회사 등 업계가 정부가 추진하는 것을 보면 5G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범 서비스를 보이고 2020년 세계 최초 상용 서비스가 가능할지는 의구심이 든다”며 “일본도 2020년 5G 상용화를 2023년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에서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를 선언한 KT는 개발이 전혀 안되어있다. SKT는 4.5G를 세계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국내 시장 마케팅을 위해서지, 의미 있는 경쟁은 아니다”라면서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의구심을 해소해줘야한다”고 덧붙엿다.

이어 IoT, Cloud, Bigdata, Mobile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ICBM’을 언급하며 미국의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 중국의 X-BAT(샤오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이미 다른 나라들이 선 투자를 통해 세계화 기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맞는 친환경선박, 미래형자동차, 시스템 반도체, 첨단신소재, OLED, IoT 가전, 로봇 등 다른 4차 산업혁명 분야에 주력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유망 신사업으로 에너지신산업, 고급소비재, 바이오헬스, 항공드론, AR/VR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의 4차산업혁명은 기존 3차산업 시절의 규제가 그대로 살아있어 발목 잡힌 상태나 마찬가지라며 규제 개혁을 촉구했다.

문 교수는 “미국 애플이 최초로 개발해 내놓은 스마트폰을 우리나라는 1년 6개월만에 따라잡았다. 하지만 인터넷 뱅킹은 타국과 15년 이상 차이가 난다”면서 “우리현실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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