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에는 별미가 참 많다. 어떤 별미를 골라 미각 여행을 즐길까 고민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전남해양수산과학관이 봄철에 맛보면 딱 좋은 다섯 가지 별미를 추천했다. 도다리, 숭어회, 새조개, 키조개 그리고 미역이 주인공들이다. 
 
여수수산시장과 여수수산물특화시장의 경쟁 구도 
여수에는 별미로 손꼽히는 '10미'가 있다. 서대회, 게장백반, 한정식, 굴구이, 장어구이와 탕, 금풍쉥이(군평서니), 갯장어(하모)회, 생선회, 돌산갓김치, 꽃게탕과 찜이 주인공들이다. 그러니까 여수로 여행을 가면 적어도 사흘 내리 서로 다른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식자재가 다양하게 유통되지 않던 시절이라면 꿈속에서나 들릴 법한 소리 아닌가. 
 
시장 구경에 관심 많은 여행객들은 서시장, 교동시장 등을 찾아간다. 여수연안여객터미널, 여수항 등과 가까운 곳에 있는 전통시장들이다. 서시장의 풍물거리는 싱싱한 횟감을 찾는 사람들이 많고 곱창전골, 돼지머리, 족발 등을 파는 먹자골목도 이곳의 명물이다. 교동시장은 길이가 1km나 되는 대규모 시장으로 횟감부터 제사용 건어물에 이르기까지 취급 품목도 다양하다. 교동시장이 오전에 붐비는 오전장이라면 서시장은 오후에 붐비는 오후장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저녁 무렵 여수에 도착해 그야말로 싱싱한 횟감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동행들과 횟집에 다정히 둘러앉아 식도락 기행의 재미에 푹 빠지고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여객선터미널 맞은편 여수수산시장이나 터미널 옆 여수수산물특화시장에 발을 들이민다. 오랜 역사로 따지면 여수수산시장이 앞서고, 규모로 치자면 나중에 생겨난 여수수산물특화시장이 좀더 크다. 그렇더라도 1층 활어횟집에서 횟감을 떠다가 2층 초장집에서 차림비와 매운탕 값을 내고 자리에 앉아 입을 즐겁게 하는 것은 두 시장이 다르지 않다.  
 
좌광우도, 눈이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 
먼저 도다리 이야기부터 해보자. '좌광우도'라는 말이 있다. 생선 머리 부분을 자신에게 향하도록 했을 때 오른쪽에 눈이 있으면 도다리, 왼쪽에 있으면 광어라는 말이다. 도다리는 가자미목 가자미과에 속한 물고기로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처럼 봄에 맛이 살아난다. 담백하고 고소하고 달큰한 맛이 감도는 도다리는 약방의 감초처럼 모둠회에 오르지 않으면 뭔가 빠진 듯 허전하다. 경상도 해안 지방에서는 도다리쑥국이라고 해서 쑥을 넣어 향긋하게 조리해 먹는데, 여수에서는 국으로 조리할 일이 있으면 미역을 넣어 '도다리미역국'으로 먹는다.
 
도다리의 생태에 대해서 전남해양수산과학관의 학예사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자미과 물고기는 알에서 부화할 때는 다른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눈이 양쪽에 하나씩 있죠. 그러나 성장하면서 눈이 한쪽으로 이동하는 변태를 합니다. 가자미, 도다리는 입이 넙치에 비해 작고 이빨이 부드럽죠. 모래 속의 카멜레온인 넙치와 가자미는 사랑을 속삭일 때 그 납작한 몸을 마치 춤추듯 움직여 수컷은 암컷을, 암컷은 수컷을 찾아 가장 만족스런 색으로 몸빛을 바꿉니다. 큰 눈동자를 움직여가며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하지 않나요?" 
그런데 지느러미 중간중간에 검은 무늬가 있는 것은 '강도다리'라고 한다. 수심 150m의 연근해에서 서식한다. 이름이 도다리이기는 하나 눈이 왼쪽에 붙었으니 도다리인지 광어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약재로도 소개된 숭어 
숭어는 어족 자원이 풍부해서 그런지 다른 횟감에 비해 가격이 다소 저렴한 편이다. 숭어 이야기에 자주 따라다니는 고서가 정약전의 《자산어보》이다. 이 책에는 "어린 숭어를 모치, 모쟁이라 하였고, 맛이 좋아 물고기 중에 제일이다 하였다. 또 귀한 약재로 알을 염장한 것을 치자라 하여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맛이 제일이라는 문장은 동의하기 좀 어렵다. 제철에 난 식재료를 제철에 먹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식생활이지만, 맛에 관한 한 숭어가 과연 으뜸을 차지할 만한 물고기일까? 그저 수사법 중 하나로 치부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더라도 숭어알 말린 것을 '어란'이라 하여 진상품에 선발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바다에서 태어나 민물이 교차하는 곳에서 자라다가 어른이 되면 다시 바다로 나가는 숭어의 명칭은 정말 다양하다. 《동의보감》에서는 '수어'라고 했다. 숭어는 회로도 먹지만 포를 떠서 꾸덕꾸덕하게 말렸다가 찜으로 먹거나 튀김옷을 입혀 송어튀김처럼 먹기도 한다. 단, 매운탕이나 찌개로 끓일 때는 흙비린내 탓에 머리를 넣지 않는다. 
 
이번에도 해양수산과학관 학예사가 숭어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암숭어는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접근해오는 수컷에게 뽀뽀를 당하면 즐거워 어쩔 줄을 모릅니다. 발정기에 들어선 숭어들은 수온이 낮은 상태에서도 바다 밑바닥 진흙 속을 파고 들어가 얼마 동안 단식을 하며, 체외수정이긴 하지만 진흙투성이가 된 채 사랑의 한때를 보냅니다."  
 
조개구이집의 황제, 키조개도 맛보세요 
이번에는 조개류를 맛볼 차례이다. 여수 지역에서 채취된 조개류가 전국 각지의 조개구이집으로 보내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키조개는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에 서식하는 조개류이면서 여러 조개 종류 중 크기가 가장 크다. 다 자라면 36cm나 되는 것도 있다. 키조개의 후폐각근을 패주 또는 관자라고 하는데, 이를 식용으로 사용하며 식감이 좋아 수요가 많다. 조개구이집에서 키조개가 빠지지 않는 이유는 크기에서 느끼는 만족감도 있지만 바로 이 식감 때문이다. 키조개는 껍데기가 얇고 안쪽은 진줏빛이 난다. 조간대로부터 수심 40m 정도 되는 개흙에서 서식한다. 
 
새조개는 살을 발라내면 모양이 꼭 새처럼 생겼다고 해서 새조개인데, 어찌나 힘이 좋은지 한번 점프하면 50∼60cm는 기본이다. 대개 구이로 먹지 않고 샤부샤부로 먹는다. 식당마다 비법 육수에 여러 가지 채소를 넣은 다음 팔팔 끓이다가 새조개를 살짝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는데, 그 맛이 달큰해서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어떤 사람은 새조개 맛이 닭고기와 비슷하다고도 한다. 새조개는 지방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여수에서는 도리가이, 부산이나 창원에서는 갈매기조개, 해남에서는 새꼬막, 남해나 하동에서는 오리조개라고 한다. 새조개 껍데기는 꼬막처럼 골이 깊게 패었고 연한 보라색을 띠고 있다. 한편 여수 인근 해역에서 나는 미역은 부드럽고 감칠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대부분 여수 앞바다의 무인도나 작은 섬 해안에서 채취한 자연산이라고 보면 된다고 여수수산시장 금성상회 주인은 말한다. 산모용 미역은 보통 미역보다 값이 비싸지만 끓이면 국물이 뽀얗고 여러 번 끓여도 흐물흐물 풀어지지 않는다. 미역을 말릴 때 하늘을 보는 면은 갈색, 땅을 보는 면은 검은색을 띠는데, 양쪽 모두 같은 색이면 인공적으로 말린 미역일 수 있다.  
 
장거리 여행의 피로를 씻어주는 돌산도 일주 
올해 여수 여행에서는 엑스포 관람을 꼭 빼놓지 말자. 5월 12일 개막된 여수엑스포는 8월 12일까지 석 달 동안 여수 신항 일대에서 열린다. 그 다음은 돌산도 일주나 전남해양수산과학관 관람, 거문도와 백도 방문, 금오도 걷기 등을 즐겨보면 좋다. 
 
여수반도에서 돌산대교나 돌산제2대교(거북선대교)를 건너면 돌산도 일주 여행이 시작된다. 돌산도를 찾는 여행객들은 대개 돌산대교를 건너자마자 도로 왼편에 조성된 돌산공원에 먼저 올라본다. 이곳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돌산대교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광경은 여객터미널이나 중앙동 해안도로에서 봐도 좋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전남해양수산과학관에서 죽포마을에 이르는 도로 양편은 초록빛 융단으로 뒤덮여 있다. 마늘, 양파, 보리, 갓 등이 감미로운 봄볕을 즐기고 있다. 가끔 갓을 캐는 주민들의 바쁜 손놀림이 시야에 들어오기도 한다. 죽포마을 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택해 방죽포해수욕장 입구를 거쳐 향일암 표지판을 따라 계속 달린다. 청정바다 여수만 건너로 보이는 땅은 경남 남해군이다. 율림리 대율, 소율마을을 지나면 돌산도 여행 1번지 향일암 입구에 닿는다. 
 
돌산도 동부의 율림리와 남부의 금성리를 잇는 도로를 따라 이동하려면 중간에 율림치라는 고개를 넘게 된다. 정상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밤섬을 중심으로 율림리 바닷가 마을의 그림엽서 같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고개를 넘어서도 성두마을과 작금마을, 횡간도와 화태도 등이 빚어내는 다도해 정경이 다시금 돌산도 여행의 참맛을 일깨워준다. 그 같은 아기자기한 풍경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섬 여행의 매력이다. 돌산도 서부의 금천포구에서부터 평사리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낙조를 감상하기에 좋다.  
 
여행정보 
1. 찾아가는길
* 자가용
남해고속도로 순천IC 또는 순천완주고속도로 동순천IC → 17번 국도 → 여수수산시장, 여수수산물특화시장
 
* 대중교통
서울→여수 : 센트럴시티터미널(02-6282-0114)에서 1일 33회(05:30~24:00) 운행, 4시간 10분 소요 
서울역(1544-7788)에서 KTX 1일 5회(05:10~18:05), 용산역에서 KTX 1일 5회(05:40~19:45) 운행, 약 3시간 20분 소요 
부산→여수 : 부산서부버스터미널(1577-8301)에서 1일 10회(07:30~20:50) 운행, 2시간 30분 소요
 
2. 맛집
구백식당 여수시 교동 / 서대회 / 061-662-0900 
대성식당 여수시 교동 / 삼치회 / 061-663-0745
한일관 여수시 여서동 / 한정식 / 061-654-0091 
삼학집 여수시 중앙동 / 서대회 / 061-662-0261 
우정식당 여수시 신기동 / 아귀찜 / 061-682-3642 
 
3. 숙소 
엠블호텔 : 여수시 수정동 / 061-660-5800
베니키아호텔여수 : 여수시 학동 / 061-662-0001 
여수벨라지오관광호텔 : 여수시 학동 / 061-686-7976 / www.blghotel.com 
나르샤관광호텔 : 여수시 학동 / 061-686-2000 
디오션리조트 : 여수시 소호동 / 1588-0377 / www.theoceanres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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