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교육을 통해 권리를 주장하고 의무와 책임 알아야”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2016년 12월 19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소속 10개 단체가 5천만원씩 총 5억을 출연해 소비자재단이 발족됐다. 재단 이사장에는 50여년간 소비자운동을 펼친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회장이 선출됐다. 소협은 여성, 소비자 단체가 출범했다. 그 시작에는 김천주 회장이 있었다. 그는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으며 1957년 이화여대 사회사업과를 졸업하고 현재까지 소비자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2월 21일 오후 3시경 서울 중구에 소재한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실에서 김천주 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천주 회장은 소비자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 일을 하면서 겪었던 고충, 현 소비자와 기업의 문제점 등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많은 소비자 운동가가 양성돼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소비자단체는 문제 제기를 해야 하고 안 되면 건의하고  
그래도 안 되면 대안을 내야한다. 이게 소비자단체의 역할이다.
이에 따른 소비자 교육도 굉장히 중요하다 ”

- 2013년 한국여성소비자연합으로 명칭 변경 전, 50여년 간 대한주부클럽연합회라는 명칭으로 다양한 활동, 소비자 운동을 진행했다. 명칭을 변경한 이유가 궁금하다. 
 
(사)대한주부클럽연합회는 1964년 2월 28일 창립해 소비자운동의 불모지였던 이 땅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를 창립한 발기단체다. 
창립 당시에는 주부들이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자발적 모임으로, 여러 모임이 뜻을 함께해 주부클럽연합회라는 명칭을 썼다. 시대적 변화와 다양한 계층을 포용하면서 소비자운동을 하자는 측면에서 창립 50주년을 맞아 2013년 12월 19일자로 한국여성소비자연합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 한국여성소비자연합에 다양한 부서가 있다. 소개해달라.

문화예술부는 묵향회, 시문회, 자수회,예다회 등 문화 활동을 하는 회원들의 모임을 관리하는 부서다. 매년 전시회, 서예대전, 사임당문화행사등을 주관하고 해외 전시 등을 주관한다.  
특히 사임당의 날 기념행사 등을 통해 문화관련 회원이 매년 100여명씩 가입해 본회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소비자보호부는 소비자교육, 상담, 조사활동을 하는 조직으로, 모니터모임을 주관하고 서울 본회 뿐 아니라 전국적인 소비자상담관리를 하고 있다. 기획연구부는 여성, 환경과 관련된 활동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 소비자 운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50년정도 됐다. 김활란 선생님이 UN대표로 갔다 오시더니 ‘세계는 지구촌이 되겠더라. 우리나라는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하셨다. 외국에 소비자 4대 권리, 대통령 직속 하에 소비자 운영위원회가 있는 것을 보고 6.25 이후 우리나라에 해외 물품이 많이 들어오면서 불량품도 많았다. 우리나라 소비자도 기업의 제품 등을 견제해야된다는 생각으로 소비자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1974년 서울특별시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YWCA, 주부클럽(현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한국부인회에게 물가조사를 해달라고 했다.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호주산 쇠고기 수입가격을 살펴봤는데 600g 한 근을 800원에 들여와서 1600원에 샀다. 그리고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2300원에 팔았다. 가격 차이가 많이나 “나라가 도둑질 해먹는 게 어딨냐”고 말했더니 “자조금”얘기를 꺼냈다. 2년 뒤인 1976년 4월 16일 여성, 소비자단체들이 모여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를 만들었다. 법인 등록 후 일본에 있는 소비자기본법을 번역하고 민간단체가 주도해 1978년 12월 3일 ‘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됐다. 그래서 소비자의 날이 12월 3일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민간이 주도해서 소비자법이 만들어졌다. 1979년 1월 1일부터 정부로부터 (소비자 문제)고발을 수임해 소비자 운동이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 소비자운동을 하다 보니 사명감이 생겼고 법과 제도를 거치도록 건의하고 정부, 기업과 많이 싸우기도 했다.

-TV, 인터넷 등 발달로 소비자 목소리가 커지면서 확산도 빨라졌다. 과거와 현재, 소비자 운동을 모두 경험한 인물로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인터넷, 휴대폰을 사용하면 빠르고 쉽다. 하지만 대면을 안하기 때문에 세밀한 것까지 모른다. 예전에 대면할 때보다 고발처리는 빠르지만 가슴과 가슴에 닿는 진실성이 없는 것 같다. 

소비자는 요구만 하지 책임을 지지 않으려한다. 대면할 때는 소비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데 인터넷, 휴대폰으로 (소비자 피해)고발을 받게 되면 소비자는 일방적으로 요구만 하고 불만을 토로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심지어 기업에 돈을 먹었냐고도 한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대면을 통해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요새는 기계화 돼버려서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신속하긴 하지만 깊이와 진실성이 없다. 

-기업은 달라졌다고 보는가? 

기업은 겉으로만 달라진 것 같다. 기업은 정부에 잘 보여야 허가를 얻기 때문에 ‘소비자는 왕’이라고 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국회의원에게, 국회의원은 국민에게 꼼짝하지 못한다. 그런데 표를 구할 때만 (국민에게)절하고 아닐 땐 모른 척 하지 않나. 

현 제도 자체도 생산 위주의 정책이지 소비 정책이 아니다. 소비 정책 위주로 가야한다. 헌법 1조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가 실현돼야 한다.

-소비자운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간장은 물, 소금, 콩으로 만들어진다. 1985년에 산, 중화제, 소스를 집어넣어 48시간 만에 만드는 간장이 있었다. 화학물질 간장이었다. 이 회사와 대립했고 경찰이 며칠씩이나 (신변 위협 때문에)우리 집을 지키기도 했다.
 
또 옷감을 선물 받은 소비자가 ‘옷감이 뒤집어져있다’며 고발을 했다. 해당 공장에 옷감을 보내 조사하니 바느질이 제대로 돼 있다고 했다. 소비자가 내가 돈을 받고 기업 손을 들어줬다며 고소했다. 당시 서울 시청 뒤쪽에 법원이 있었는데 조사를 받았고 당연히 이겼다. 이런 일이 정말 많았다.
 
소비자단체는 문제 제기를 해야 하고 안 되면 건의하고 그래도 안 되면 대안을 내야한다. 이게 소비자단체의 역할이다.
이에 따른 소비자 교육도 굉장히 중요하다. 소비자는 교육을 통해 권리를 주장하고 의무와 책임이 무엇인지 알아야한다.

나는 내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 건의와 대안을 많이 내놨다. 민간단체는 언제까지나 희생, 봉사로 일을 해야 한다. 단체를 통해 돈을 벌거나 출세하려하면 안 된다. 시민운동가는 시민운동가로 끝나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들이 있어 안타깝다.

“현 제도 자체도  생산 위주의 정책이지 소비 정책이 아니다.
  소비 정책 위주로 가야한다”

-2016년 12월 19일 소비자재단이 발족됐다. 앞으로 계획은?
 
올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소비자재단 정식법인 허가를 받았다.
 
재단을 통해 민간 자원을 만들어서 잘못된 약관을 바로잡고 소비자 교육을 진행하려 한다. 그동안은 프로젝트를 따야 수익이 생겼다. 
 
기업이 수익의 일정부분을 소비자 교육비로 재단에 기부하면, 재단은 소비자교육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요즘 K스포츠 재단, 미르 재단 사건으로 될지는 모르겠다.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이 입법되면 개별단체가 받지 못하는 기금을 재단이 받아서 유용하게 사용할 예정이다. 많은 소비자 운동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2016년 한 해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의 활동과 성과를 말해달라.
 
연합은 2016년 사업목표를 소비자권익증진의 해로 선정하고 다양한 소비자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옥시불매운동을 위해 전국적인 활동에 적극 동참했고 전국 300여개 매장에 대한 온실가스 줄이기 실천을 위한 에너지사용 컨설턴트 활동을 펼쳤다. O2O서비스 소비자보호 방안 마련을 위한 약관조사 및 세미나, 생활쓰레기 줄이기 1,000가정 동참운동, 예약부도 방지를 통한 건전예약문화 만들기 활동, 여성건강을 저해하는 환경 모니터링, 수돗물 음용률향상을 위한 교육 홍보활동 등을 전개했다.

-2017년에는 어떤 사업 또는 활동을 펼칠 예정인가? 그리고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진 시대를 대비해 건축안전을 위한 점검활동을 주 사업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소비자 8대 권리가 있다. 안전할 권리, 알 권리, 선택할 권리, 의견을 표할 권리, 피해를 보상받을 권리, 소비자 교육을 받을 권리,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소비할 권리, 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할 권리다. 소비자들은 권리를 찾기만 하지 의무를 하지 않는다.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의무가 무엇인지 먼저 배워야한다.

헌법 124조는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고 돼 있다.
소비자들은 “고발하면 돼”로 끝내지 말고 8대 권리가 무엇이고, 소비자 행동이 무엇인지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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